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를 다룬 르포 <의자놀이>를 낸 작가 공지영씨는 “쌍용차 문제를 글로 써내지 못하면 다음 소설에 필요한 감정을 끌어낼 수 없을 것 같아 이 책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지영 르포 ‘의자놀이’ 출간
“쌍용차 사태는 한국사회의 또다른 ‘도가니’ 입니다”
“쌍용차 사태는 한국사회의 또다른 ‘도가니’ 입니다”
“법원·검찰같은 사회 상류층 침묵의 카르텔 확인
대형회계법인들, 노동자 죽음 대가로 호의호식
자산손실 부풀려 해고…내가 틀렸으면 고소하라”
인세·수익금 전액 기부…1권 사면 4200원 후원꼴 “쌍용자동차 사태는 이 사회의 또다른 ‘도가니’입니다. 이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고는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다가는 나라가 망할 것 같았어요. 제 아이들이 취직한 회사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태는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소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씨가 2009년 쌍용차 노동자 2646명의 정리해고와 77일 동안의 옥쇄파업, 경찰의 강제진압과 뒤이은 해고노동자 및 가족 22명의 죽음을 다룬 르포 <의자놀이>(휴머니스트)를 발표했다. ‘의자놀이’란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를 놓고 빙글빙글 돌다가 신호가 떨어지면 의자를 먼저 차지해야 살아남는 놀이를 가리킨다. 책 출간에 맞추어 6일 낮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 나온 공씨는 “쌍용차 사태의 전모를 알게 되었을 때 머리에 떠오른 두 단어가 ‘유령’과 ‘의자놀이’였다”고 말했다. “유령이라는 것은 해고의 주체라 할 자본의 실체가 모호해서 허깨비를 상대로 싸우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고, 의자놀이는 똑같은 노동자들을 의자를 차지하는 자와 의자에서 쫓겨나는 자로 나누는 자본의 잔인한 속성을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의자놀이>는 작가가 쌍용차 해고노동자 부인의 자살과 뒤이은 노동자 자신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남매의 소식을 접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작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상대로 심리 치유 센터 ‘와락’을 운영했던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 이창근 전 쌍용차 노조 기획실장, 송경동 시인 및 노동 전문가들의 증언, 신문·방송 등 언론 보도를 토대로 삼아 사태의 전모를 재구성하면서 그 핵심에 도사린 문제를 들추어낸다.
공씨는 “<도가니> 때와 마찬가지로 쌍용차 사태 배후에도 대형 회계법인과 법원, 검찰 같은 우리 사회 상류층의 침묵의 카르텔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 회계법인들은 ‘손상차손’을 터무니없이 부풀림으로써 쌍용차의 부채비율을 천문학적으로 높이고 그럼으로써 대량 해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손상차손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낡아가는 유형자산의 가치하락에 따른 손해액을 뜻한다. 책에 따르면, 쌍용차 건물의 손상차손 누계액은 2007년 약 23억원에서 2008년 약 2000억원으로, 구축물 손상차손은 같은 기간 8600만원에서 375억원으로, 기계장치 손상차손은 8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폭증했다.
공씨는 “대형 회계법인들은 노동자들 죽음의 대가로 호의호식하고 있는 셈”이라며 “내 주장이 틀렸다면 회계법인들이 나를 고소해서라도 법정에서 진실을 따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회계조작 의혹은 사실무근인 명백한 오류라는 사실이 금융감독원의 심사와 법원 판결에서 확인된 사안”이라며 “무엇보다 손상차손 문제는 정리해고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의자놀이>의 한가운데에는 노동자들의 옥쇄파업과 용역을 앞세운 경찰의 잔인한 진압 장면이 자리잡고 있다. 일당 23만원을 받고 동원된 용역들의 무자비한 ‘인간사냥’, 고무총과 전기충격기 테이저건 사용, 발암물질 디클로로메탄이 포함된 헬기의 최루액 살포, 찜통 같은 농성장에 당국이 취한 단전·단수 조처 등 참혹하고 비인간적인 당시 상황이 긴박하게 전해진다. 작가는 “이런 급박하고 열악한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확보한 소형 발전기를 이용해 불을 밝히거나 물을 끌어오는 데 쓰지 않고, 도장공장 페인트가 굳지 않도록 하는 데에 썼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며 울먹였다.
<의자놀이>는 초유의 재능기부 방식으로 출간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작가 공씨는 자신의 인세(책값의 10%)를 모두 쌍용차 해고노동자 후원 기금으로, 출판사 역시 수익금 전액을 내놓기로 했다. 정가 1만2000원인 이 책 한 권당 작가는 1200원을, 출판사는 3000원을 기부하는 것이다. 독자가 <의자놀이> 한 권을 사면 작가 인세와 출판사 수익을 합해서 4200원을 쌍용차 해고노동자 후원 기금으로 내놓게 되는 셈이다.
책 출간을 기념해 그룹 들국화가 18일 북콘서트를 여는 것을 비롯해 정혜신 박사와 법학자인 조국 서울대 교수, 공연 기획자 탁현민 교수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북콘서트도 마련될 예정이다.
최재봉 김경락 기자 bong@hani.co.kr
대형회계법인들, 노동자 죽음 대가로 호의호식
자산손실 부풀려 해고…내가 틀렸으면 고소하라”
인세·수익금 전액 기부…1권 사면 4200원 후원꼴 “쌍용자동차 사태는 이 사회의 또다른 ‘도가니’입니다. 이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고는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다가는 나라가 망할 것 같았어요. 제 아이들이 취직한 회사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태는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소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씨가 2009년 쌍용차 노동자 2646명의 정리해고와 77일 동안의 옥쇄파업, 경찰의 강제진압과 뒤이은 해고노동자 및 가족 22명의 죽음을 다룬 르포 <의자놀이>(휴머니스트)를 발표했다. ‘의자놀이’란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를 놓고 빙글빙글 돌다가 신호가 떨어지면 의자를 먼저 차지해야 살아남는 놀이를 가리킨다. 책 출간에 맞추어 6일 낮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 나온 공씨는 “쌍용차 사태의 전모를 알게 되었을 때 머리에 떠오른 두 단어가 ‘유령’과 ‘의자놀이’였다”고 말했다. “유령이라는 것은 해고의 주체라 할 자본의 실체가 모호해서 허깨비를 상대로 싸우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고, 의자놀이는 똑같은 노동자들을 의자를 차지하는 자와 의자에서 쫓겨나는 자로 나누는 자본의 잔인한 속성을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의자놀이>는 작가가 쌍용차 해고노동자 부인의 자살과 뒤이은 노동자 자신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남매의 소식을 접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작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상대로 심리 치유 센터 ‘와락’을 운영했던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 이창근 전 쌍용차 노조 기획실장, 송경동 시인 및 노동 전문가들의 증언, 신문·방송 등 언론 보도를 토대로 삼아 사태의 전모를 재구성하면서 그 핵심에 도사린 문제를 들추어낸다.
지난 5일 새벽 만기출소한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에서 사망한 해고노동자들에게 술을 올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