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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적절한 규제로 발전·불평등 완화 병행해야”

등록 2012-08-08 19:46

방한한 남미 개발정책 전문가 벤 슈나이너 교수
방한한 남미 개발정책 전문가 벤 슈나이너 교수
방한한 남미 개발정책 전문가 벤 슈나이너 교수
“경제민주화, 재벌 개혁 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워싱턴 컨센서스’(규제 완화, 민영화를 중심으로 한 미국식 시장경제체제 확산 전략)가 무너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산업정책’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추세다.”

미국발 금융위기, 월스트리트 점거 등 신자유주의 체제의 파국 징후들이 터져나오면서, 국가와 기업의 관계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벤 로스 슈나이더(사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이를 ‘산업정책의 귀환’이라고 불렀다. 정치학자인 그는 주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개발정책을 연구해왔으며, 동아시아의 정부-기업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6일 <한겨레>에서 사회학자인 김윤태 고려대 교수와 인터뷰한 그는 “(금융자본주의의 선봉이었던) ‘세계은행 그룹’도 최근에는 산업정책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의 관계, 특히 정부가 어떤 구실을 할 것이냐가 핵심적인 고민”이라고 말했다.

슈나이더 교수는 한국에서 ‘재벌’로 불리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는 “과거에 공룡과도 같은 ‘트러스트’를 조세정책을 통해 없앴던 사례가 있지만, 오늘날에는 대규모 기업집단을 분해하거나 가족경영 자체를 정책적으로 막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연구개발 투자나 혁신, 장기적인 전략산업 육성에는 대규모 기업집단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봤다. 따라서 그는 정부-기업 관계를 제도적으로 올바르게 정착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좋은 일자리나 기술혁신 등은 시장에 맡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통해 경제 발전과 사회적 불평등 완화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

그는 기업간 경쟁 활성화와 기업의 정치참여 때 투명성 확보 등을 규제의 두 가지 원칙으로 꼽았다. “핵심은 좋은 일자리와 인적자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의 룰라 정부는 사회안전망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불평등을 줄이는 성공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산업구조의 혁신을 이루지 못한 것이 한계다. 아직까지 고숙련 일자리를 충분하게 만들어내진 못한 것이다.”

그는 이번 한국 방문 목적도 산업구조 혁신에서 성과를 보여준 정부-기업 관계를 배워,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에 도움되는 지점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한국의 대기업들 역시 경제 위기 이후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외국 주주 배당을 늘리고 있다”는 김 교수의 설명에, 슈나이더 교수는 “놀라운 일”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그는 “멕시코를 보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워싱턴 컨센서스에 뛰어든 뒤로 자국 산업 보호가 불가능했다”며 “한국도 이런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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