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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혁당 사건은 권력자 과대망상이 빚은 비극”

등록 2012-09-23 20:25

인혁당 사건을 다룬 소설 <푸른 혼>의 작가 김원일씨는 “박근혜 후보는 인혁당 사건 등 부친의 잘못에 대해 솔직하고 분명한 생각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인혁당 사건을 다룬 소설 <푸른 혼>의 작가 김원일씨는 “박근혜 후보는 인혁당 사건 등 부친의 잘못에 대해 솔직하고 분명한 생각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인혁당 다룬 ‘푸른 혼’ 작가 김원일
억울하게 처형당한 8명의 삶·죽음
여섯편 연작으로 사건 실체 파헤쳐
“박근혜, 역사적 사실 덮으려 말고
아버지 잘못 유족들에게 사과해야”
“이른바 ‘인혁당 사건’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으로 일관되었으며, 참혹한 고문으로 거짓 자백을 받아낸 데 그치지 않고 대법원 확정판결 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교수형을 집행함으로써 박정희 군사정권의 씻을 수 없는 죄악으로 남은 사건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발언은 아버지에 대한 사적인 애정과 존경으로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덮어 버리려는 잘못이에요.”

인혁당(재건위) 사건을 다룬 연작소설 <푸른 혼>(강)의 작가 김원일(70)씨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의 역사 인식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를 이끈 공로는 그것대로 인정하되, 군사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파괴했으며 대통령직 연장을 위해 삼선개헌과 유신을 단행하고 공포 통치를 통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과오는 반드시 비판받아야 한다”며 “박근혜 후보는 그런 아버지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아버지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을 만나서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른 혼>
<푸른 혼>
2005년에 출간된 <푸른 혼>은 1975년 4월9일 형장의 이슬로 스러져 간 인혁당재건위 사건 관련자 여덟 사람의 삶과 죽음을 여섯 편의 연작에 담은 책이다. 작가 김씨는 이 책에서 처형당한 여덟 명을, 이름 가운데 글자만 바꾼 채 등장시켜 당국의 발표와 사건 실체 사이의 간극을 파헤친 바 있다.

“소설이니만치 작가의 상상력으로 세부를 채워 넣긴 했지만, 사건의 핵심과 뼈대는 가능한 한 사실에 토대해서 그렸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은 다소 진보적인 사상을 지니고 있었던 건 맞지만, 공산주의를 선호하거나 폭력혁명을 기도한 건 아니었어요. 지방에 거주하는 몇 사람의 진보 인사들에게 그럴 능력이 있기나 했겠습니까? 권력자의 터무니없는 과대망상과 욕망에서 빚어진 비극이었지요.”

그가 이 사건에 특히 관심을 지니게 된 배경에는 남로당 간부 출신으로 월북한 부친의 존재, 그리고 사건 관련자들의 주요 활동 무대가 그가 청소년기를 보낸 대구 약전골 일대였다는 사실도 자리하고 있다. 약전골은 그의 자전소설 <마당 깊은 집>의 실제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유족들을 인터뷰하고 관련 책자 및 문서 수천 쪽을 검토하는 등 최대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작가의 역할은 법적 ‘해결’이나 역사적 의미 부여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구체성과 인간적 진실을 확보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들이 왜 그런 사건에 연루되었는지, 당시의 시대 분위기는 어땠는지, 또 재판 과정에서 그들이 느꼈던 분노와 좌절은 어땠을지 같은 건 딱딱한 판결문이나 건조한 역사 기술로는 포착되지 않거든요.”

연작의 한 편인 ‘투명한 푸른 얼굴’에서 사형당한 여덟 사람의 혼령은 저승에서 재회한다. “놈들이 우리의 혼까지는 죽일 수 없었소”라고 도운종(도예종)의 혼령은 자못 씩씩하게 말하지만, 작가의 연민은 희생자의 그런 씩씩한 태도 너머의 아픔에까지 가 닿는다. “신인간으로 환생해서 무릉도원에 안착했다 하더라도 이승에서의 그 시간대가 망각되지 않는 한, 그들에게 고통의 여운은 계속될 터였다.”

<마당 깊은 집> <겨울 골짜기> 같은 소설들로 분단 모순을 꾸준히 천착해 온 작가는 지금 월북 이전 부친의 이야기를 그린 자전소설 ‘아들의 아버지’를 잡지에 연재하고 있다.

“남로당은 남에서도 북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역사의 패배자들이었지만, 아버지를 통해 그들의 민족애와 조국애를 복원해 보려 한다”는 작가는 “박근혜 후보가 개인적 가족사에 연연하지 말고 진실에 입각한 역사관을 보여주어야 더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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