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왼쪽), 김인식 감독(오른쪽)
김성근·김인식 인터뷰 등 엮어
선수 육성부터 경기 운영까지
같은 듯 다른 ‘야구 철학’ 담아
선수 육성부터 경기 운영까지
같은 듯 다른 ‘야구 철학’ 담아
김성근 , 김인식 , 손윤 , 유효상 지음/새잎·2만5000원 김인식(오른쪽 사진) 감독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사령탑을 맡았을 때였다. 더그아웃에서 담당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감독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겸손을 떨며 “그런 건 김성근 감독님께 물어봐야지…” 하면서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김성근(왼쪽)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어디유? 지금 기자들이 감독론을 이야기하는데 내가 아는 게 있어야지. 그런 건 형님이 얘기해줘야죠.”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두 감독의 생각을 풀어낸 책이 나왔다. 서로 막역한 사이인 ‘야신’과 ‘국민감독’의 구술 인터뷰, 대담 등을 프리랜서 기고가 손윤·유효상씨가 엮어 펴낸 <감독이란 무엇인가>다. 3부로 나눠 두 감독이 말하는 리더십과 선수와의 관계, 한국 야구의 현주소 등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진짜 리더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교본으로 읽힌다. 우선 두 감독이 직접 말하는 자신의 야구는 무엇일까. 두 감독은 책에서 이렇게 답한다. “김성근 야구란, 한마디로 순간에 모든 걸 투자하는 야구가 아닐까 싶다.” “김인식 야구는 나의 부족함을 알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에스케이(SK) 와이번스를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고, 김인식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세계야구클래식(WBC) 4강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누가 뭐래도 한국 야구 최고 명장들이다. 하지만 두 감독의 야구 철학은 같은 듯 다르다. 김성근 감독에게 감독이란 ‘엄한 아버지’다. 70여명의 선수를 자식으로 여기고 그들을 책임진다. 따라서 못난 자식이라고 희망을 버릴 수 없다.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선수를 위해 묵묵히 헌신한다. 그의 카리스마는 선수를 진심으로 대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반면 김인식 감독에게 감독이란 어버이다. 때로는 어머니처럼 칭찬과 용기를 주고, 때로는 아버지처럼 질책을 한다. 그에게는 선수가 받아들일 때까지 설명할 수 있는 인내심과 선수와의 충돌을 피하는 유머가 있다. 야구의 본질에 대한 생각도 차이를 드러낸다. 김성근 감독에게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감독 책임이며, 감독은 자신의 의지를 선수에게, 팀에 제대로 전달하고 맨 앞에 서서 우승이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달리 김인식 감독의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 기본이다. 감독의 능력은 선수의 능력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경기는 선수가 하고, 그 경기를 운영하는 것은 감독이다. 하지만 감독은 다음 경기, 그다음 경기, 한 시즌, 다음 시즌까지 내다봐야 한다. 두 감독이 세계 무대에서 겪은 경험담을 털어놓은 대목도 흥미롭다. 김성근 감독은 “2년 동안 일본 프로야구의 지바 롯데 머린스 코치를 하면서 아웃과 세이프 30㎝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30㎝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스케이에서 스피드의 야구와 혼신의 수비를 이끌어냈다. 김인식 감독은 팀 사령탑을 맡았던 세계야구클래식 1, 2회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1회 대회 때는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미국·캐나다·중남미 팀들에 두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지만, 2회 대회 때는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했고 이것이 준우승으로 열매를 맺었다고 한다. “앞으로 한국인 메이저리그 감독 탄생이 절대 꿈이 아니다”라고 그는 강조한다. 두 감독은 야구를 통해 사회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 감독을 맡아 올해 선수 5명을 프로팀에 진출시켰고, 김인식 감독은 고교야구 주말리그를 정착시킨 주역이 됐다. “청년들이 생각과 방법을 바꾸면 좌절은 희망이 될 수 있다.”(김성근) “학원 스포츠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학생으로서 기본적인 소양부터 갖춰야 한다. 야구와 학업을 병행하면 야구를 중도에 그만두더라도 사회에서 낙오자로 살지 않는다.”(김인식) 그들의 조언처럼 ‘최고’와 ‘최고’가 만나 풀어나간 책 속 야구 이야기에는 프로들의 인생과 철학이 담겨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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