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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사람] “한글은 인터넷·영어 남용에도 잘 대응할 것”

등록 2012-10-09 19:54

노마 히데키(57) 일본 국제교양대학 객원교수
노마 히데키(57) 일본 국제교양대학 객원교수
한글날 ‘주시경 학술상’ 받은 노마 히데키 교수
예술학하다 ‘한글’ 빠져 외대 재입학
“가장 머리좋은 사람들이 만든 문자”
재미·독창성 알릴 한글 소개서 절실
9일 566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학회에서 ‘2012 주시경 학술상’을 받은 노마 히데키(57·사진) 일본 국제교양대학 객원교수는 한글학자답게 우리말을 곧잘 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그는 “무엇보다 주시경이라는 이름을 단 상을 받게 돼 더욱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한글의 탄생> 한글판(2011·돌베개)을 펴낸 노마 교수는 2007년부터 한·일 한국어 관련 학자 60명이 집필한 4권짜리 한국어교육 총서 <한국어 교육론 강좌>의 필자로도 참여하는 등 20여권의 책과 약 50편의 한국어 학술논문을 썼다.

원래 도쿄교육대에서 예술학을 전공한 미술학도였던 그는 한글의 매력에 빠져 한글학습 테이프를 닳아 없어지도록 듣고 책과 학술논문들까지 뒤지며 독학했다. “하면 할수록 의문이 쌓여 갔는데 참고할 마땅한 자료도 책도 없었고, 당시엔 만날 수 있는 한국사람도 없어서” 아예 도쿄외국어대 조선어학과에 들어갔다. 그는 한글 관련 책들은 지금까지도 볼만한 게 별로 없다면서 “한글이 왜 재미있고 다른 언어들과 다른지를 좀더 큰 틀에서 얘기해주는 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어는 언어 자체는 물론, 문자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세계의 언어 중에서 독자적 문자를 지닌 언어가 별로 없는데 한국어는 자체 문자가 있는데다 조형적으로도 뛰어났다. 모든 군더더기들을 제거해 버리고 논리적인 뼈대만 남겨 사상을 기막히게 형상화한 점, 그리고 무엇보다 창제 과정과 이론을 알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세종 당시 세계의 언어와 언어학적 지식에 통달한 “정말로 머리 좋은 사람들의 작품”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노마 교수는 “한글의 탄생으로 지(知)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단언한다. “(한글이 탄생된) 15세기의 조선 사대부들은 한자·한문만을 사용했다. 당시 지의 최소단위가 모조리 한자·한문이었다. 예컨대 존재론의 근거가 되는 ‘있다’라는 단어, 인식론의 근간인 ‘알다’, 그리고 모심, 나눔, 자리매김 같은 조선 고유어들의 개념은 모두 그들의 지의 범주 바깥에 있었다. 한글의 등장으로 그 모든 조선 고유어들이 지의 세계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다시 새로운 개념과 조어, 단어들, 문법이 만들어졌다. 그런 과정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그는 최만리 등 한글 반대파들과의 사상 투쟁은 전 지구 차원의 지적 투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배울 점이 굉장히 많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 등장과 영어 남용 등으로 한글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들에 대해 노마 교수는 “문자 내부구조나 시스템 때문이 아니라 경제·정치 등의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이어서 예측하긴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한글이 어떤 외부변화에도 잘 대응할 수 있는 자체 구조를 갖고 있어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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