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을 넘어 서쪽으로 온 사람> 지은이 신동삼(82·오른쪽)씨
자전회고록 펴낸 북한 출신 재독동포 신동삼씨
52년 동독 유학 함흥재건사업 참여
59년 집단탈출해 파독간호사와 결혼
“남북통일만이 민족의 살길” 호소
52년 동독 유학 함흥재건사업 참여
59년 집단탈출해 파독간호사와 결혼
“남북통일만이 민족의 살길” 호소
“인생의 춘하추동에서 나는 지금 겨울 중에서도 한겨울을 지나고 있지만, 오늘은 이팔청춘이라도 된 것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지난 20일 서울에서 열린 <동쪽을 넘어 서쪽으로 온 사람>(상·코람데오 펴냄) 출판 기념행사에서 지은이 신동삼(82·오른쪽)씨는 감개무량해했다. 한국전쟁 중에 북한이 파견한 첫 동독 국비유학생단에 선발돼 베를린으로 간 지 60년. 재독 ‘애향회’(북한 출신 과학자 모임)를 이끌었고, 헤센주 전신전화청 설계연구소 팀장 등으로 일하며 왕성하게 활동해온 파란만장한 삶을 돌아보는 그의 심정은 복잡해 보였다. “‘아, 나도 결코 평범한 삶을 산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지난 인생의 회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머리말에도 썼듯이, 고향을 떠나 동서독 장벽을 넘고 남북한을 오가야 했던 그의 삶은 평범할 수 없었다.
1930년 함남 정평군 주이면 풍양리(신경리)에서 태어난 그는 흥남고급중학교와 인민군 동해안방어 507여단을 거쳐 자강도 인민위원회(도청)에 근무하다 유학시험에 합격했다. 52년 1진 37명에 뽑혀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동독으로 간 그는 59년말 여러 동포들과 함께 서독으로 집단 탈주했다.
“동독과 북한 사회주의 체제가 젊은이들이 활동하기에는 좀 좁아 보이고 답답한 환경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유롭게 숨쉴 수 있는 넓은 곳을 찾아 떠난 것입니다.”
66년 그는 인천 출신의 나완준(왼쪽)씨를 만나, 외무장관을 지내고 훗날 월북한 당시 독일주재 한국대사 최덕신씨 주례로 결혼했다. 부인 나씨는 남한에서 ‘광부’와 함께 외화벌이 인력수출사업으로 보낸 ‘파독 간호사 제1진’이었다. 유신 말기 박정희 정권의 해외 과학자 초청 정책에 따라 79년부터 한국을 오갈 수 있었던 그는 고향 함흥에는 반세기 만인 2001년에야 다시 갈 수 있었다. 부모와 3남1녀 형제 중 누이동생만 홀로 남아 있었다.
상권에는 개인사를 주로 정리했다는 그는 “하권에는 친한 독일 사람과 칸트나 실러 등 거인들의 인간적인 면, 그리고 독일 사회에 대해 쓰겠다”고 했다.
<동쪽을 넘어…>는 재일동포 백종원(89)씨의 <조선 사람>(삼천리), 재미동포 오인동(73)씨의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처럼 하나의 ‘디아스포라 분단문학’으로 관심을 끈다.
힘없는 조국을 둔 까닭에 한평생 유랑민으로 살아야 했던 이들처럼 신씨 역시 남북통일만이 우리 민족이 살길이라고 강조한다. “북의 난민과 통일비용을 겁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휴전선을 유지하면서 난민을 통제할 수 있고, 남북한 생활수준을 맞추기 위해 한꺼번에 돈을 쏟아붓는 통독 방식을 피하면 비용도 그리 막대하게 들지 않을 겁니다.” 경제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단계적으로 통합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금강산 면회소 같은 데서 집단적·공개적으로 만나게 하지 말고 독일처럼 남북이 각각 허가증을 발행해서 가족들이 개별적으로 만나 속사정을 서로 얘기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려면 ‘68혁명’ 뒤의 빌리 브란트처럼 냉전적 사고를 뛰어넘는 새로운 유형의 정치지도자들이 등장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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