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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사람] “대선후보들, 미래 밑돌 될 독서공동체 책임지길”

등록 2012-11-08 19:59수정 2012-11-09 17:52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책읽는 나라 만들기 국민연대’ 임시대표 김민웅 교수
13일 후보들 초청포럼 열어 출범
출판·문화·지식계 첫 융합기구
대통령직속 지식창출위 제안도
“21세기 한국의 미래는 독서 인구의 성장과 성숙에 달렸습니다. 독서로 함양된 새로운 발상과 성찰 능력을 가진 국민만이 민주주의 발전과 창발성 있는 문화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현재 출판계를 비롯해서 도서관과 학교, 서적 유통과 저술가들의 열악한 형편으로 보건대 한국 지식사회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식사회의 기본 인프라 구축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수립이 절실합니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어느 후보도 이에 대해 제대로 얘기하는 이가 없어요. 참담한 심정입니다.”

국내 문화지식계가 7일 독서 및 지식 공동체의 재건을 위한 총괄적 대책기구인 ‘책읽는 나라 만들기 국민연대회의’(연대회의)의 결성을 공표하고 대선 후보들에게 “책 읽는 나라 만들기를 위한 공약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 임시대표를 맡은 김민웅(사진)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대선 후보들이 민생 우선을 앞세우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인간 존엄성과 사회적 품격이 중심에 놓일 때 비로소 모든 정책의 가치기준이 명확해지고 민생도 제대로 된다. 책을 읽는 공동체의 형성이 그 근본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회의에는 도정일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 상임대표, 김언호 파주북소리2012 집행위원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윤형두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고영은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남태우 한국도서관협회 회장,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등 출판·문화계 33개 단체 대표와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선 후보 초청, 지식사회 인프라 구축 포럼’을 열기로 했다. 김 교수는 “수평적 네트워크인 연대회의가 공식 출범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책마저 시장의 자유경쟁에 맡기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조선시대 이래의 우리 지식·독서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분야별, 기구별 출판·독서 진흥운동들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출판·지식계 모든 분야가 참여하는 융합적 대책기구를 만든 건 처음입니다.”

그는 독서 공동체 활성화가 평생학습사회의 기초이자 ‘창조산업’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쇠퇴하던 영국이 재기할 수 있었던 것도 창조산업 덕이며, 그 요체는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이 바로 그런 것 아닙니까.”

김 교수는 출판계 최대 현안인 도서정가제가 무너져 “콘텐츠 경쟁이 아닌 가격 경쟁이나 벌이고, 도서관들도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좋은 책이 아니라 싼 책 위주로 장서를 채우는 독서계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를 버리고 국가가 공공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모델을 만들어가는 지식사회 기반 구축을 차기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고 하라는 겁니다. 지식사회 기반 구축은 문화 교육 같은 분과 정책이 아닌, 국가의 중심에 놓아야 할 기본 정책이라는 각성이 필요합니다.”

김 교수는 “대통령 직속의 ‘지식창출 융합 국가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출판과 도서관, 서점 유통과 평생학습, 저술가 작업 등을 위한 예산과 정책을 통괄·기획해 나가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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