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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따뜻한 투사’ 김근태 64년의 삶 만나다

등록 2012-12-07 20:21

<민주주의자 김근태 평전-희망을 남기고 간 한 아름다운 투사의 생애>
김삼웅 지음/현암사·2만2000원
<민주주의자 김근태 평전-희망을 남기고 간 한 아름다운 투사의 생애> 김삼웅 지음/현암사·2만2000원
<민주주의자 김근태 평전-희망을 남기고 간 한 아름다운 투사의 생애>
김삼웅 지음/현암사·2만2000원
해맑은 웃음과 다감한 눈빛, 그리고 포근한 손. 하지만 불의와 야만 앞에선 곧은 결기와 뜨거운 가슴을 이기지 못해 자신의 상처를 마다하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친 투사. 겸손하고 성실한 품성에 깨끗하고 정직해 ‘여의도의 햄릿’으로 불린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무엇보다, 남영동의 인간도살장에서 10여차례나 지옥불의 고문을 받으면서도 짐승 같은 자들의 이름과 직함, 얼굴을 기억해내고 폭로한,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성의 소유자. 끝내 고문의 후유증으로 지난해 말 홀연히 이 세상을 떠난 민주주의자. 그 생애를 무엇으로 온전히 담을 수 있으랴!

이 무모(?)한 일에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앞장섰다. 아마, 그가 아니었다면 1주기를 맞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올 수 있을까? 책의 마지막 장을 닫는 순간 “글을 마무리한 뒤 며칠 끙끙 앓았다”는 지은이의 말이 물결치듯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어려운 숙제를 풀었다는 안도감에서인지”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고인의 64년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일은 매우 고통스러운(그러면서도 희망의 근거를 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김근태는 동족상잔 와중에 3명의 형을 잃은 비극의 가족사 속에서도 늘 미소를 잃지 않은 순진무구한 모범생으로 자랐다. 유신의 부정과 불의에 맞서다 제적과 강제징집, 지명수배와 위장취업을 거듭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성실한 친구가 되고자 했던 민주화운동가였다. 5공 정권의 폭압에 굴하지 않고 민주화운동청년연합이란 깃발을 높이 세워 독재의 간담을 서늘케 한 열혈 청년들의 전위이자 재야의 지도자였고, 이후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3선의 국회의원과 장관을 거쳤지만, 늘 ‘영혼’을 지키면서 뚜벅뚜벅 걷고자 했다. 뉴타운이란 욕망의 광풍에 휩쓸려 2008년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새로운 대안체제를 모색하다 ‘2012년을 점령하라’는 외침을 남긴 채 끝내 사랑하던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타계한 아버지이기도 했던 그 생애를 지은이는 울분과 애통의 감성을 억누르고 기록과 증언을 바탕으로 삼아 정리하고 조율했다.

“그가 생애를 두고 추구한 목표가 민주주의였다면, 병마로 쓰러질 때까지 스스로 지키고자 했던 가치는 인간의 존엄이었다. 민주주의라는 목표는 인간 존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지은이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자 한 민주주의자의 생애’란 구절로 김근태의 64년 삶을 압축했다. 책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꿈꾼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그렸지만, 결코 망각할 수 없는 이 땅의 인권과 민주주의 투쟁사의 생생한 증언록이기도 하다. 위트 넘치는 따뜻한 낭만주의자, 축구를 유난히 사랑한 이웃 아저씨 김근태도 만날 수 있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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