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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사람] “출판 위기에도 좋은 책은 반드시 팔린다”

등록 2012-12-11 19:48수정 2012-12-11 21:14

박맹호 민음사 회장
박맹호 민음사 회장
팔순 맞아 자서전 낸 박맹호 민음사 회장
옥탑방에서 시작해 규모 키워
한국 시·소설 출판 기틀 닦아
“세계문학전집 1000권 내고파”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출판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전쟁 뒤라 일본 책밖에 없었고, 우리 책은 읽을 만한 게 드물었어요. 언젠가는 이런 상황을 혁신하고 우리 책을 세계적인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원로 출판인 박맹호(사진) 민음사 회장이 팔순을 맞아 자서전 <박맹호 자서전 책>을 내놓았다. 1966년 서울 청진동 옥탑방 한 칸에서 민음사를 창립한 뒤 지금까지 5천종이 넘는 책을 내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단행본 출판사로 키워 온 여정이 책에 차곡차곡 담겼다.

“책은 사람의 유전자(디엔에이)와 같습니다. 사람이 완성되자면 책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출판의 장래에 대해 비관적인 말들을 많이 하지만, 출판은 전반적인 산업 발전에 맞추어 확장돼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좋은 책을 만들면 반드시 팔린다는 게 제가 평생 지녀온 신념입니다.”

11일 낮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회장은 출판인으로 살아 온 지난 반세기 남짓을 회고하면서 출판의 미래를 낙관했다.

33년 12월31일 충북 보은 비룡소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불문과 시절인 55년 <한국일보> 제1회 신춘문예에 단편 <자유 풍속>을 응모했으나 자유당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 문제가 되어 탈락했다. 이때 그는 작가의 꿈 대신 출판 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됐다.

“그때 소설가의 길을 포기하고 출판을 업으로 삼기로 한 결정은 정말이지 잘한 일이었습니다. 외국 고전 소설들을 읽어 보면서 소설은 나 같은 둔재가 아니라 천재가 쓰는 것이라는 판단이 섰어요. 차라리 많은 천재를 발굴해서 세상에 알리는 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겠다 싶었지요.”

그렇게 시작한 민음사에서 그는 ‘세계 시인선’ ‘오늘의 시인 총서’ ‘오늘의 작가상’ 같은 시리즈를 통해 시·소설 출판의 기틀을 닦았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내는 시집 판형의 기준이 되는 ‘국판 30절’ 판형과 가로쓰기를 거의 처음 도입했으며, 98년 출범한 세계문학전집은 15년만에 300권을 훌쩍 넘어섰다.

자서전에는 고은 시인, 김현·김치수 등 문학과지성 그룹, 북디자이너 정병규씨, 철학자 도올 김용옥 교수 등에 관한 일화부터 80년대 중반 ‘수요회’를 이끌면서 출판문화운동에 앞장서다가 세무조사로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놓였던 비화까지 흥미로운 내용도 들어있다.

출판 실무는 자식 세대에게 물려주었지만 “출근할 때는 여전히 마음이 설렌다”는 그는 “세계 문학 전집을 1000권까지 내고 싶다는 게 마지막 바람”이라고 밝혔다.

글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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