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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협력 넘어 대안적 사회협력으로…열쇠는 인권”

등록 2012-12-25 20:09수정 2012-12-25 21:20

백태웅(49)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백태웅(49)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백태웅 교수 ‘아시아에…’ 출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결성을 주도한 1980년대 변혁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지금은 국제법과 인권법을 연구하는 학자가 된 백태웅(49·사진)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한국에서 지켜봤다. 대선 다음날인 20일 서울 공덕동에서 만난 백 교수는 “이번 대선은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대안 담론’의 사회적 설득력이 위치한 지점과 그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일국적인 시각에 갇히지 않은, 좀더 국제적인 차원의 새로운 대안 담론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백 교수는 지난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에서 <아시아에 떠오르는 지역 인권 체제>(Emerging Regional Human Rights Systems in Asia)라는 책을 펴냈다. 흔히 아시아에는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인권에 대한 시스템이 없다고들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선입견을 넘어 아시아 지역에서 실제로 전개되고 있는 인권과 관련된 다양한 협력활동을 조명했다. “1998년 국제인권법을 공부하러 미국에 간 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온 내용의 중간 결산”이라는 백 교수의 말처럼, 이 책은 ‘아시아 지역 공동체’ 속에서 한국이 어떤 구실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담았다는 점에서 백 교수가 제시하는 새로운 ‘대안 담론’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내년 3월께 번역본이 출간된다.

“진보는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그 내용은 주로 일국적 수준의 재벌 소유구조 개편 등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보든 보수든 집권하면 경제협력과 안보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일국적 수준의 접근으로는 이런 국제적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사노맹 주도’ 변혁운동의 상징
아시아 인권 관련 움직임 조명

“진보·보수 모두 국제비전 부족
일국 수준선 경제민주화 한계
인권과 평화로 공동체 채워야”

백 교수는 한국의 진보와 보수 모두가 국제적 차원의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진보 세력이 집권하더라도 외국으로부터 투자 유치 정책을 펴게 될 것이고,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중국 등과 치열한 협상전을 벌이게 된다. 그런데 일국적 수준의 대안으로는 여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으며, 갈수록 심화되는 중소기업의 고사, 노동자 소외, 양극화 등의 문제를 제대로 풀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백 교수는 ‘이해 관계자’(stakeholder)의 발언권을 높이는 등 세계적 차원의 공정성·정의로움을 담아낼 수 있는 담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그는 경제협력·안보협력과 더불어 한 축을 이뤄야 할 ‘사회협력’에 주목하고 있다. 그 핵심 내용은 인권이다. 아시아의 경우 그동안 경제협력과 안보협력을 중심으로 해 지역 통합 움직임이 형성·강화되어 왔는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역 전체를 포괄하는 인권재판소나 인권위원회가 없을 정도로 사회협력 분야는 취약했다. 백 교수는 아시아 23개국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인권체제 구축을 위한 여러가지 움직임을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책에 담았다.

그의 주된 연구방법론은 ‘시스템적 접근’이다. 인권과 관련된 현실을 규범·기구·이행의 세 가지 층위에서 분석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요소들의 관계를 짚어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각 지역의 토착적 인권규범에서부터 인권을 위한 각종 사회운동, 국가 사이의 관계 등을 포괄할 수 있다고 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맹아적으로 자라나고 있는 인권협력의 실질적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진행되는 과정을 읽어야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확인할 수 있죠.” 이런 맥락에서 볼 때 2009년 아세안(ASEAN) 국가들이 설립한 ‘아세안 정부간 인권위원회’나, 얼마 전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인권선언’에 획기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인권이란 개념에 대해서도 서구에서 주어진 것으로 보는 자세에서 벗어나, ‘특수성을 포괄하는 보편성’(filtered university)으로 이해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인권을 지역의 특수한 상황과 같이 내부의 동적인 과정을 거치며 발전된 것으로 파악하자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의 정체성이 무엇이며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깊이 연결된다.

“아시아 공동체는 머지않은 시기에 만들어질 것입니다. 문제는 경제·안보협력에만 치중하는 흐름에서 벗어나, 인권·평화·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통해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들어주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채우는 일입니다.”

백 교수는 내년부터 포드재단과 협력해 동아시아 정부와 시민사회가 폭넓게 참여하는 ‘동아시아 공동체 포럼’을 추진할 예정이라 한다. 그는 이 포럼에서 한국이 큰 구실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세계적 차원의 대안 담론을 구상하는 일은 국내 현안의 해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경제민주화의 경우 단지 재벌의 소유 구조 개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어떻게 민주적인 통제를 높일 수 있을까’ 같은 세계적 차원의 고민을 포괄해야,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굳이 말하자면 ‘새로운 차원의 세계화’가 나의 주된 연구 과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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