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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먼지쌓인 ‘세계문학전집’ 뒤 ‘속물의 계보학’

등록 2012-12-28 20:22

<속물 교양의 탄생>
박숙자 지음/푸른역사·2만원
<속물 교양의 탄생> 박숙자 지음/푸른역사·2만원
잠깐독서
<속물 교양의 탄생>
박숙자 지음/푸른역사·2만원
수많은 사람들이 세계문학전집을 책장에 모셔둔다. 사들인 지 몇 해가 지나도록 한 번도 펼쳐보지 않고 말이다. 우리는 대체 언제부터, 어떤 이유에서 이런 책들을 읽어왔고, 소장하기 시작한 걸까. <속물 교양의 탄생>은 이른바 명작으로 불리는 세계문학전집에 대한 계보학적 보고서다. 니체가 <도덕의 계보>에서 도덕의 근원을 파헤쳐 전통 도덕관념에 근본적인 회의를 제기했다면, 지은이는 세계문학이 명작으로 둔갑해 필독서로 읽히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명작 이면에 숨은 속물적 욕망을 들춰낸다.

책이 주목하는 시기는 일제강점기다. 사람들이 전집으로 유통되는 명작을 문명의 표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때다. ‘명작을 얼마만큼 소장하고 있는가’가 교양의 정도를 가늠하는 잣대로 등장하면서, 책을 읽었는지 아닌지 하는 실제적 독서행위가 아니라, 명작을 소장하고 있는지 아닌지가 중요해졌다. 호화 양장본과 유럽풍의 서재가 상류층의 계급적 기호로 떠오르고, 명작이 전시·과시용으로 소비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속물 교양’의 시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금도 필독서로 세계문학전집을 꼽고, 교양의 증서로 책장을 장식하는 가식은 계속된다. 이 책은 좋은 책이 자본주의적 관계 안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 그 과정을 쫓는다. 물론 그 과정에는 무엇이 명작이고, 명작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따라온다는 사실도 기억하기를.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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