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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장수 조생 따라 조선팔도 책문화 기행

등록 2013-01-04 19:50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
정창권 글, 김도연 그림
사계절·1만1000원
조선시대에도 서점이 있었을까? 물론이다. 책대여점은? 있었다.

‘세책가’라고 일컬어진 당시의 책 대여점은 지금의 텔레비전 드라마처럼 재미난 한글소설을 싼값에 빌려볼 수 있어 여염집 아낙네들의 사랑을 받던 곳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것도 있다. 보따리장수처럼 책을 들고 다니며 집집으로 팔러 다니던 책장수다. 일종의 주문배달 서비스업자인 책장수는 귀한 책을 구하던 선비들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었던 양반집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다.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은 모르는 책이 없고 구할 수 없는 책도 없으며, 수십년 동안 같은 모습으로 책을 팔러 다녀서 ‘조신선’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조생에 관한 이야기다.

똘똘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며 사람들에게 관심 많은 소년 추재는 꾸러미 대신 옷자락 구석구석에 책을 넣고 팔러 다니는 조생을 알게 된다. 조생의 독특한 풍모와 성격, 그리고 그가 알고 있는 방대한 책지식에 끌린 추재는 틈만 나면 조생을 만나 따라다닌다.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주자대전>을 구하기 위해 지금의 국립출판사에 해당되는 교서관을 찾아가고, 종이공장인 조지서도 가서 종이 만드는 과정을 구경한다.

선비들을 위한 한문책만 취급하던 조생은 어느날 밤 양반집 마님에게 불려간다. 한글 소설에 푹 빠진 안방마님은 무려 180책(지금의 권)에 달하는 대하소설 <완월회맹연>을 구해 달라고 요청한다. 조생이 이 책을 찾아 세책가를 뒤지고 다니는 여정은 당시 규방 여성들의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모습이다. 또 당시 조선의 역사를 왜곡했다는 이유로 금서로 묶인 명나라 주린의 <명기집략> <강감회찬>은 일부 양반들 사이에서 몰래 읽혔는데, 이 책들을 판매하던 책장수들이 사형당하거나 귀양을 가야 했던 영조 때 초유의 책장수 탄압사건도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이처럼 책장수 조생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건 조선시대의 다양한 책문화와 독서 풍속사다.

일부 독자는 책을 펴면서 눈치챘겠지만 추재는 조선시대 문필가 조수삼(1762~1849)의 호다. 추재의 <추재집> 8권 ‘육서 조생전’의 내용을 역사학자 정창권씨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썼다. 중인 출신으로 사회의 주변인에 대한 애정을 담아 <추재기이>를 썼던 원래 지은이의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녹아들었고, 조선시대 인쇄기술이나 조선왕조실록 등의 구체적인 역사 정보들도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그림 사계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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