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65) 시인
산문집 ‘섬진강 이야기’ 펴낸 김용택 시인
고향얘기에 교단일기 더한 8권
“자본유입에 농촌공동체 사라져”
가을께 귀향해 주민과 동고동락
고향얘기에 교단일기 더한 8권
“자본유입에 농촌공동체 사라져”
가을께 귀향해 주민과 동고동락
“자본의 잠식으로 이제 농촌 공동체는 황폐화하고 붕괴되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아름다운 공동체는 시간의 흐름 속에 사라져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제 기억 속에 남은 한 작은 마을의 삶을 되돌아 본 이 책들이 지금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65·사진)씨가 고향 마을과 그곳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글들을 한데 모아 산문집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전8권·문학동네 펴냄)를 묶어냈다. 새로 쓴 글들로는 <내가 살던 집터에서> <살구꽃이 피는 마을> 두 권을 묶었고, 이미 책으로 나왔던 글들을 주제별로 재배열해 <섬진강 남도 오백 리> <진메 마을 진메 사람들> <같이 먹고 일하면서 놀았다네> <꽃이 피는 그 산 아래 나는 서 있네> 다섯 권을 새로 펴냈으며, 여기에 <창우야 다희야, 내일도 학교에 오너라> <김용택의 교단일기> 등 교육 산문집 두 권을 더했다.
김 시인은 15일 낮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한때 35가구까지 번창했던 고향 마을이 지금은 10가구에 총인구 25명으로 줄었습니다. 2년 전부터 병원에 입원해 계신 제 어머니를 비롯해 마을에 상주하지 않는 분들을 빼면 20명도 채 안됩니다. 제 섬진강 산문들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돌아가셨죠. 이번에 책을 새로 내려고 원고를 다시 읽으면서 몇 번이나 눈물을 훔쳤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시인에게 섬진강과 고향 마을이 온전히 과거 시제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지금 임실군의 도움을 받아 고향 마을의 집 주변에 ‘김용택의 작은 학교’를 만드는 중이다. 지금은 전주에 거주하고 있지만, 학교가 완성되는 올 가을이나 겨울쯤에는 마을로 내려갈 계획이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글쓰기를 하고, 모교이자 오래 교사로 근무했던 덕치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학교실도 열 작정이다.
“선생을 시작할 때부터 내가 태어나 자란 곳에서 평생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 개인적으로는 행복하게 잘 살았죠. 그러나 마을 전체를 놓고 보면 지난 수십 년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자본의 유입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세월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기억 속의 아름다운 마을에서 유배된 채 가까스로 임시정부를 지키고 있는 셈입니다.”
그는 요즘 자신의 등단작이자 출세작이기도 했던 <섬진강> 연작시를 다시 쓰고 있노라고 했다. 28번에서 중단되었던 연작을 이어 44번까지 썼고 더 이어서 봄에는 새 시집을 낼 계획이다. “예전 연작 시의 기본 정신은 유지하되 자본 속에 매몰된 인간성과 삶의 삭막함을 두루 챙기는 새로운 언어를 선보일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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