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창비·1만6000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창비·1만6000원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그린 <눈>은 어른이 좋아하는 그림책의 계보에 들어갈 만한 책이다. 고개를 숙인 남녀가 손을 잡고 서 있는 표지의 우아하고 사색적인 그림부터 예사롭지 않다. 본문의 내용 역시 철학적이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어려운 내용은 전혀 아니다. 사물을 보는 눈의 가치와 본다는 것과 볼 수 없다는 것의 의미를 대여섯살 아이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았다.
본문은 한 장 걸러 한 장 씩 두 개의 구멍이 나 있다. 사람의 두 눈 모양이다. 이 구멍 난 장을 넘기면 눈동자처럼 보였던 것들은 꽃의 암술·수술이거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동그란 커피잔, 구슬 같은 것들이다. 일종의 반전인 셈이다. 이런 반전을 통해 평소에는 소중한 줄 잘 몰랐던 눈이 우리를 기쁘게 하는 꽃이 되기도 하고, 세상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이기도 하며,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와도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꼭 눈이 있어야만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는 눈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안 하지’라고 말하면서 작가는 보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다. 눈이 좋은 사람에게 안 보인다는 건 망이 없는 라켓으로 테니스를 치거나 튜브를 옆에 두고도 잡지 못해 물에 빠지는 것처럼 힘들고 끔찍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 보이지 않아도 듣고 느끼고 만지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을 행복해할 수도 있어. 볼 수 있는 사람이나 보지 못하는 사람이나.’ 이 장을 넘기면 커다란 코와 첫 장에 나왔던 꽃이 다시 등장한다. 보이는 사람은 꽃의 화사함에 감동받지만 안 보이는 사람은 꽃 향기를 맡으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시각장애인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 갔다가 친구가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감명을 받아 이 책을 그리게 됐다고 한다. 편견에서 벗어난다는 건 뜻밖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셈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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