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명의 낙태 수기 ‘쉽게 가해자로 몰지 마’
있잖아… 나, 낙태했어
한국여성민우회 지음
다른·1만1000원 한국에서 낙태는 불법이다. 2010년 산부인과 의사들로 구성된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고발에 나섰고, 저출산 정책이 맞물려 처벌이 강화됐다. 시술비용은 이전보다 10배 이상 높아졌다. 중국 등으로 ‘원정 낙태’를 가는 여성들도 생겼다. <있잖아… 나, 낙태했어>는 지금까지 논외의 문제였던 낙태 여성들 개인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을 펴낸 한국여성민우회는 “낙태를 단순히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처벌하기까지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민우회로 전화를 건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혼 소송 중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셋째를 지운 걸 고소하겠다고 변호사를 통해 알려왔습니다. 자기는 동의하지 않았던 양 얘기하는 걸 보고 있자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여성들은 몸이 너무 힘들어서, 육아에 대한 공포로, 주변의 강요로, 배우자에 대한 불신으로, 사회적 낙인을 피하기 위해 낙태를 고민한다. 낙태는 우리 사회 구조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다. 낙태를 철저히 한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책에서는 낙태 여성 25명의 경험담이 풀려나온다. 낙태를 결심하기까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때 남자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산부인과에서의 불쾌한 기억까지 그들 개인의 목소리를 하나씩 온전히 담아냈다. 이들의 경험담은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연대가 된다. 홀로 눈물 흘리며 고민하고 있을 많은 여성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성공’보다 ‘행복’ 묻는 조금 다른 멘토들
나에게 더 미안해지기 전에
이정국·임지선·이경미 지음
쌤앤파커스·1만5000원 생존·경쟁·스펙만 따지는 사회, 20대 청춘들의 방황과 고뇌는 깊어간다. 기성세대는 부와 명예, 성공만 강요하고, 멘토들 조언도 ‘현실 순응’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행복한 인생의 필요충분조건이 정말 ‘부’ ‘명예’ ‘성공’뿐일까! <나에게 미안해지기 전에>는 20대의 인생과 행복의 조건에 주목한 책이다. <한겨레> 오피니언 면에 1년 남짓 연재한 사회·문화 명사들과의 인터뷰 기획물 ‘청춘상담 앱’을 엮었다. 연재 당시 김창완·혜민 스님·김난도·정혜신·김미화·도종환·유홍준·김정운·한비야·박경철·백지연 등 21명의 명사들이 고민 상담사로 나섰고, 20대 젊은이들을 인터뷰어로 섭외해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어떻게 사는 게 성공일까? 행복의 조건은 뭘까? 이들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주관 갖고, 하고 싶은 것 하라.’ ‘실패해도 좌절 금지.’ “인생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한 사람들은 뜻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후회 없다.”(유홍준 교수) “안정된 직장 가지면 뭘 할거냐? 자기 능력 최대치로 쓰는 일 하면서 시원한 세상 만드는 삶 살자.”(한비야씨) 야구선수 양준혁씨는 수천번 실패를 맞본 뒤 ‘만세타법’을 만들었고, 개그맨 김병만씨는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떨친 뒤 무대울렁증을 극복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실패와 좌절, 방황의 시절이 있다. 21명의 멘토 역시 청년시절 그랬다니, 참 흥미롭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문학·인문서 넘나드는 정여울의 독서록
마음의 서재
정여울 지음
천년의상상·1만6000원 정여울. ‘정’이 ‘여울’진다는 뜻일까? 동그란 ‘ㅇ’(이응)을 이름 세 글자에 다 새겨서일까. 문학평론가 정여울씨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참 곱다’고 느꼈다. 직접 만나도 그 느낌은 그대로였다. 이응 소리로 부드럽게 속삭이다 어느덧 깊게 여울진다. 시내를 부드럽게 흐르던 물방울도 여울을 만나면 세찬 물살이 된다. 정씨의 글도 그렇다. <마음의 서재>는 정씨가 <한겨레>에 ‘정여울의 청소년 인문학’이란 문패 아래 3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갈무리한 책이다. 문학과 인문서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그의 글엔 읽는 이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데가 있다. 이 책은 정씨가 글에서 소개한 책들의 저자와 나눈 교감의 기록이자, 그의 글을 읽은 독자와 주고받은 마음의 기록이기도 하다. 얼마 전 그는 한 독자의 편지를 받았는데, 복역중인 청년이 보낸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책을 읽어야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요?” 지은이는 한참 답신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세상을 향한 두려움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가 보낸 답장은 이렇다. “인생을 확 바꾸는 책은 없지만 인생을 확 바꾸는 절실한 물음은 있다. 당신이 그 질문을 시작한 그 순간, 인생은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고. 지은이는 자신의 끝없는 독서욕을 들여다보다가 ‘내겐 앞으로 읽을 책목록 때문에 이미 읽은 책이 놓일 마음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읽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퍼뜨려 나누는 것’이라고 그는 나직이 속삭인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표창원이 말하는 ‘보수란 무엇인가’
표창원, 보수의 품격
표창원 구영식 지음
비아북·1만4000원 지난 대선 기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경찰의 즉각 수사를 촉구하며 교수직을 사퇴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교수직을 내려놓고 정의·공정·평화를 외치자, 그를 향한 세상의 질문이 시작됐다. ‘너는 어느 편이냐.’ 보수 쪽에서는 정체를 밝히라 했다. 진보 쪽에서는 우리편 아니냐고 떠본다. 진보냐 보수냐, 내 편이냐 아니냐를 묻고 따지는 세상에서 합리와 상식은 내몰리고, 진영 논리만 살아 눈을 번뜩인다. <표창원, 보수의 품격>은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자, 보수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가 표 전 교수와 한 네 차례 인터뷰를 풀어 엮었다. ‘나는 보수주의자다’라고 당당히 외치는 표 전 교수는 ‘보수=수구꼴통’이란 등식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리고 보수, 정확히 말해 ‘사이비 보수’의 가면을 벗김으로써 이 등식을 깨버린다. 그는 말한다. 군 면제를 대물림하는 자, 위법과 탈법을 권력으로 가리는 자, 사람의 입을 막고 ‘종북좌빨’을 외치는 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자는 보수가 아니라고. 그런데, 이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보수’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그들이 참된 보수가 아니라 얼치기 짝퉁이었다니. 그러니 보수여, “의무를 지키고, 공익을 위하며, 비판에 당당하라.” 품격 있는 보수가 되는 길은 거창한 게 아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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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선 여가부 후보, 세금 지각납부에 탈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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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 지음
다른·1만1000원 한국에서 낙태는 불법이다. 2010년 산부인과 의사들로 구성된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고발에 나섰고, 저출산 정책이 맞물려 처벌이 강화됐다. 시술비용은 이전보다 10배 이상 높아졌다. 중국 등으로 ‘원정 낙태’를 가는 여성들도 생겼다. <있잖아… 나, 낙태했어>는 지금까지 논외의 문제였던 낙태 여성들 개인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을 펴낸 한국여성민우회는 “낙태를 단순히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처벌하기까지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민우회로 전화를 건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혼 소송 중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셋째를 지운 걸 고소하겠다고 변호사를 통해 알려왔습니다. 자기는 동의하지 않았던 양 얘기하는 걸 보고 있자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여성들은 몸이 너무 힘들어서, 육아에 대한 공포로, 주변의 강요로, 배우자에 대한 불신으로, 사회적 낙인을 피하기 위해 낙태를 고민한다. 낙태는 우리 사회 구조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다. 낙태를 철저히 한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책에서는 낙태 여성 25명의 경험담이 풀려나온다. 낙태를 결심하기까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때 남자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산부인과에서의 불쾌한 기억까지 그들 개인의 목소리를 하나씩 온전히 담아냈다. 이들의 경험담은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연대가 된다. 홀로 눈물 흘리며 고민하고 있을 많은 여성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이정국·임지선·이경미 지음
쌤앤파커스·1만5000원 생존·경쟁·스펙만 따지는 사회, 20대 청춘들의 방황과 고뇌는 깊어간다. 기성세대는 부와 명예, 성공만 강요하고, 멘토들 조언도 ‘현실 순응’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행복한 인생의 필요충분조건이 정말 ‘부’ ‘명예’ ‘성공’뿐일까! <나에게 미안해지기 전에>는 20대의 인생과 행복의 조건에 주목한 책이다. <한겨레> 오피니언 면에 1년 남짓 연재한 사회·문화 명사들과의 인터뷰 기획물 ‘청춘상담 앱’을 엮었다. 연재 당시 김창완·혜민 스님·김난도·정혜신·김미화·도종환·유홍준·김정운·한비야·박경철·백지연 등 21명의 명사들이 고민 상담사로 나섰고, 20대 젊은이들을 인터뷰어로 섭외해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어떻게 사는 게 성공일까? 행복의 조건은 뭘까? 이들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주관 갖고, 하고 싶은 것 하라.’ ‘실패해도 좌절 금지.’ “인생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한 사람들은 뜻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후회 없다.”(유홍준 교수) “안정된 직장 가지면 뭘 할거냐? 자기 능력 최대치로 쓰는 일 하면서 시원한 세상 만드는 삶 살자.”(한비야씨) 야구선수 양준혁씨는 수천번 실패를 맞본 뒤 ‘만세타법’을 만들었고, 개그맨 김병만씨는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떨친 뒤 무대울렁증을 극복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실패와 좌절, 방황의 시절이 있다. 21명의 멘토 역시 청년시절 그랬다니, 참 흥미롭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정여울 지음
천년의상상·1만6000원 정여울. ‘정’이 ‘여울’진다는 뜻일까? 동그란 ‘ㅇ’(이응)을 이름 세 글자에 다 새겨서일까. 문학평론가 정여울씨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참 곱다’고 느꼈다. 직접 만나도 그 느낌은 그대로였다. 이응 소리로 부드럽게 속삭이다 어느덧 깊게 여울진다. 시내를 부드럽게 흐르던 물방울도 여울을 만나면 세찬 물살이 된다. 정씨의 글도 그렇다. <마음의 서재>는 정씨가 <한겨레>에 ‘정여울의 청소년 인문학’이란 문패 아래 3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갈무리한 책이다. 문학과 인문서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그의 글엔 읽는 이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데가 있다. 이 책은 정씨가 글에서 소개한 책들의 저자와 나눈 교감의 기록이자, 그의 글을 읽은 독자와 주고받은 마음의 기록이기도 하다. 얼마 전 그는 한 독자의 편지를 받았는데, 복역중인 청년이 보낸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책을 읽어야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요?” 지은이는 한참 답신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세상을 향한 두려움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가 보낸 답장은 이렇다. “인생을 확 바꾸는 책은 없지만 인생을 확 바꾸는 절실한 물음은 있다. 당신이 그 질문을 시작한 그 순간, 인생은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고. 지은이는 자신의 끝없는 독서욕을 들여다보다가 ‘내겐 앞으로 읽을 책목록 때문에 이미 읽은 책이 놓일 마음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읽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퍼뜨려 나누는 것’이라고 그는 나직이 속삭인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표창원 구영식 지음
비아북·1만4000원 지난 대선 기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경찰의 즉각 수사를 촉구하며 교수직을 사퇴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교수직을 내려놓고 정의·공정·평화를 외치자, 그를 향한 세상의 질문이 시작됐다. ‘너는 어느 편이냐.’ 보수 쪽에서는 정체를 밝히라 했다. 진보 쪽에서는 우리편 아니냐고 떠본다. 진보냐 보수냐, 내 편이냐 아니냐를 묻고 따지는 세상에서 합리와 상식은 내몰리고, 진영 논리만 살아 눈을 번뜩인다. <표창원, 보수의 품격>은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자, 보수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가 표 전 교수와 한 네 차례 인터뷰를 풀어 엮었다. ‘나는 보수주의자다’라고 당당히 외치는 표 전 교수는 ‘보수=수구꼴통’이란 등식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리고 보수, 정확히 말해 ‘사이비 보수’의 가면을 벗김으로써 이 등식을 깨버린다. 그는 말한다. 군 면제를 대물림하는 자, 위법과 탈법을 권력으로 가리는 자, 사람의 입을 막고 ‘종북좌빨’을 외치는 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자는 보수가 아니라고. 그런데, 이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보수’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그들이 참된 보수가 아니라 얼치기 짝퉁이었다니. 그러니 보수여, “의무를 지키고, 공익을 위하며, 비판에 당당하라.” 품격 있는 보수가 되는 길은 거창한 게 아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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