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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3월 23일 잠깐독서

등록 2013-03-22 20:09수정 2013-03-22 20:17

병원들 장삿속에 위협받는 환자들 목숨

병원장사-대한민국 의료 상업화 보고서
김기태 지음
씨네21북스·1만3000원

“무조건 큰 병원에 가야 해.”

많은 사람들에게 병원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내 목숨을 쥐고 흔들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곳이니까.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병원은 그런 두려움에 걸맞은 믿음을 보여주고 있는가? 그저 환자 주머니에서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빼낼 수 있을까에만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대한민국 건강 불평등 보고서>(나눔의집)를 펴낸 바 있는 저술가 김기태씨가 갈수록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 실태를 점검하러 나섰다. <병원장사-대한민국 의료 상업화 보고서>는 지은이가 <한겨레21> 기자로 일할 때 ‘병원 오티엘(OTL)’이란 제목으로 기획 보도했던 내용들을 가다듬어 펴낸 책이다. 지은이는 두달 동안 ‘가짜 환자’로 여러 병원을 두루 돌아다니는 등 병원의 속사정과 각종 자료를 헤집으며, 의료산업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상업적 이익에 매달리고 있는지 밝혀냈다.

2008년 7만9418명이던 한국의 척추수술 환자 수는 2010년 10만368명으로 껑충 뛰었다. 지은이의 현장 취재에 따르면,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한 과잉진료가 그 원인으로 의심된다. 책은 대형 병원들이 환자들을 독식하는 동안 점차 동네 병원들이 사라져가는 실태와 함께, 병원이 장사에 매달릴수록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은 위기에 내몰린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 최대 수혜자는 거대한 ‘의산복합체’를 구축한 기업 삼성일 것이라 한다. 최원형 기자


조국 교수가 만난 종횡무진 인물 탐구기

조국의 만남
조국 대담 및 정리
쌤앤파커스·1만5000원

최고 예능 피디로서 170일간의 <문화방송> 최장기 파업에 동참했던 김태호 <무한도전> 피디를 시작으로, 제주 구럼비 바위 폭파에 맞서 싸우는 강정마을 지킴이 강동균 회장, 동료들의 죽음의 행렬을 막고 일터로 돌아가려는 절박한 심정의 쌍용차 해고자들, ‘개념 가수’로 거듭난 이효리까지….

‘진보 지식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우리 시대 최전선’에 선 이들을 만났다. 지난 한해 대선정국에 실린 <한겨레> 연재물 ‘조국의 만남’을 묶은 이 책은 권력과 사회의 부조리에 팽팽한 장력으로 맞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불러내 ‘우리 시대의 야만’을 이야기한다. “정치로부터 절대 도망갈 수 없다”는 고은 시인의 말은 ‘인터뷰어’의 의표를 찌른다.

조국 교수는 뚝심 있는 질문을 통해 삶과 얽힌 ‘정치의 다층’을, 영화 <26년> 개봉 즈음에 만난 원작 만화가 강풀, 유기견을 키우며 동물보호운동가로 나선 이효리, 사람이 선해질 수 있는 ‘빈자의 미학’을 건축에 담는 승효상 건축가 등에게서 끌어낸다.

지난해 대선을 앞둔 시점에 만난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의 ‘진보의 재구성에 대한 고민’은 다시 읽어도 ‘시의성’에서 어긋남이 없다. “복지는 국민 전체 힘으로 이뤄내는 것이지 대통령이 베풀어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조정래 소설가의 통찰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기도 하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한국 현대사와 함께한 ‘저항인’ 함석헌

저항인 함석헌 평전
김삼웅 지음/현암사·2만원

“역사책을 썼지만 역사학자가 아니었고 시집을 냈지만 시인이 아니었고 농사를 짓고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농부도 교사도 못 되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지만 목사, 신부가 되지 아니했고 반독재 투쟁의 선봉에 섰지만 정치를 하지 않았다. 당대에 언론인 누구보다 날카로운 시론을 많이 썼지만 직업 언론인이 되지 않았다.”

함석헌(1901~89)은 구십 평생 어떤 관직에도 든 바 없지만, 그의 삶 자체가 한국 현대사의 큰 줄기를 이루는 인물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박정희·전두환 독재 시대까지 전 생애를 불의한 권력에 비폭력 저항으로 맞섰으며, ‘민’(民)을 뜻하는 ‘씨알’ 사상을 통해 씨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저항인 함석헌 평전>은 신채호부터 김대중·노무현까지 한국 현대사 인물들의 평전을 왕성한 필력으로 저술해온 김삼웅씨가 쓴 책이다. 시중에는 이미 몇 권의 함석헌 평전이 나와 있는데, 그런데도 다시 그의 평전을 내놓는 까닭을 지은이는 “그의 생애가 종교인, 재야사학자, 문필가, 시인 등으로 ‘왜소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함석헌의 삶을 ‘저항인’이란 말로 파악할 때 그 온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씨알학은 퇴계, 율곡, 서산대사, 다산의 학맥을 잇는, 20세기 한국이 배출한 사상이며, 21세기 인류가 지향해야 할 이상이라고 말한다. 함석헌 사상의 광맥을 후학들이 탐구해야 하는 이유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대한민국서 나이 50으로 산다는 것은

오십의 발견
이갑수 지음/민음사·1만3000원

“별거 있나.” 나이 오십이 된 선배에게 어떠냐고 묻자 되돌아온 답이다. 회사에선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치받히고, 무언가 좀 안정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여전히 정신없는 나이란다. 공자야 ‘쉰살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지만, 성인이 아닌 우리야 ‘뭐, 별거 있나.’ 그냥 정신없이 사는 거지.

그런데 여기, 오십에 접어든 뒤 인생과 세상에 대한 생각의 조각을 차곡차곡 모은 ‘아저씨’가 있다. 이갑수(54) 궁리출판 대표가 바로 그다. 오십줄에 들어선 뒤 여기저기 끼적거린 생각의 조각을 한데 묶어, 산문집 <오십의 발견>을 펴냈다. 그의 ‘나이 듦’은 편하고 순하다. 기저귀에 대한 뉴스를 보고선 어릴 적 “젖 달라고 울던 입에 요즘은 내 손으로 술을 자주 털어 넣는다. 어머니는 나에게 좋다는 것만 넣어 주셨는데 정작 나는 독한 것을 무시로 넣는다”고 반성하고, 몸이 아파 병원을 다녀온 뒤에는 거부할 수 없는 세월의 숙명 앞에 몸을 낮춘다. 일생을 하루에 빗대어 “나는 오후 2시를 지나고 있다. 오후는 ‘오십 이후’의 준말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지은이는 평생을 살아오며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펼쳐낸다. 그의 소박한 고백을 듣다 보면, 스스로의 인생을 마주 보게 된다. “인생은 무상할지 모르나,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오십의 발견’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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