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노래: 동양의 몸과 서양의 몸
구리야마 시게히사 지음
정우진·권상옥 옮김
이음·1만8000원
구리야마 시게히사 지음
정우진·권상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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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 의학에서 몸을 보는 시선은 다르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역사다. 우리 일상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한의사는 손가락으로 환자의 손목을 진맥부터 하지만, 양의사는 청진기로 심장의 박동부터 확인한다.
애초 고대 그리스와 중국 모두 환자의 몸을 진단하는 수단으로 손목에 집착했다. 중국의 의사는 양쪽 손목에 열두개의 맥박을 짚어 몸속 심장과 위, 간, 장 등의 상태를 알아냈다. 그리스의 의사였던 루푸스도 “진맥술을 알지 못하면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양에서 맥박은 심장이나 동맥의 두근거림이다. 동양에서 맥은 혈관도 박동도 아닌, ‘그득한지’(양), ‘비었는지’(허), ‘조용한지’(정), ‘움직이는지’(동), ‘매끄러운지’(활), ‘거친지’(삽)로 표현되는 “혈의 창고”다. 서양 의사들이 보기에는, 동양의 몸을 아는 방식은 이해하기 어려운 낯선 은유로 가득한 것이었다.
서양은 맥의 명확함을 추구했다. 16세기 폴란드 의사 스트루티우스가 맥을 언어가 아닌 음표를 사용해 이해하려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현대의 심전계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맥의 원칙은 ‘신비해서 분명하게 표현하기 어렵다’면서, 그 임상적 경험을 중시하는 쪽이었다.
이렇듯 몸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선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두 그림이 있다. 원나라 활수의 <십사경발휘>(1341년)와 벨기에 베살리우스의 <파브리카>(1543년)다. 활수는 살이 축 늘어진 중국인의 몸에 경락을 표시했고, 베살리우스는 해부도로 표현된 근육질의 몸을 표현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일본의 의학사학자 구리야마 시게히사(하버드대 교수)의 <몸의 노래: 동양의 몸과 서양의 몸>은 2001년 미국 의학사 분야의 가장 뛰어난 저작에 수여하는 웰치메달을 수상했다. 책은 동서양의 수많은 고전을 넘나들며 맥박과 언어, 근육, 안색, 피, 바람을 열쇳말로 하여 몸에 대한 동서양의 의학적 시선을 풀어낸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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