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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뇌’ 열풍 아직도 후끈

등록 2005-08-18 19:06수정 2005-08-18 19:08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요리 연습<br>
가와시마 류타 지음. 구몬출판 펴냄. 2005년 3월<br>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요리 연습
가와시마 류타 지음. 구몬출판 펴냄. 2005년 3월
뇌 단련 원리 과학적 입증 치매예방 기대 맞물려 계산 · 읽기 실습서 이어 건강한 식사 ‘보너스’ 내세운 뇌 활성화 ‘요리’ 책 불티
바깥세상 책읽기

머리가 좋아진다거나 뇌가 발달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책에는 으레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뇌 이야기는 어느 나라서든 주목도가 높다. 특히 뇌를 샅샅이 까뒤집어보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 일본인이다. 때문에 일본 서점가엔 주기적으로 ‘뇌 열풍’이 찾아온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이번 뇌 열풍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이론 소개에 그치지 않고 뇌를 실제 단련하도록 한 실습서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게다가 뇌 단련 원리를 입증하는 과학적 실험결과가 뒷받침되고 치매예방 효과에 대한 높은 기대가 맞물리면서 뇌 열풍이 장기화하고 있다.

뇌 열풍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가와시마 류타 도호쿠대 미래과학기술공동연구센터 교수(뇌과학)다. 그는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브레인 이미징’ 연구의 일본내 제1인자로 꼽힌다. 그는 이 연구방법을 통해 단순 계산과 읽기, 쓰기 등을 통해 뇌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가와시마 교수가 실험결과를 앞세워 2003년 11월 내놓은 책이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계산 연습>이다. 지금까지 120만부 가량 발매된 이 책은 지난해 한국에서도 <성인을 위한 뇌 스트레칭 3분>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간단한 더하기·빼기·곱하기 문제 100문항이 실려 있는 문제지를 하루 한장씩 60일 동안 풀게 돼 있다. 5일 문제를 푼 뒤 한차례씩 뇌가 좋아졌는지 알아보는 테스트도 들어 있다. 시간을 재가면서 문제를 풀어 계산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면 그만큼 뇌의 많은 부분이 활성화한다는 게 가와시마 교수의 주장이다. 그가 같은 시기에 낸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음독 연습>도 110만부 이상 발매됐다. 이 책은 계산 대신 소리를 크게 내 문장을 읽고, 한자 받아쓰기 연습을 하게끔 한 실습서다. 역시 읽는 속도가 빠를수록 더큰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지난 3월 선보인 책이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요리 연습>이다. 가와시마 교수가 요리전문가와 함께 펴낸 이 책은 요리책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요리를 통해 뇌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균형잡힌 식사도 하는 ‘일석이조’를 내세우는 게 다른 점이다. 그는 식단을 짜고, 야채를 썰고, 음식을 볶는 등 조리 과정에서 지적활동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대뇌 전두엽의 앞부분(전두전야)이 활성화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책 속에는 요리 도중 활성화하는 부위를 나타내는 화상도 담았다. 지금까지 7만부가 인쇄됐다. 가와시마 교수는 이밖에도 명작 읽기나 동요 부르기를 통한 뇌 단련 등 유사한 책을 지난 2년 동안 60권 넘게 펴냈다.

단순계산의 반복으로 뇌를 단련하는 것으로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가게야마 히데오가 지은 프린트집 형태의 <철저반복 100칸 계산>도 있다. 0에서 9까지 10개의 숫자를 가로·세로에 배치해 100개의 칸을 만든 뒤, 곱셈을 연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200만부 가까이 팔렸다.

또 음악을 이용한 뇌 실습서로 <머리가 좋아지는 클래식 입문>을 들 수 있다. 베스트셀러 <머리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의 표현법>의 저자이기도 한 히구치 유이치는 이 책에서 ‘클래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머리가 좋아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을 통해 뇌 기능을 개발할 것을 주장한다. 이밖에도 ‘아침을 든든히 먹는다’ ‘노래방 기계의 가사를 지운 채 노래를 부른다’ 등 생활습관을 통해 뇌를 단련하는 70가지 방법을 소개한 <머리가 좋은 사람은 뇌를 어떻게 단련하나>와 같은 책도 나와 있다.


뇌 열풍은 게임 등으로 장르를 넓혀가고 있다. 닌텐도가 가와시마 교수의 계산 연습서를 기초로 만든 게임 소프트웨어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DS 트레이닝’은 지난 5월 발매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뇌 단련 게임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세가에서 지난해 발매한 휴대용 게임기 ‘뇌력 트레이너’는 6개월만에 10만개나 팔려 히트상품의 대열에 올랐다. 간단한 사칙연산 문제를 액정화면에 표시해 되도록 빨리 풀도록 한 것이다. 주 고객은 40~60대다. 소학관은 치매예방을 내걸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뇌 단련 통신학습을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했고, 학습연구사는 종이접기나 퍼즐 등을 엮어 고령자용 <건강뇌 연습장>을 통신판매하고 있다.

뇌 열풍에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뇌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거나 뇌가 좋아지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뇌 만능주의’ 또는 ‘뇌 환원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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