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5월 4일 잠깐독서

등록 2013-05-03 19:41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

폴라 스테판 지음·인윤희 옮김
글항아리·2만2000원

지식을 향한 사랑만 있으면 과학자가 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어려운 문제를 푸는 흥미만을 좇는 사람들일까? 1996년 ‘과학 경제학’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미국에서 과학자들의 경제적 보상에 관한 연구를 해온 폴라 스테판은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한다. 지은이는 과학계를 분석하는 데 그 어떤 학문보다 경제학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면서 과학 연구의 세계를 밀도 있게 탐사한다.

이를테면 과학자에게 연구비용과 인센티브는 중요하다. “비용은 연구원들이 실험할 때 수컷 쥐로 할지, 암컷 쥐로 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논문을 발표할 학술지를 결정하는 데도 나라에서 지급하는 보너스나 다른 금전적 보상 등이 영향을 끼친다. 연봉, 특허 인센티브, 초기 연구비 및 기자재 비용, 정부와 기업의 연구 지원금 등 미국 과학자들이 처한 경제 현실은 그야말로 전쟁터나 다름없다. 과학자들의 ‘밥벌이’조차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과학계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연구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과제를 따기 위해 정부 부처를 전전하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호소하고, ‘비정규직 과학자’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이 풍성하게 내놓은 오늘날 미국 과학자들의 경제 현실이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죽어라 일하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
스베냐 플라스러 지음
로도스·1만4000원

“노동은 신성하다.” 이 말이 유난히 강조되던 때가 있었다. 이때 노동은 자아실현의 과정이거나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란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은 그 자체로 인간의 의무이며 ‘신의 명령’이란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현실에서 노동의 얼굴은 다면적이다. 때론 고통이며, 때론 즐거움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우리는 죽어라 일하지만 왜 행복하지 않을까’란 화두를 부여잡고 탐색한다. 일을 바쁘게 해치우고도 뿌듯함보다 상실감으로 우울해하는 ‘노동의 불화’는 오늘날 보편적 현상이다. 왜 일하는가란 물음에 즐거움이라고 답해도 그 즐거움이 진짜가 아닐 때도 많다.

“향락이 아닌 것을 향락으로 가장함으로써 자신을 기만하고 우울한 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자가당착의 향락 노동자”가 오늘날 노동의 실체라는 게 지은이의 진단이다. 이런 강박적 노동은 워커홀릭과 분주함의 문화로 나타나며, 금욕주의와 친화성을 띠며 성욕 상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종내에는 “사람을 싫어하고 자신만의 의례로 혼자서 즐기는 흩어진 개인들만 우글”거리지 않을까라는 게 지은이의 우려다. 노동의 우울에 대한 젊은 독일 지성의 해법은 무위, 곧 ‘놓아두기’다. “잠을 자거나 하릴없이 뒹굴거리거나 공상에 빠지거나 꿈을 꿀 때”와 같은 깊은 몽환의 상태 속에 자신을 놓아두는 것이다. 성과 위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참의미를 짚어주는 역작이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goni@hani.co.kr


일본의 작은 서점 지키는 사람 이야기

서점은 죽지 않는다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백원근 옮김
시대의창·1만5000원

이제 책은 대형 서점과 인터넷, 전자책을 통해 우리 곁에 온다. 동네나 대학가마다 있던 작은 서점들은 추억 속 풍경으로 변해 간다. 1997년에는 전국에 5683개 서점이 있었으나 2011년에는 1752개로 줄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해마다 1000개 넘는 서점이 문을 닫는다. 출판전문지 기자 출신인 지은이는 그런 흐름에 맞서 작은 서점을 지키려 분투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주민이 100명 정도밖에 안 되는 농촌 마을에서 서점을 지켜나가는 중년의 서점 주인이 있다. 청년들은 그에게 와 연애 상담을 하고 아이들은 재잘대며 책을 읽으러 온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이 서점을 지탱하는 힘이다. 또다른 주인공은 대형서점의 유능한 직원이었다가 저만의 방식으로 독자와 책을 이어주고 싶어 도쿄 중심가에 5평짜리 서점을 연 여성이다. 주목받지 못하는 책의 가치를 포착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능력으로 유명한 서점 직원이었다가 도서관 운동을 통해 책의 전도사가 되려는 이도 등장한다.

이들은 한권의 책과 진중하게 만나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려 애쓰지만, 좌절할 때도 많다. 한 주인공은 “서점은 작은 목소리의 세계입니다. 본래 책이란 ‘큰 목소리’를 신용하지 않는 세계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주류의 흐름에 순응해야 한다는 ‘명령’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이들의 고민 어린 분투기로도 읽힌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삶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는 안 변한다

이상한 나라의 정치학
이원재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한국은 40년 만에 국민소득이 10배 이상 늘어난 고속 성장 국가다. 시민의 힘으로 민주화도 일궈냈다. 하지만 여전히 ‘먹고사니즘’으로 대표되는 욕망이 들끓는 사회다. 적대적 경쟁과 증오의 폭주를 멈출 방법이 없을까?

‘착한 기업, 좋은 경영’이라는 열쇳말로 한국 사회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지은이는 2012년 대선 때 안철수캠프의 정책기획실장을 맡았던 경험을 바탕 삼아 정치와 삶의 선순환을 모색한다. 짧게나마 집중적으로 ‘정치’를 경험한 그가 보기에 한국의 정치는 이상하다. 합리적 토론을 깔아뭉개고 대립을 부추기는 증오상업주의, 행위의 성격을 규명하기보다는 누가 행위를 했느냐에 따라 판단하는 진영논리. 지은이는 정치가 바뀌어야 삶이 바뀐다기보다는, 삶이 바뀌어야 정치가 바뀐다는 결론에 이른다. 두부 한 모를 사기 위해 차를 몰고 대형 마트에 가지 않아도, 방금 만든 따끈따끈한 두부를 동네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삶. 어떤 삶을 원하는가?

투표하는 마음으로 윤리적 소비를 하는 시민이 늘어나야 하고, 단순 속보보다는 심층적 내용을 다루는 ‘슬로 미디어’가 주목받아야 한다. 한번의 투표는 삶을 바꾸지 않는다. 정치·사회·경제 각 분야에서 ‘내 삶의 혁신’이 먼저라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굴비야 미안해”…‘영광원전’ 이름 바꾼 사연
문성근 전격 탈당…“민주당 혁신 희망 안보여”
검찰 ‘국정원 댓글작업’ 사이트 8~9곳 전수 조사
김영환 “국회서 왕따당하는 안철수, 신당 추진할 것”
“몸도 불편한데 공부해서 뭐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