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목씨의 ‘한국도시 60년 이야기’
손정목씨의 ‘한국 도시 60년의 이야기’
한국에서 도시 행정 또는 도시 연구에 발을 담근 사람 가운데 손정목이라는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올해로 76살을 맞은 그는 개발 제일주의 시대였던 60~70년대 지방행정의 일선을 누볐다. 특히 1970년부터 8년 동안 서울시 기획관리관·도시계획국장·내무국장 등을 역임하며, ‘서울공화국’ 탄생의 중심에 섰다. 공직 퇴임 뒤에도 서울시립대에 재직하며 <조선시대 도시사회연구>(1977) <개항기 도시사회경제사연구>(1982) <일제강점기 도시화과정연구>(1996) 등을 펴내 ‘도시사회사’의 토대를 닦았다.
강남 개발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남산터널은 왜 뚫렸을까
현장경험 바탕으로 쓴 도시실록 ‘현실과 이론’을 겸비한 그가 <한국 도시 60년의 이야기 1·2>(한울)를 펴냈다. 도시사회사의 맥락에서 본 한국의 ‘현대’ 이야기다. 기왕에 <한국 현대도시의 발자취>(1988), <서울도시계획 이야기>(2003) 등을 펴내긴 했지만, 서울과 지방 도시를 아우르면서 ‘도시사의 관점에서 본 현대사’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시라는 ‘코드’로 해방 60년을 말하려는 그의 이야기는 정사()와 야사()가 섞여 들어간 역사 ‘에세이’에 가깝다. 도시 개발의 당사자였던 필자의 개인 체험과 당대의 객관적 사실을 함께 녹인 것이다. 바로 이런 특성이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규정한다. 1966년 제3한강교 기공식 때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강남 부동산 투기의 기원을 살피는 대목에선 강남 개발 초창기 행정 일선에 있었던 필자의 경험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대통령 암살을 목적으로 했던 1·21 사태 이후, “세검정과 평창동 일대를 개발해야 산악지대를 이용한 게릴라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청와대 북쪽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했다거나,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서울시를 요새화하겠다는 계획 아래 평시에는 도로로 전시에는 대피소로 쓸 수 있는 남산 1·2호 터널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들은 도시 개발에 깃든 ‘냉전’의 그늘을 보여준다. 그러나 빈민들의 삶터였던 무허가촌에 대한 ‘냉랭한’ 서술에선 도시행정가의 관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점이 도드라진다. 도시개발의 여러 폐해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비판에도 다소 인색하다. 개발의 당사자였으면서 그 기록자까지 자처한 필자 이후의 세대로 미뤄진 숙제이기도 하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남산터널은 왜 뚫렸을까
현장경험 바탕으로 쓴 도시실록 ‘현실과 이론’을 겸비한 그가 <한국 도시 60년의 이야기 1·2>(한울)를 펴냈다. 도시사회사의 맥락에서 본 한국의 ‘현대’ 이야기다. 기왕에 <한국 현대도시의 발자취>(1988), <서울도시계획 이야기>(2003) 등을 펴내긴 했지만, 서울과 지방 도시를 아우르면서 ‘도시사의 관점에서 본 현대사’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시라는 ‘코드’로 해방 60년을 말하려는 그의 이야기는 정사()와 야사()가 섞여 들어간 역사 ‘에세이’에 가깝다. 도시 개발의 당사자였던 필자의 개인 체험과 당대의 객관적 사실을 함께 녹인 것이다. 바로 이런 특성이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규정한다. 1966년 제3한강교 기공식 때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강남 부동산 투기의 기원을 살피는 대목에선 강남 개발 초창기 행정 일선에 있었던 필자의 경험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대통령 암살을 목적으로 했던 1·21 사태 이후, “세검정과 평창동 일대를 개발해야 산악지대를 이용한 게릴라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청와대 북쪽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했다거나,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서울시를 요새화하겠다는 계획 아래 평시에는 도로로 전시에는 대피소로 쓸 수 있는 남산 1·2호 터널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들은 도시 개발에 깃든 ‘냉전’의 그늘을 보여준다. 그러나 빈민들의 삶터였던 무허가촌에 대한 ‘냉랭한’ 서술에선 도시행정가의 관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점이 도드라진다. 도시개발의 여러 폐해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비판에도 다소 인색하다. 개발의 당사자였으면서 그 기록자까지 자처한 필자 이후의 세대로 미뤄진 숙제이기도 하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