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문인 50여명이 모여 작품 낭독과 토론을 벌이는 제7차 한·중작가회의가 26일 오전 중국 샤먼대학교 커리관 3층에서 개막해 황동규 시인이 연설을 하고 있다.
중국 샤먼서 7차 한중작가회의
‘자연과 인간의 공존’ 주제로
두 나라 시·소설 작품 낭독·토론
황동규 정현종 김주영 등 참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 주제로
두 나라 시·소설 작품 낭독·토론
황동규 정현종 김주영 등 참가
샤먼은 중국 푸젠성의 항구도시다. 중국 남동부의 경제·문화 중심지이자 ‘바다 위의 정원’이라 불릴 정도로 자연경관이 빼어난 도시다. 26~27일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제7차 한·중작가회의가 ‘자연과 인간, 아름다운 공존의 방식’을 주제로 삼은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문인 50여명이 2007년부터 해마다 두 나라를 오가며 작품을 낭독하고 문학 안팎의 현안에 관해 토론을 벌이는 한·중작가회의 제7차 대회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개막했다. 26일 오전 9시 샤먼대학 커리관 3층 회의실에서 막을 올린 이 행사에는 한국에서 시인 황동규·정현종·이시영·김경미·김민정과 소설가 김주영·박상우·권지예·전경린·천운영, 평론가 오생근·홍정선 등이, 중국에서는 시인 수팅·옌리·쯔촨, 소설가 아라이·우커징·쉬이과, 평론가 난판·셰유순 등이 참가했다. 올해 행사는 김주연과 난판 두 평론가의 기조 발제에 이어 두 나라 작가들이 시와 소설로 분과를 나누어 서로의 작품을 낭독하고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27일까지 진행된다.
김주연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오생근 서울대 명예교수가 대신 읽은 ‘자연을 노래하며 자연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중국과 한국 두 나라 문학에 반영된 자연관을 비교하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대결과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문학이 해야 할 일을 짚었다. 그는 “중국의 자연관은 전폭적인 수용과 그에 대한 순응에 가까운 반면 한국의 자연관은 인간과의 교통을 중시하는 차이를 보인다”고 보았다. “자연 자체의 오묘한 질서로 움직이는 도교적 자연관,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현실과 사회, 개인의 삶의 지혜를 배우려 하는 유교적 자연관”이 중국의 자연관이라면, “한국인에게 자연은 정서적 필요와 노동의 필요라는 점에서 인간의 필요에 닿아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중국과 한국을 막론하고 자연은 오늘날 위협받고 있다”며 쓰레기와 개발로 인한 자연훼손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아울러 “자연과 인간 사이를 기계가 차단하고 있다”며 “오늘의 문학은 기계가 차단시킨 자연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회복하는 일을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난판 푸젠성 사회과학원 원장 겸 푸젠성문련 주석은 ‘우리 세대의 문학’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21세기 중국 현실과 문학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문학에 투신한다는 것은 곧 당대를 체험한다는 것이며 심지어는 문학 속에서 가장 강렬하게 삶 자체를 의식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당대문학의 과제를 꼽았다. 난판은 “지금의 문제는 평등과 자유라는 혁명의 이상을 시장경제와 어떻게 원만하게 접합시킬 것인가”라며 “빈부격차의 해소, 그리고 그에서 비롯된 권력과 등급의 억제”를 주요한 과제로 들었다. 그는 “‘역사의 종언’이라는 주장은 환각에 지나지 않는다”며 “중국 당대문학의 여전한 급선무는 진지하게 이 세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고 주변의 역사와 긴장 속에서 전방위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발제에 이어 오후에는 두 나라 문인들이 시 분과와 소설 분과로 나누어 작품 낭독과 토론을 진행했다. 한·중작가회의의 독특한 전통 하나는 두 나라 문인들이 짝을 이루어 서로의 작품을 낭독하고 토론을 벌인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첫날 시 분과에서는 황동규의 시 ‘이별 없는 시대’ 외 3편을 중국 시인 리쑹타오가, 리쑹타오의 시 ‘역사 읽기: 경고(更鼓) 소리에 놀란 마음’ 외 3편을 황동규가 자기 나라 말로 읽고 상호 토론을 벌였으며, 이시영과 뤄잉, 이재무와 쯔촨, 김경미와 옌리가 같은 방식으로 낭독과 토론을 이어 갔다. 소설 분과에서도 김주영 소설 <잘 가요 엄마>를 중국 작가 아라이가 읽고 아라이 소설 <절름발이, 또는 신의 법칙>을 김주영이 읽고 토론했으며 이현수와 판샤오칭, 박상우와 허리웨이, 권지예와 린나베이가 같은 방식으로 낭독과 토론을 전개했다.
두 나라 문인들은 대회 이틀째인 27일에도 샤먼시문련 본관에서 분과별 낭독과 토론을 이어 가며, 대회가 끝난 뒤에는 함께 샤먼과 주변 지역을 여행하면서 우의를 쌓을 예정이다. 샤먼(중국 푸젠성)
샤먼/글·사진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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