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혁명에서 시장까지’ 굴곡 담아낸 중국 현대미술

등록 2013-05-26 20:16

20세기 중국미술사
뤼펑 지음, 이보연 옮김/한길아트·5만원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중국 베이징의 오래된 거리들에선 문화대혁명(문혁) 시기의 요란한 구호가 적힌 포스터나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추억의 기념품’으로 팔린다. 베이징의 첨단 미술거리 798의 갤러리에선 역사를 해체하는 초현실적인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장샤오강, 웨민쥔 같은 중국 현대 작가들의 작품은 피카소의 작품과 경쟁하는 초고가 상품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중국 현대 미술의 ‘변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세기 중국미술사>는 중국 미술이 굴곡 많은 격동의 역사 속에서 고뇌하고 몸부림쳐온 중국인들의 모습을 어떻게 고스란히 담으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 변신의 대장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동안 중국 미술에 익숙지 않았던 독자들을 향해, 시대별로 정치, 역사, 문화적 배경을 분석하고 그 맥락 속에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해주는 구성이 장점이다. 지은이는 전시기획자 겸 평론가인 뤼펑 중국미술학원 부교수다. 그는 ‘역사개조 2000~2009 중국 신예술’ 등의 전시를 기획해 중국 미술의 시대적 의미를 보여주려 노력해온 전문가다.

1000쪽 넘는 두께에 압도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중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200여명의 화가들에 대한 꼼꼼한 소개와 함께 대표작을 담은 600여장의 도판이 낯선 중국 미술의 매력을 발산한다.

문혁의 불길이 중국을 휘감고 있던 1967년 ‘마오 주석 혁명노선 승리 만세’ 전시회에서 발표된 <마오 주석 안위안에 가다>라는 그림은 그 시대를 드러낸다. 이 작품의 작가인 류춘화가 당시 <인민일보>에 발표한 “위대한 수령 마오 주석을 찬양하는 것은 우리들의 가장 큰 행복”이란 글은 당시 중국 미술계의 분위기를 상징한다. “우리는 마오 주석의 형상을 가장 부각되는 위치에 배치했다. 마오 주석의 높고 큰 형상은 … 마치 눈부신 태양이 떠오르듯 무한한 희망을 주고 있다.”

문혁이 끝나고 개혁개방이 시작되면서, 미술계에도 새 시대가 왔다. 1980년대는 문혁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강요한 비극과 상처를 묘사한 상흔미술, 새 시대를 도발적으로 표현하려 한 젊은 미술가들의 거리 전시회인 싱싱 미술전, 모더니즘, 초현실주의 등 온갖 실험이 분출한 시대였다. 하지만 1980년대 개혁의 희망이 1989년 천안문(톈안먼) 시위 진압으로 부서지고, 이후 ‘정치개혁 없는 경제개혁’이 진행되면서 예술도 시장을 쫓아 달려나갔다. 정치·역사적 이미지와 소비사회의 상표·이미지를 병치한 ‘정치 팝아트’에서 중국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색채는 오히려 중국 전위예술의 판로를 확장하는 주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지은이는 “권력구조가 복잡해진 탓에 권력도, 저항하는 쪽도 모두 시장 합법화를 배경으로 어쩔 수 없는 타협을 이뤄냈다”고 소개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