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왜?
김고연주 지음, 오승민 그림
돌베개·1만1000원
김고연주 지음, 오승민 그림
돌베개·1만1000원
애증 섞인 10대들의 시선에서
사회 속의 여성 문제로 확장해
행방불명된 엄마의 퍼즐 풀기 “엄마는 대체 왜 그래?” 사춘기 시절이든, 다 커서 어른이 됐다 싶은 나이든 아들딸들은 이런 말을 곧잘 내뱉는다. 엄마의 상황과 기분을 정말 알고 싶다는 뜻이면 좋으련만 대개는 신경질과 짜증만을 폭발시키는 데 그친다. 내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엄마, 공부하라 강요하는 엄마, 정작 필요할 때는 옆에 없는 엄마, 전화해서는 바쁜데 방해해서 미안하다며 허둥지둥 끊는 엄마…. 수많은 엄마의 모습이 스친다. 지은이 김고연주는 엄마에게 느끼는 애증 때문에 힘겨워할 십대들에게 차분히 말을 건넨다. 그러니까 엄마라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아니었다. 이 놀라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엄마 이해하기’는 시작한다. 몇십년 전 쯤 누군가의 딸로 태어났을 엄마라는 여성이 겪어온 성장기, 사회생활과 결혼생활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질서와 질곡의 근현대사까지 들먹여야 하니 그야말로 공부 중의 공부가 될 터다. 성매매 경험이 있는 십대들을 10년 동안 만나 연구하고 노인들의 생애사 기록작업을 하기도 했던 지은이는 ‘엄마 이야기’ 역시 십대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으로 풀어간다.
“밤마다 엄마가 틀어놓는 영어 테이프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잔다”는 영찬이, 아들 대학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주원이에게는 영어 광풍이 몰아치는 학벌사회 대한민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영어와 학벌에 극도의 불안을 느끼는 것은 엄마만의 잘못이 아니다. 회사에서 잘나가는 엄마가 자랑스러우면서도 비 오는 날 우산 갖다주는 친구 엄마들이 부러운 지현이, 바쁜 엄마 대신 할머니가 돌봐줬지만 늘 엄마 손길이 그립다는 수현이, 어려운 가정형편에 하루 종일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는 엄마 대신 집안일을 하게 돼 힘들다는 가영이의 사례를 통해서는 ‘모성’의 가치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한국 사회가 실은 그 이름으로 얼마나 심하게 여성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이혼으로 싱글맘이 된 뒤 늘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엄마가 안쓰럽다는 은주, 주말이면 아빠는 골프 치러 가는데 엄마는 맨날 집안일만 하니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경미, 공부 잘하는 누나와 비교당하며 “아들이니 더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 게 부담이라는 태민이 이야기 속에는 엄마들을 숨막히게 하는 가부장적 질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엄마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까지 훌쩍 커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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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돌베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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