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이후 학문영향 가장 큰 인물은?
함석헌·김수영·김지하 꼽아…책·사건엔 ‘사상계’ ‘5·18’
‘교수신문’ 학자 100명 조사 군사독재 시절 저항의 표상이었던 함석헌, 김수영, 김지하가 광복 이후 학문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꼽혔다. <사상계>와 광주민주화운동도 지난 60년 동안 학계에 큰 영향을 끼친 책과 사건으로 각각 선정됐다. 주간 <교수신문>은 각 분야별 학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같은 조사 결과를 23일 배포된 최근호를 통해 공개했다. 광복 60돌을 맞아 실시된 조사에서 학자들은 사상가 함석헌, 시인 김수영·김지하에게 나란히 5표씩을 던져 이들의 학문적 영향력을 높게 평가했다. 철학자 박종홍(4명), 사회학자 김진균(4명), 경제학자 박현채(3명), 문학평론가 백낙청(3명), 이론화학자 이태규(2명), 서양사학자 조의설(2명), 정치학자 최장집(2명)이 그 뒤를 이었다. 광복 직후부터 각 학문 분야의 기틀을 닦은 박종홍, 이태규, 조의설 등을 제외하면, 박현채·김진균·백낙청·최장집 등은 한국 민주화에 대한 이론적·실천적 기여가 높은 학자들이 두드러진 셈이다. 이런 경향은 주요 저술과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1950년 창간됐다가 박정희 정권에 의해 1970년 폐간된 월간 <사상계>는 19명의 추천을 얻어, 학문적으로 가장 높은 영향력을 발휘한 저술로 평가됐다. <자본론> 등 마르크스 저작·저술(16명)이 2위를 차지했고, 계간 <창작과비평>과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각각 15명의 추천으로 뒤를 이었다. <민족경제론>(박현채·12명), <해방전후사의 인식>(송건호 외·10명), <말과 사물>을 비롯한 푸코의 저술(8명),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김윤식·7명), <조선후기 농업사 연구>(김용섭·6명), 계간 <문학과지성>(6명) 등도 학문적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학자들은 또 학문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의 첫번째로 ‘광주민주화운동’(14명)을 꼽았고, ‘해방과 분단·건국, 한국전쟁’, ‘유신·긴급조치’,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와 확산·논쟁’(이상 각 13명) 등도 주요 사건으로 지목했다. ‘4·19혁명’(9명), ‘사회구성체논쟁’(8명), ‘5·16군사쿠데타’(8명), ‘6월 민주항쟁’(7명), ‘6·15 남북정상회담’(7명)등도 지식인 사회에 큰 변화를 준 사건으로 꼽혔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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