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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6월 24일 교양 잠깐독서

등록 2013-06-23 20:33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후각

욕망을 부르는 향기
레이첼 허즈 지음, 장호연 옮김
뮤진트리·1만5000원

대다수 한국인에게 된장은 고향의 냄새다. 그보다 소수의 일부 한국인들에게 청국장은 고향의 냄새다. 그보다 더 소수의 한국인들에겐 쇠똥도 고향의 냄새다. 왜 한국인들은 된장, 청국장, 쇠똥에서 향수를 느끼는 걸까?

이 책은 시각, 청각, 미각 등에 비해 뒷순위에 밀려 있던 후각의 지위를 격상시킨다. 후각은 감각 중에서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이다. 생존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감정은 “동물의 후각체계가 유도한 기본 행동 양식이 고도의 추상적인 방향으로 진화된 인지체계”다. 인간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2만3000번 숨을 쉰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후각 수용체는 냄새를 받아들이고 감정을 만들어낸다. 후각을 잃으면 감정을 잃어버린다. 장미꽃 향기도, 고소한 빵 냄새도, 애인의 땀 냄새도 느끼지 못하는 삶은 얼마나 단조로운가. 무감각한 삶은 욕망이 사라진 우울의 세계다. 실제로 뇌영상을 보면 냄새를 지각할 때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인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또한 인간은 냄새를 ‘배운다’. 아기들은 배설물 냄새를 좋아하며, 향긋한 바나나 냄새엔 반응하지 않는다. 같은 문화권에 사는 어른들과 비슷한 냄새 취향을 익히는 것은 여덟살 정도부터다. 즉 냄새는 본능이자 욕망이고 감정이며 학습과 문화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미국 현대문학 작가들의 집 탐구

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
앤 트루벡 지음, 이수영 옮김
메디치·1만3000원

셰익스피어, 괴테, 헤밍웨이 등 유명 작가들이 살았던 집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다. 미국 플로리다 키웨스트는 관광객의 절반이 헤밍웨이 집을 보러 온다고 한다. 사람들은 왜 작가가 살았던 집을 방문할까? 미국 오벌린대학 문학 교수인 앤 트루벡은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고 미국 현대문학 대표 작가 12명의 집을 여행한다.

딴 작가의 원고지를 가져다가 흩뿌려 놓은 월트 휘트먼의 집, 방문객이 타자기 좀 쳐보자고 뇌물을 찔러주는 헤밍웨이의 집 등 유명 작가들의 집은 기만과 장삿속이 뒤엉켜 있었다. 지은이는 “묘지 비석도 인기가 좋지만 집이야 말로 문학적 관음증, 숭배, 혹은 더 거칠게 말하자면 문학 포르노와 엮이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분명 이 책은 작가의 집에 대한 비판과 냉소에서 출발하지만, 문학에 대한 위선을 지적하는 동시에 문학을 사랑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이 책은 ‘지식여행자 시리즈’ 첫번째 작품이다. 두번째 책으로 나온 <나는 좀비를 만났다>는 캐나다 출신 민속식물학자 웨이드 데이비스가 좀비의 기원을 알아보기 위해 ‘아이티’를 찾아가 연구한 내용이 담겼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물과 불의 ‘라이벌’ 연암과 다산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고미숙 지음/북드라망·2만원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은 조선 지성사의 두 스타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18세기 정조의 시대를 대조적인 모습으로 살아낸 두 인물을 통해 그 시대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여준다. 연암은 “물 흐르듯 살아간, 유머와 패러독스의 달인”으로, 다산은 “불꽃처럼 살아간 리얼리즘과 파토스(격정)의 대가”로 등장한다.

연암은 집권세력 노론 명문가의 자제였지만 출세를 거부했다. 저잣거리 백성부터 지식인까지 세대·계층을 뛰어넘어 다양한 벗과 관계를 맺으며,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 ‘탈근대 21세기형 인간’이었다. <열하일기>, <양반전> 같은 연암 작품 속의 백성이 신분제도 따위에 포획되지 않는 능동적 존재인 것은 그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다산은 태생적 모범생이다. 재야세력 남인 명문가에서 태어나 과거 공부에 매진했다. 자신을 이해하는 정조에게 충성을 다했고, 부모에 대한 효와 형제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아간다. 서학(천주교)에 기울었다가 정조를 향해 달려가고, 18년 동안 유배의 삶 속에서 학문에 몰두한다. 그의 글은 핍박에 찌들어 비탄에 빠진 민(民)을 동정한다. 민족, 국가, 민중이 중시되던 20세기 말, 계몽주의자 다산과 <목민심서>가 유독 사랑을 받은 건 이 때문일 터다. 이들이 걸어간 ‘두개의 길’은 그 시대가 품고 있던 두가지 가능성일까.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교수직 버리고 쓰레기 뒤지며 산 이유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제프 페럴 지음, 김영배 옮김
시대의창·1만8000원

쓰레기. 국어사전에서는 못쓰게 되어 내다 버린 물건이나 도덕적, 사상적으로 타락하여 쓰지 못할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 설명한다.

쓰레기는 냄새나고 더럽다. 하지만 사람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살 수 없다. 특히 도시에서 쓰레기는 생활과 문화를 보여주는 거울 구실도 한다. 2001년 12월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종신교수직을 버리고 고향인 포트워스로 돌아간 제프 페럴은 8개월 동안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뒤지며 살았다. 학교를 떠났으니 수입이 없기도 했고 무엇에도 속박받지 않고 연구를 하고 싶어서였다. 연구를 위해 시작했지만 페럴은 생존을 위해 쓰레기통과 폐기물 처리장을 뒤지는 삶에 적응해간다. 그는 길에서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도시 쓰레기 수집가로서 직접 겪은 것과 마주했던 상황을 이 책에 기록했다. 버려진 옷이나 깡통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온통 관심을 쏟게 되는 길거리의 세계는 철저히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대안적 세상을 품고 있었다. 사회학자답게 그는 도시의 쓰레기를 통해 미국 사회의 대량소비 문화, 빈부 격차, 물질주의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의 대량생산과 그 결과로 나타난 낭비에 주목한다. 그에게 거리는 대학이었고 쓰레기통은 불평등과 도시 문제를 드러내는 연구실이고 강의실이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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