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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역사에 뿌리 놓고 뻗어가는 이파리

등록 2013-06-30 20:24수정 2013-07-18 11:52

뿌리와 이파리’의 최연희 편집주간(위 왼쪽부터), 정종주 대표, 김창덕 기획실장과 이승환, 제갈은영 편집팀장(아래)이 출판사의 대표작을 들고서 웃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뿌리와 이파리’의 최연희 편집주간(위 왼쪽부터), 정종주 대표, 김창덕 기획실장과 이승환, 제갈은영 편집팀장(아래)이 출판사의 대표작을 들고서 웃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작지만 강한 출판사 ④ 뿌리와 이파리
3년반 공들인 ‘유럽문화사’ 반향
12년간 인문·과학서 120여종 출간
삶의 진화 위한 ‘좌파적 모색’ 계속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에 선정된 <유럽 문화사>(도널드 서순 지음)를 두고 나온 심사평이다. 1800년에서 2000년까지 200년 동안의 유럽을 ‘문화시장의 팽창’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한 이 책의 한국판은 마치 “한국 출판문화가 현재 책을 이 정도로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작정한 책 같다. 2009년에 작업을 시작했는데 4명의 러시아어·프랑스어·영어·독일어 전공 번역가가 2년 넘게 번역에 매달렸고 이후 1년 반 동안 교정교열, 편집 작업을 했다.

다섯권짜리 책을 펴낸 곳은 출판사 ‘뿌리와 이파리’다. 정종주(49) 대표는 “<유럽 문화사>는 ‘뿌리와 이파리’ 첫 십년의 마디를 짓는 작품이란 의미를 두고 작업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출판사 시작한 지 딱 십년이 되는 해에 맞춰 내고 싶었으나 작업이 길어지다 보니 12년이 되고 말았다. 지난 12년 동안 <더 레프트 1848~2000: 미완의 기획, 유럽 좌파의 역사>, <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등 ‘좌파적 모색’의 책부터 <삼엽충>, <공룡 이후> 등 진화에 대한 ‘오파비니아 시리즈’, <고추, 그 맵디매운 황홀>, <돈가스의 탄생> 등의 인문서까지 120종이 넘는 책을 세상에 내놨다.

뿌리와 이파리는 ‘사회평론 길’에서 기자와 편집주간으로 일했던 정종주 대표가 독립해 세운 출판사다. 우리 사회의 ‘뿌리없음’에 대한 문제제기, 우리 사회의 문화적·지적 풍토와 독자들의 인문주의적 소양에 이바지하는 무성한 이파리를 찾고 만들어가는 소명 의식을 갖고 출판사 이름을 지었다. 자회사가 생기면 ‘줄기’, ‘꽃’ 등으로 뻗어나갈 야심도 가졌으나 아직이고 요즘 세대는 ‘뿌리 와이파이’로 오독하기도 한다.

현재는 최연희 편집주간과 과학 담당 제갈은영 편집1팀장, ‘좌파적 모색’ 담당 이승환 편집2팀장, 마케팅부터 총무까지 전담하는 김창덕 기획실장과 함께하고 있다. 이승환 팀장은 입사하자마자 <유럽 문화사> 막바지 작업에 참여해 색인 작업을 하며 고생을 했다. 정 대표는 “뿌리와 이파리에서 1년을 버티면 어딜 가도 잘나간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주장했다. 다른 출판사에서 “괜찮은 편집자를 뽑고 보니 뿌리와이파리 출신이더라”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나름의 보람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양옥집 2층에 있는 사무실을 어린이책 만드는 ‘여유당 출판사’와 함께 쓰고있다. 거기서는 조영준 대표가 3년을 공들여 ‘동아시아 대표동화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우주의 진화, 지구의 진화, 인간의 진화’를 다시 짚어보는 ‘오파비니아 시리즈’를 6년째 내고 있는 ‘뿌리와 이파리’와 끈기 대결 중이다.

‘뿌아모’는 큰 힘이 된다. ‘뿌리와 이파리를 아끼고 사랑하며 무엇을 이바지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약자로 매달 첫째 금요일 저녁에 만나 세상 이야기, 책 이야기를 하는 이 모임에는 번역자들이 중심이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기획도, <유럽 문화사> 번역진 엮는 일도 이 자리에서 가능했다.

이제 ‘앞으로의 10년, 어떤 마디를 지을 것인가’가 고민이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하다 자연스레 진보적 월간지 기자를 하다가 흘러 흘러 출판을 하게 됐죠. 이 일도 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혁명이라고까지 말하면 쑥스럽지만, 여하튼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꿔보려고 시작한 것인데 앞으로 이 조그만 출판사가 얼마나 세상에 튼실한 뿌리, 풍성한 이파리로 기여할 수 있겠는가 싶어 고민이 많습니다.” ‘이름값’에 대한 고민을 하며 오늘도 출판사는 조금씩 이파리를 뻗어가고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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