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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봄 비비고 가을 묵힌 맛있는 냄새

등록 2013-07-21 20:09

구수한 여름과 따끈한 겨울
계절마다 최고의 반찬 요리
자연과 뒹구는 시골 얘기 생생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오진희 글, 김홍모 그림
웃는돌고래·1만2000원

야호! ‘참나무 숲 이모’가 보낸 ‘초대장’이네. 숙제 다 했니, 이는 닦았니, 채소도 먹어야지…, 엄마 잔소리 때문에 고막에 딱지 질 지경인 걸 우리 이모는 어떻게 알았지? 요즘 과자랑 게임기만 끼고 지내는 사촌동생들에게도 ‘언덕 위 이모네 흙집’에 놀러 가자고 해볼까? “한 번 자면 눈을 뜨고 싶을 때까지 실컷 자고, 한 번 놀면 다시는 놀기 싫어질 때까지 실컷 놀기.” 이모네 집 규칙은 최고야. 안 지키기가 더 어려운 규칙이지 히히. 검둥개 곰실이, 열한 살 누렁이 황토랑 이웃집 고양이 털털이 녀석도 빨리 보고 싶다.

흠흠~ 코를 당기는 “뜨겁고 구수한 여름 냄새”. 이모집 마당 가마솥에서 호박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네. 오돌오돌 갈아 넣은 들깨, 방망이로 깨서 풍덩 던져 넣은 애호박, 껍질 벗겨 등을 비벼 북북 찢어 넣은 호박잎, 시골에 오면 왜 모든 게 맛있어질까? 이모는 “가장 좋은 반찬은 자연”이고 “여럿이 함께 먹으니 더 꿀맛”이래. 킁킁, 이건 무슨 ‘탄내’지? 아 내 감자, 다 타버렸잖아! 감자는 재 속에 묻어둬야 속까지 맛있게 익는단 사실, 누렁이 황토도 안대나?

그림 웃는돌고래 제공
그림 웃는돌고래 제공
지난봄 메뉴도 이모만의 자연식. “마당을 통째로 끓여먹고, 비벼먹을 거다!” ‘나 좀 먹어주세요’ 하고 꿈틀꿈틀 땅 위로 올라오는 봄나물 소리를 들어봐. 뒷마당 비탈의 머위 잎, 꽃밭 가장자리의 원추리 잎을 넣은 달큰한 나물 비빔밥을, 난 초식공룡 ‘나물리우스’로 변신해 먹어치웠지. 이모는 쑥물 들인 초록반죽과 오미자 물들인 분홍반죽에 진달래, 산동백, 민들레꽃을 올려 부친 ‘봄꽃전’ 간식도 차려냈어.

“가을을 먹자.” 이모는 가을엔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없대. 사과로 햇빛을 먹고, 달콤한 고구마로 흙의 기운을 먹고, 고소한 논두렁콩은 버얼건 숯불에 구워먹으면 끝. 가을걷이 끝난 이모네 창고는 박물관보다 볼 게 많아. 무말랭이, 말린 도라지, 보리수잼, 늙은 호박 몇 덩이, 들깨 봉지, 모래에 묻은 밤…. 겨울에도 팥죽 잔치가 기다리고 있어. 너희들도 엄마 잔소리를 피해 놀고 싶고 먹고 싶고 쉬고 싶을 땐 우리 이모네 집에 놀러 와.

어릴 적 자연과 뒹굴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복원한 ‘짱뚱이’ 시리즈의 작가 오진희씨의 첫 그림책. 도시에서 자연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시간을 맛있게 들려준다. 만화가 김홍모씨의 발랄하고 인간미 넘치는 그림이 눈에 착착 감긴다. 4살부터.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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