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팟캐스트마다 개성이 넘친다. 문학동네 ‘문학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 신형철 문학평론가(왼쪽부터), 창비의 ‘라디오 책다방’을 진행하는 김두식 교수와 황정은 소설가, 위즈덤하우스 ‘빨간 책방’의 이동진 영화평론가. 각 출판사 제공
‘빨간 책방’ ‘창비 책다방’ 인기
‘문학동네 채널1’ 31일 문 열어
TV 포맷 벗어나 자유롭게 소통
‘문학동네 채널1’ 31일 문 열어
TV 포맷 벗어나 자유롭게 소통
1540만. 지난 1년 2개월 동안 위즈덤하우스의 팟캐스트 ‘빨간 책방’을 청취자들이 내려받은 횟수다. 2~3년 전부터 20~40대 젊은 스마트폰 사용자 사이에서 불기 시작한 ‘팟캐스트 열풍’에 출판사들이 ‘책 프로그램 제작자’로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 속도에 맞춰 갈수록 더 많은 독자들이 팟캐스트로 책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팟캐스트를 내려받기 해두었다가 출근길에, 혹은 업무 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골라 듣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출판사 입장에서 이보다 제약 없고 매력적인 새 매체를 찾기도 쉽지 않다.
오는 31일 문학동네가 ‘문학동네 채널1’의 문을 열고 팟캐스트 ‘문학 이야기, 안녕하세요 신형철입니다’를 시작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씨가 고른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다루는 방송이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 팟캐스트 예술 분야 1~2위를 줄곧 지키고 있는 위즈덤하우스의 ‘빨간 책방’(이동진 영화평론가 진행)과 지난 2월에 문을 연 창비의 ‘라디오 책다방’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출판사가 팟캐스트 제작에 뛰어든 셈이다.
팟캐스트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듣는 라디오 방송을 뜻한다. 제작자가 녹음한 내용을 올리면 관심있는 사람들이 내려받아 듣는 구조다. 오디오 파일이라 용량이 작아 내려받기가 쉽다.
7월 현재 예술 분야 팟캐스트 순위를 보면 1위가 위즈덤하우스 ‘빨간 책방’, 14위가 창비 ‘라디오 책다방’이다. 두 방송 모두 진행자인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김두식 교수가 고른 책을 바탕으로 작가를 초대하거나 김중혁 소설가, 황정은 소설가 등 또다른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출판사의 팟캐스트 외에 작가나 독자가 직접 운영하는 팟캐스트도 인기다. 3위는 소설가 김영하씨의 ‘책 읽는 시간’, 6위는 책 전문 인터넷 방송 북디오의 ‘책 읽는 라디오’, 15위는 책카페 주인이 운영하는 ‘꿈타장의 유혹하는 책읽기’가 차지하고 있다.
젊은 독자들의 일상에 밀착해 소통할 수 있다는 면에서 팟캐스트는 어느 매체보다 강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빨간 책방’을 담당하는 왕인정 위즈덤하우스 소셜마케팅팀장은 “1년 넘게 운영해보니 청취자 중에 책의 실구매층이기도 한 30대 여성이 많았다”며 “책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이 출퇴근 시간과 업무 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출판사와 책 이야기를 접한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문학동네는 아예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을 청취 시간으로 겨냥해 ‘길어도 1시간30분이 넘지 않도록’ 방송 분량을 맞출 계획이다. 창비도 이번달부터 한 달에 두 번씩 올리던 방송을 매주 올리기로 했다. 일요일 밤마다 업데이트해 청취자들의 월요일 출근길부터 함께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지상파 방송 책 프로그램과 달리 ‘엄숙함’을 버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 17일에 올라온 ‘빨간 책방’에 출연한 김애란 작가는 “못 웃길까봐 걱정”이란 말을 했다. 공동 진행자인 김중혁 작가는 “이러고 노는구나” 하고 봐달라 했다. 황혜숙 창비 인문팀장은 “텔레비전 책 프로그램의 구태의연한 포맷에서 벗어나 책 이야기도 좀 편하게 하고 독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도 크지 않아 앞으로 더 많은 출판사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문학동네와 위즈덤하우스는 모두 스튜디오와 서버를 빌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스튜디오를 직접 만들어 제작에 나선 것은 창비가 유일하다. 월 5만원에 서버를 빌려주는 대여 업체들이 등장했고 서울 홍대 앞에 저렴한 비용으로 빌릴 수 있는 녹음실도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요 비용은 진행자와 초대손님에 대한 출연료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이런 방송을 만드는 데도 큰 비용이 들지 않아 좋다”며 “이번 ‘채널1’의 반응이 좋으면 ‘채널2, 3’으로 늘려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팟캐스트를 통해 꼭 자사 책을 홍보하지 않더라도 여러 면에서 책 시장과 출판사에 득이 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황혜숙 창비 팀장은 “댓글을 보면 ‘라디오 책다방’ 청취자들이 고급 독자층이어서 출판사로서는 홍보뿐만 아니라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으로까지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왕인정 위즈덤하우스 팀장은 “주요하게 다룬 책의 경우 방송 뒤 판매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며 “다른 출판사의 책을 다뤄도 이런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출판사를 알리고 책을 알리는 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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