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자본주의 아닌 사회주의가 대안
사상이 필요하다
김세균 외 8인 지음
글항아리·1만5000원 ‘87년 체제’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 실체를 되짚고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안은 ‘더 많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른 민주주의’다. 올해 2월 정년퇴임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의 마지막 강연을 엮었다. 김 교수와 홍세화 <말과 활> 발행인, 손호철·강내희·심광현·조희연·우희종·이도흠 교수,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함께 기획하고 하나씩 맡은 2012년 2학기 교양과목 강좌 ‘정치와 정치이념’의 9개 강의를 재구성했다. 김 교수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최종적 위기 국면인 지금 ‘반신자유주의 민주혁명’이 필요하며 이는 체제 내적 개혁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그는 야당세력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복지와 대표성 제고 차원의 ‘진보적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의 원활한 작동을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좌파 버전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자본주의 자체의 지양, 즉 사회주의다. 홍 발행인도 “과거와 관련돼 있는 모든 미신을 벗어버리고서야 비로소 19세기 사회혁명은 시작될 수 있다”고 한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존재 자체가 회고인 박근혜”의 극복은 역시 회고조인 독재 대 민주 대립구도의 자유주의적 대의제 민주주의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파괴와 무질서의 철 지난 계급투쟁이 아니라 “질서를 다시 세우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정치 행위”로서 계급투쟁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100그루 나무보다 50그루 숲의 지혜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
신승철 지음/알렙·1만3000원 들불처럼 번지는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운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질문은 따로 떨어진 100그루 나무보다 숲을 이루는 50그루의 나무가 더 강한데 그 비밀은 무엇일까란 문장으로 치환이 가능하다. 이 책은 사회와 숲을 비교하면서 자연스럽게 답을 찾아간다. “나무들이 모이면 숲이 된다. 나무와 나무에 ‘사이’가 생기고 사이와 사이는 곧 ‘흐름’이 된다. 사이와 흐름은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터전이 된다. 그럼으로써 숲은 1+1=2가 아니라 3도 되고 4도 된다. 마을공동체나 협동조합도 그렇다.” 지은이는 프랑스 녹색당의 이론가 펠릭스 가타리의 사상에 기대어 설명한다. 결국은 ‘숲의 지혜를 배우자’는 말을 철학적 용어로 바꾸어 제시하는 셈이다. 숲은 자족적인 생태계를 이루어 지구에 존재해온 선주민이다. 후발 출현한 인류가 과다 번식하면서 선주민은 물론 지구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뭔가 해야 하는데, 지은이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나부터, 그리고 너부터 바꾸라”고 말한다. 부품 하나 바뀐다고 사회가 달라질까? 지은이의 답은 “그렇다”다. 정치고 경제고 결국 부품과 부품의 연결체인데, 작은 부품 하나가 삐끗하면 시스템이 고장나거나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생각하고 실천하는 부품이어야 한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모든 무대는 사연을 품고 있다
무대미술의 눈
최상철 지음/안그라픽스·1만8000원 1998년 남미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극장으로 불리던 페루 리마의 시립극장 테아트로포레로가 화재로 타버렸다. 지붕은 사라지고 무대가 있던 주변엔 깊숙한 구덩이가 남았다. 리마시는 당장 복구할 돈도 없었다. 건축가 겸 무대미술가 루이스 롱가는 “아프지만 여기서 새로운 의미를 찾자”고 제안했고, 건축가와 연출가, 배우들이 하나둘씩 동조했다. 위험한 부분을 보강하고, 불탄 무대에 <리어 왕>과 <오셀로> <파우스트>를 불러냈다. 폐허로 변한 무대와 비극적인 인물들이 묘한 무대를 빚어냈다. 모든 무대는 이렇게 저마다의 은밀한 사연과 이미지를 품고 있다. 무대미술가인 최상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10년 넘게 세계 곳곳의 무대를 찾아다니며 써온 극장 기행과 공연 리뷰를 모은 이 책은 무대의 풍경과 그에 대한 사유를 섬세하게 풀어놓는다. 무대미술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연극과 시간,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객석에 앉아 텅 빈 무대를 바라보고 있으면 가끔 미궁이 떠오른다. 그곳에서 누군가의 눈으로는 우주를 보고 … 또 누군가는 사회를 보고 … 바짓가랑이 사이로 세상을 뒤집어 보듯 하는 곳이 바로 극장이다.” 프랑스의 오랑주에 있는 로마시대의 극장, 셰익스피어 시대의 질펀한 무대를 지켜봤을 영국 런던 셰익스피어글로브극장, 달빛을 받은 경회루에서 펼쳐지는 공연 등을 간접체험하며 상상을 펼치게 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역사의 시간을 그리다
시간 지도의 탄생
대니얼 로젠버그·앤서니 그래프턴
지음, 김형규 옮김/현실문화연구·4만4000원 지식과 정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인포그래픽’의 상상력은 최근 멀티미디어의 세계와 만나면서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다. 기존 스토리텔링 기법 자체를 흔들고 변화시키면서 단순히 텍스트의 보조물이란 인식은 어이없는 ‘오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보와 지식의 전달 방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포그래픽의 원형이라 할 만한 것이 역사적 사건을 시간 흐름에 따라 구성해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연표’다. <시간 지도의 탄생>은 옛사람들의 시간 개념과 인포그래픽적 상상력이 어떻게 발달해왔는지를 300여장의 희귀 도판들로 보여준다. 유구한 시간이란 ‘관념’이 공간적 은유를 빌려 고대인과 중세인은 물론, 현대인의 시각적 상상력을 어떻게 자극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예컨대 윌리엄 다턴이 1815년 만든 ‘휴대용 연표첩’은 천지창조부터 1815년까지의 긴 시간을 다루지만 고작 높이 5㎝짜리 두루마리로 표현됐다. 또 미국의 자연사박물관은 1342줄의 나이테로 미루어 볼 때 6세기 중반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101m, 하단 둘레 27.4m의 자이언트 세쿼이아가 1891년 쓰러지자, 이 거대한 단면에 나이테별로 역사적 사건을 기입해 전시함으로써 방대한 시간을 표현했다. 연표를 세계관·지식·창의성·기술의 축적물로 보는 두 사학자의 노고가 담겨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사상이 필요하다
김세균 외 8인 지음
글항아리·1만5000원 ‘87년 체제’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 실체를 되짚고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안은 ‘더 많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른 민주주의’다. 올해 2월 정년퇴임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의 마지막 강연을 엮었다. 김 교수와 홍세화 <말과 활> 발행인, 손호철·강내희·심광현·조희연·우희종·이도흠 교수,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함께 기획하고 하나씩 맡은 2012년 2학기 교양과목 강좌 ‘정치와 정치이념’의 9개 강의를 재구성했다. 김 교수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최종적 위기 국면인 지금 ‘반신자유주의 민주혁명’이 필요하며 이는 체제 내적 개혁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그는 야당세력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복지와 대표성 제고 차원의 ‘진보적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의 원활한 작동을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좌파 버전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자본주의 자체의 지양, 즉 사회주의다. 홍 발행인도 “과거와 관련돼 있는 모든 미신을 벗어버리고서야 비로소 19세기 사회혁명은 시작될 수 있다”고 한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존재 자체가 회고인 박근혜”의 극복은 역시 회고조인 독재 대 민주 대립구도의 자유주의적 대의제 민주주의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파괴와 무질서의 철 지난 계급투쟁이 아니라 “질서를 다시 세우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정치 행위”로서 계급투쟁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
신승철 지음/알렙·1만3000원 들불처럼 번지는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운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질문은 따로 떨어진 100그루 나무보다 숲을 이루는 50그루의 나무가 더 강한데 그 비밀은 무엇일까란 문장으로 치환이 가능하다. 이 책은 사회와 숲을 비교하면서 자연스럽게 답을 찾아간다. “나무들이 모이면 숲이 된다. 나무와 나무에 ‘사이’가 생기고 사이와 사이는 곧 ‘흐름’이 된다. 사이와 흐름은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터전이 된다. 그럼으로써 숲은 1+1=2가 아니라 3도 되고 4도 된다. 마을공동체나 협동조합도 그렇다.” 지은이는 프랑스 녹색당의 이론가 펠릭스 가타리의 사상에 기대어 설명한다. 결국은 ‘숲의 지혜를 배우자’는 말을 철학적 용어로 바꾸어 제시하는 셈이다. 숲은 자족적인 생태계를 이루어 지구에 존재해온 선주민이다. 후발 출현한 인류가 과다 번식하면서 선주민은 물론 지구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뭔가 해야 하는데, 지은이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나부터, 그리고 너부터 바꾸라”고 말한다. 부품 하나 바뀐다고 사회가 달라질까? 지은이의 답은 “그렇다”다. 정치고 경제고 결국 부품과 부품의 연결체인데, 작은 부품 하나가 삐끗하면 시스템이 고장나거나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생각하고 실천하는 부품이어야 한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무대미술의 눈
최상철 지음/안그라픽스·1만8000원 1998년 남미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극장으로 불리던 페루 리마의 시립극장 테아트로포레로가 화재로 타버렸다. 지붕은 사라지고 무대가 있던 주변엔 깊숙한 구덩이가 남았다. 리마시는 당장 복구할 돈도 없었다. 건축가 겸 무대미술가 루이스 롱가는 “아프지만 여기서 새로운 의미를 찾자”고 제안했고, 건축가와 연출가, 배우들이 하나둘씩 동조했다. 위험한 부분을 보강하고, 불탄 무대에 <리어 왕>과 <오셀로> <파우스트>를 불러냈다. 폐허로 변한 무대와 비극적인 인물들이 묘한 무대를 빚어냈다. 모든 무대는 이렇게 저마다의 은밀한 사연과 이미지를 품고 있다. 무대미술가인 최상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10년 넘게 세계 곳곳의 무대를 찾아다니며 써온 극장 기행과 공연 리뷰를 모은 이 책은 무대의 풍경과 그에 대한 사유를 섬세하게 풀어놓는다. 무대미술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연극과 시간,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객석에 앉아 텅 빈 무대를 바라보고 있으면 가끔 미궁이 떠오른다. 그곳에서 누군가의 눈으로는 우주를 보고 … 또 누군가는 사회를 보고 … 바짓가랑이 사이로 세상을 뒤집어 보듯 하는 곳이 바로 극장이다.” 프랑스의 오랑주에 있는 로마시대의 극장, 셰익스피어 시대의 질펀한 무대를 지켜봤을 영국 런던 셰익스피어글로브극장, 달빛을 받은 경회루에서 펼쳐지는 공연 등을 간접체험하며 상상을 펼치게 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시간 지도의 탄생
대니얼 로젠버그·앤서니 그래프턴
지음, 김형규 옮김/현실문화연구·4만4000원 지식과 정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인포그래픽’의 상상력은 최근 멀티미디어의 세계와 만나면서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다. 기존 스토리텔링 기법 자체를 흔들고 변화시키면서 단순히 텍스트의 보조물이란 인식은 어이없는 ‘오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보와 지식의 전달 방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포그래픽의 원형이라 할 만한 것이 역사적 사건을 시간 흐름에 따라 구성해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연표’다. <시간 지도의 탄생>은 옛사람들의 시간 개념과 인포그래픽적 상상력이 어떻게 발달해왔는지를 300여장의 희귀 도판들로 보여준다. 유구한 시간이란 ‘관념’이 공간적 은유를 빌려 고대인과 중세인은 물론, 현대인의 시각적 상상력을 어떻게 자극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예컨대 윌리엄 다턴이 1815년 만든 ‘휴대용 연표첩’은 천지창조부터 1815년까지의 긴 시간을 다루지만 고작 높이 5㎝짜리 두루마리로 표현됐다. 또 미국의 자연사박물관은 1342줄의 나이테로 미루어 볼 때 6세기 중반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101m, 하단 둘레 27.4m의 자이언트 세쿼이아가 1891년 쓰러지자, 이 거대한 단면에 나이테별로 역사적 사건을 기입해 전시함으로써 방대한 시간을 표현했다. 연표를 세계관·지식·창의성·기술의 축적물로 보는 두 사학자의 노고가 담겨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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