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문화 고질라 야심 공화국 아닌 ‘참주정’이다” 이득재 교수 ‘문화과학’ 논문
이득재 교수 ‘문화과학’ 논문
“삼성 ‘공화국’이 아니라 삼성 ‘참주정’이다.”
이득재 대구효성카톨릭대 교수(사진)가 시장과 국가에 대한 지배를 넘어 문화 전반을 향해 확장하고 있는 삼성의 ‘독재적 권력’을 경고했다.
시장·국가지배 넘어 문화산업 장악 경고
계간 <문화과학> 가을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 교수는 “한국은 신군부의 군사적 참주사회로부터 재벌이 국가와 헌법 위에 군림하는 경제적 참주정 사회로 이행하고 있고, 삼성이 그 참주”라고 주장했다.
그가 보기엔 “삼성 공화국이니 삼성의 나라니 하는 말들이 오히려 삼성의 실체를 흐려 놓고” 있다.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기반으로 하는 공화정과 달리,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자의에 따라 권력이 행사되는 것이 참주정이다. 삼성 공화국을 삼성 참주정이라 바꿔 불러야 한다는 그의 지적은 “국가를 삼성 재벌 안에서 식민화된 제3세계 영토쯤으로 생각하는” 삼성 권력에 대한 비판이다.
이 교수는 특히 한국 사회에 대한 삼성의 ‘문화 지배’를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삼성이 문화적 고질라를 탄생시키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1997년 이후 삼성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문화산업에 대한 연구성과를 축적했다.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문화·교육산업 부문에 개입”하고 있다. 이 교수가 보기에 삼성이 지향하는 것은 정보기술(IT) 산업이 아니라 정보기술과 융합된 문화산업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영국 프로축구팀 첼시클럽의 공식 후원자로 나선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일부 언론이 글로벌스포츠마케팅의 쾌거라고 추켜세웠던 일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스포츠산업과 정보기술산업의 융합을 통해 문화적 지구화를 꿈꾸며 삼성의 (비판적) ‘외부’마저 소멸시키려는 신호탄”이라고 꼬집었다.
문화를 매개로 한 삼성의 전략은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이비 민족주의 형태로 한국인들 심성에 이미 뿌리내리고 있다. 이 교수는 “삼성재벌은 ‘삼성-국민-국가-애국심’이라는 동일성의 커넥션을 만들었고,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공포의 수사학()에 짓눌려 국민과 국가는 오히려 삼성을 ‘욕망’”한다고 분석했다.
‘국가기업 삼성’을 국민들 속에 내면화시킨 삼성이 이제 막 시작한 문화산업 전략을 제대로 구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교수는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산업 대신, 세계적 위락시설로 성장한 에버랜드나 국내 영화산업을 장악해가고 있는 영화배급사 씨제이엔터테인먼트 등을 주목한다. 그가 보기에 지금 “삼성은 신문·출판·스포츠·음반·텔레비전·스포츠신문·통신위성·방송·라디오 등을 문어발처럼 거느린 일본 요미우리 그룹과 같은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그래서 “삼성 그룹 차원의 독자적 미디어센터 건설이나 앞으로 가시화될 삼성의 독자적 대학 설립 등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DMB 휴대폰 등 방송통신융합형 기술을 개발·보급하는 것도 ‘문화 고질라’를 향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국가기업 삼성’을 국민들 속에 내면화시킨 삼성이 이제 막 시작한 문화산업 전략을 제대로 구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교수는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산업 대신, 세계적 위락시설로 성장한 에버랜드나 국내 영화산업을 장악해가고 있는 영화배급사 씨제이엔터테인먼트 등을 주목한다. 그가 보기에 지금 “삼성은 신문·출판·스포츠·음반·텔레비전·스포츠신문·통신위성·방송·라디오 등을 문어발처럼 거느린 일본 요미우리 그룹과 같은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그래서 “삼성 그룹 차원의 독자적 미디어센터 건설이나 앞으로 가시화될 삼성의 독자적 대학 설립 등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DMB 휴대폰 등 방송통신융합형 기술을 개발·보급하는 것도 ‘문화 고질라’를 향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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