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도 ‘새로고침’ 할 수 있을까?
새로고침
은수미 외 5명 지음
한겨레출판·1만3000원 연구에 따르면 새해 결심을 한 사람의 77%는 새해 결심을 1주일 정도 지킨다. ‘남자친구 만들기’처럼 자기 의지와 별 상관없이 약속을 지키게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약 10%의 사람만이 새해 결심을 지속적으로 지킨다고 한다. 왜 이렇게 인생은 ‘새로 고침’(리셋)이 쉽지 않을까?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일단 “우리 뇌가 그렇게 디자인돼 있다.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위로한다. 습관을 바꾸는 데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동물은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으로 살아야 생존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다. 그럼 살던 대로 계속 살아야 한다는 소리인가? 정 교수는 삶을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함)를 통해 ‘후회’와 ‘절박함’을 느낄 것을 제시한다. “제가 조금이라도 새로 고침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제가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을 바꿔보는 것과 자극을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리셋의 방법으로 함께 제시한다. <새로고침>은 시사주간 <한겨레21>이 올해 ‘새로 고침’을 주제로 열었던 인터뷰 특강을 묶어 펴낸 책이다. 정 교수와 은수미 민주당 의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홍세화 <말과활> 발행인,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주인공들이다. 자신의 인생을 바꿨던 경험들을 들려주는 강연과 청중들과 주고받은 일문일답이 담겨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정밀과학으로 푸는 온난화 수수께끼
얼음의 나이
오코우치 나오히코 지음, 윤혜원 옮김
계단·1만8000원 심해 퇴적물에 수직으로 관을 박아 20m 정도 채취한 ‘주상 시료’(해저 코어)에는 40만년 지구 역사가 기록돼 있다. 거기에 수없이 쌓여 있는 유공충 등의 껍질을 구성하는 탄산칼슘 분자와 그 분자를 구성하는 질량이 다른 산소동위원소들 비율 변화를 조사하면, 긴 세월의 바닷물 온도 변화 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 수킬로미터 두께로 쌓이는 빙산을 뚫어 채취한 ‘빙산 코어’ 속 물분자 산소동위원소를 조사하면 먼 과거의 대기 온도와 탄소 비율 등을 측정할 수 있고 그와 연관된 지구환경 변화 역사를 유추·계산해낼 수 있다. 이런 정밀 과학기술로 지구와 태양 간의 거리 차이(이심률 변화)와 지구 자전축 기울기 등이 만들어내는 태양 복사에너지 차이(천문학적 요소)가 빙하기와 간빙기의 장주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밀란코비치 효과’ 등 여러 기후변화 이론들의 정합성을 판별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일에 도전하는 과학자들과 정밀기술 및 측정기법에 관한 쉽고도 역동적인 묘사만으로도 흥미롭게 읽힌다. 일본해양연구개발기구 생물지구화학연구소 프로그램 디렉터인 지은이는 시료 연대 측정상의 난점 등으로 기후변화의 수수께끼를 제대로 푸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기후가 비선형적으로 점프하면서 수십년 만에 급변할 수도 있는 온난화가 진행중이라는 생각을 지닌 지은이는 경고한다. “인류는 분명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 한승동 기자
서해는 왜 분쟁의 바다가 되었나
서해전쟁
김종대 지음
메디치·1만5000원 1999년 6월1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 며칠째 대치하던 남과 북의 해군이 충돌했다. 남쪽 고속정 327호가 북쪽 어뢰정을 들이받았다. 너무 세게 돌진한 탓인지, 고속정의 3분의 2가 북쪽 어뢰정 갑판에 올라탔다. 러닝셔츠 차림의 북쪽 승조원이 먹던 감자를 놀라서 내던졌다. 옴짝달싹 못하는 고속정을 구하려고 남쪽의 다른 고속정이 북쪽 어뢰정을 다시 들이받았다. 그때 북쪽에서 총성이 울렸다. 그날 남과 북의 교전으로 북쪽 선박 6척이 격파됐고, 130여명의 북쪽 인명 피해가 났다. 제1차 연평해전이다. 그 뒤 10여년간 남과 북의 숱한 젊은 목숨을 앗아간 ‘서해 전쟁’의 서막이다. 제2연평해전(2002.6.29)-대청해전(2009.11.10)-천안함 침몰(2010.3.26·북쪽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여전히 많다)-연평도 포격(2010.11.23)이 꼬리를 물었다. 지은이의 질문은 이렇다. 1953년 유엔군 사령관인 클라크 장군이 임의로 그은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에도 없고 국제법적 근거도 없지만, 한국전 이후 40년 넘게 주변 해역에서 심각한 군사적 충돌이 없었다. 그런데 왜 1999년 이후 갑자기 ‘분쟁의 바다’가 되었나. 육지와 동해·남해는 멀쩡한데, 왜 서해만 핏빛인가. 지은이는 전현직 군장성 35명의 증언을 들은 뒤, 때로 상충하는 증언의 퍼즐을 짜맞춰 나름의 해답을 적어놓았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역사에서 퍼올리는 현실의 역설
역설
백승종 지음
산처럼·1만6000원 흔히 역사에서 배운다고 한다. 사람 하나하나 안에 역사가 있고, 그 사람 하나하나가 또 역사가 될 것이다. 현실을 묵직히 살아내야 하는 이유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역사에 눈을 돌리는 건 과거로부터 위로받고 미래를 열어갈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역사학자 백승종의 한국사 에세이 <역설>은 불행한 일이 쏟아지는 오늘 여기에, 역사가가 선사하는 위안으로 여겨진다. 역사가 현실에 오롯이 위안일 리는 없으나, 옳은 것이 관철되는 데 위로받고 불의를 떨쳐낼 방도를 얻어낼 궁리라도 시작할 수 있다면 족하지 않을 것인가. 그래서 <역설>은, 노조 농성 현장에 들이닥친 용역회사를 보며 조선 초기 왕실의 사병 조직을 떠올리고, 검찰의 표적수사에 분개하며 태종이 벌인 세종의 장인 심온에 대한 대역 모반죄 사건을 돌아본다. “구겨지고 초췌해진 역사일망정 그것이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의 토대이기를 갈망”하는 바가 <역설>이 쓰인 이유다. 재미도 빠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허점을 찌르는 역사해석과 관점이 그렇다. 김홍도의 풍속화는 체제 선전용 화보였으며, 팔만대장경은 무신정권의 지역 장악을 위한 국책사업이었고, 과부의 정절 강요는 성리학 포퓰리즘이었다는 해석은, 혼돈 그 자체인 일련의 현 시국이 과연 미래의 <역설>에 어떻게 설명될 것인가 하는 엉뚱한 상상에까지 이르게 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은수미 외 5명 지음
한겨레출판·1만3000원 연구에 따르면 새해 결심을 한 사람의 77%는 새해 결심을 1주일 정도 지킨다. ‘남자친구 만들기’처럼 자기 의지와 별 상관없이 약속을 지키게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약 10%의 사람만이 새해 결심을 지속적으로 지킨다고 한다. 왜 이렇게 인생은 ‘새로 고침’(리셋)이 쉽지 않을까?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일단 “우리 뇌가 그렇게 디자인돼 있다.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위로한다. 습관을 바꾸는 데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동물은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으로 살아야 생존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다. 그럼 살던 대로 계속 살아야 한다는 소리인가? 정 교수는 삶을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함)를 통해 ‘후회’와 ‘절박함’을 느낄 것을 제시한다. “제가 조금이라도 새로 고침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제가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을 바꿔보는 것과 자극을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리셋의 방법으로 함께 제시한다. <새로고침>은 시사주간 <한겨레21>이 올해 ‘새로 고침’을 주제로 열었던 인터뷰 특강을 묶어 펴낸 책이다. 정 교수와 은수미 민주당 의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홍세화 <말과활> 발행인,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주인공들이다. 자신의 인생을 바꿨던 경험들을 들려주는 강연과 청중들과 주고받은 일문일답이 담겨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오코우치 나오히코 지음, 윤혜원 옮김
계단·1만8000원 심해 퇴적물에 수직으로 관을 박아 20m 정도 채취한 ‘주상 시료’(해저 코어)에는 40만년 지구 역사가 기록돼 있다. 거기에 수없이 쌓여 있는 유공충 등의 껍질을 구성하는 탄산칼슘 분자와 그 분자를 구성하는 질량이 다른 산소동위원소들 비율 변화를 조사하면, 긴 세월의 바닷물 온도 변화 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 수킬로미터 두께로 쌓이는 빙산을 뚫어 채취한 ‘빙산 코어’ 속 물분자 산소동위원소를 조사하면 먼 과거의 대기 온도와 탄소 비율 등을 측정할 수 있고 그와 연관된 지구환경 변화 역사를 유추·계산해낼 수 있다. 이런 정밀 과학기술로 지구와 태양 간의 거리 차이(이심률 변화)와 지구 자전축 기울기 등이 만들어내는 태양 복사에너지 차이(천문학적 요소)가 빙하기와 간빙기의 장주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밀란코비치 효과’ 등 여러 기후변화 이론들의 정합성을 판별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일에 도전하는 과학자들과 정밀기술 및 측정기법에 관한 쉽고도 역동적인 묘사만으로도 흥미롭게 읽힌다. 일본해양연구개발기구 생물지구화학연구소 프로그램 디렉터인 지은이는 시료 연대 측정상의 난점 등으로 기후변화의 수수께끼를 제대로 푸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기후가 비선형적으로 점프하면서 수십년 만에 급변할 수도 있는 온난화가 진행중이라는 생각을 지닌 지은이는 경고한다. “인류는 분명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 한승동 기자
김종대 지음
메디치·1만5000원 1999년 6월1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 며칠째 대치하던 남과 북의 해군이 충돌했다. 남쪽 고속정 327호가 북쪽 어뢰정을 들이받았다. 너무 세게 돌진한 탓인지, 고속정의 3분의 2가 북쪽 어뢰정 갑판에 올라탔다. 러닝셔츠 차림의 북쪽 승조원이 먹던 감자를 놀라서 내던졌다. 옴짝달싹 못하는 고속정을 구하려고 남쪽의 다른 고속정이 북쪽 어뢰정을 다시 들이받았다. 그때 북쪽에서 총성이 울렸다. 그날 남과 북의 교전으로 북쪽 선박 6척이 격파됐고, 130여명의 북쪽 인명 피해가 났다. 제1차 연평해전이다. 그 뒤 10여년간 남과 북의 숱한 젊은 목숨을 앗아간 ‘서해 전쟁’의 서막이다. 제2연평해전(2002.6.29)-대청해전(2009.11.10)-천안함 침몰(2010.3.26·북쪽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여전히 많다)-연평도 포격(2010.11.23)이 꼬리를 물었다. 지은이의 질문은 이렇다. 1953년 유엔군 사령관인 클라크 장군이 임의로 그은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에도 없고 국제법적 근거도 없지만, 한국전 이후 40년 넘게 주변 해역에서 심각한 군사적 충돌이 없었다. 그런데 왜 1999년 이후 갑자기 ‘분쟁의 바다’가 되었나. 육지와 동해·남해는 멀쩡한데, 왜 서해만 핏빛인가. 지은이는 전현직 군장성 35명의 증언을 들은 뒤, 때로 상충하는 증언의 퍼즐을 짜맞춰 나름의 해답을 적어놓았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백승종 지음
산처럼·1만6000원 흔히 역사에서 배운다고 한다. 사람 하나하나 안에 역사가 있고, 그 사람 하나하나가 또 역사가 될 것이다. 현실을 묵직히 살아내야 하는 이유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역사에 눈을 돌리는 건 과거로부터 위로받고 미래를 열어갈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역사학자 백승종의 한국사 에세이 <역설>은 불행한 일이 쏟아지는 오늘 여기에, 역사가가 선사하는 위안으로 여겨진다. 역사가 현실에 오롯이 위안일 리는 없으나, 옳은 것이 관철되는 데 위로받고 불의를 떨쳐낼 방도를 얻어낼 궁리라도 시작할 수 있다면 족하지 않을 것인가. 그래서 <역설>은, 노조 농성 현장에 들이닥친 용역회사를 보며 조선 초기 왕실의 사병 조직을 떠올리고, 검찰의 표적수사에 분개하며 태종이 벌인 세종의 장인 심온에 대한 대역 모반죄 사건을 돌아본다. “구겨지고 초췌해진 역사일망정 그것이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의 토대이기를 갈망”하는 바가 <역설>이 쓰인 이유다. 재미도 빠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허점을 찌르는 역사해석과 관점이 그렇다. 김홍도의 풍속화는 체제 선전용 화보였으며, 팔만대장경은 무신정권의 지역 장악을 위한 국책사업이었고, 과부의 정절 강요는 성리학 포퓰리즘이었다는 해석은, 혼돈 그 자체인 일련의 현 시국이 과연 미래의 <역설>에 어떻게 설명될 것인가 하는 엉뚱한 상상에까지 이르게 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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