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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남북 서로 싸워 이기려고만 해서는 해결책 없어”

등록 2013-10-03 19:38수정 2013-10-04 08:21

베트남의 대표 작가 바오닌(61)
베트남의 대표 작가 바오닌(61)
‘전쟁의 슬픔’ 베트남 작가 바오닌

파주 북소리 축제 참석차 방한
“베트남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져
누가 이기고 지는것 중요한게 아냐”
악화된 남북관계에 우려감 표해

다음 작품은? 전쟁소설 구상중
“이번에는 진쪽의 시선 담을 것”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전쟁의 슬픔>으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베트남의 대표 작가 바오닌(61·사진)이 2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를 찾았다.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파주 북소리 2013’ 행사에 참석하고 “한국 사회를 두루 둘러보는 것”이 네번째 방한한 목적이다.

그는 이날 오랜 친분이 있는 작가 방현석씨와 <전쟁의 슬픔>을 번역한 하재홍씨 등의 안내를 받아 출판사들도 찾아보고 ‘책읽는사회 문화재단’이 주최한 강연을 통해 독자들과도 만났다. <전쟁의 슬픔>은 “한국에서 번역된 아시아(일본·중국 제외) 문학작품들 중에서 가장 잘 나가는 책”이라고 방씨는 전했다.

자신의 고향마을 이름을 필명으로 삼은 바오닌이 처음 한국에 온 것은 2000년. 그때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느냐고 묻자 “많이 바뀌었는데, 더 좋은 쪽으로 바뀐 것 같다. 더 잘사는 것 같고 길거리도 더 깨끗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하노이도 많이 바뀌었다. 하노이가 방콕 같은 도시가 됐다”고 했다. 그가 말한 방콕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번잡해졌다. 베트남 사람들은 변화를 좋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 더 재미있고 활달하게 잘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잃어버린 것도 있다. 미국, 유럽식 삶의 방식을 따라가면 베트남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린다.”

바오닌은 지난 5월 창간 25년을 맞은 <한겨레>에 글을 기고했다. ‘참을 수 없이 슬픈 건, 전쟁의 고통이 잊혀진 것입니다’는 제목이 달린 그 글에서 그는 1975년 베트남전쟁이 북의 승리로 끝났을 때 20대의 적군이었으나 이젠 60대의 친구가 된 남쪽 병사 출신 뜨엉을 만난 얘기를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어째서 우리는 젊은 시절부터 이렇게 마주 앉을 수 없었던 걸까요? 어째서 서로를 총으로 쏴 죽이고, 그토록 잔인하게 학대하고, 우리 조국의 남부와 북부를 폐허로 만들고, 피가 흘러 강을 이루게 하고, 이제 이렇게 늙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 전혀 미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건가요? 나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뜨엉은 패했지만, 정말로 그러한가요? 아니면 우리 베트남 사람 모두가 패배자이고, 베트남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중국과 미국이 아니었을까요?”

그는 “베트남은 너무 오래 싸웠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죽었고, 나라도 피폐해졌다. 누가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화다. 베트남전쟁이 남긴 교훈의 핵심은 그것이다. 젊은이들이 그걸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베트남은 통일됐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휴전 상태고, 요즘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남북이 서로 싸워 이기려는 생각이 여전히 강한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는 해결책이 없다. 바라는 건 그렇더라도 어쨌든 전쟁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끝까지 평화는 유지해야 한다.”

바오닌은 또 하나의 전쟁소설을 구상중이다. <전쟁의 슬픔>은 이긴 자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본 것이었으나 “이번엔 진 쪽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했다.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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