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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가족 버리고 월북했지만, 그래도 아버지

등록 2013-10-06 19:52수정 2013-10-07 15:23

아들의 아버지
김원일 지음
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분단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김원일(71·사진)이 자신의 문학적 뿌리라 할 아버지의 삶을 소설로 풀어냈다.

<아들의 아버지>는 작가 나이 여덟살이던 1950년 전쟁통에 헤어지기까지 아버지의 삶을 작가 자신의 기억과 어머니·할머니·고모 등 주변 사람들의 증언 그리고 일제강점기에서 해방과 전쟁에 이르는 역사의 흐름을 통해 다각도로 재구성한 책이다.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은 물론 작가의 가족사 역시 사실 그대로 기술되고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쓰였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자전적 소설’로 읽어 주기를 작가는 기대한다.

작가의 부친 김종표(1914~1976)는 경남 진영 출신으로 마산상업학교를 거쳐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이었다. 좌익 사상에 눈뜬 그는 부산에서 노동자 조직 활동에 종사하다가 사상범으로 형무소에 투옥돼 있던 중 해방을 맞았다. 해방 뒤 애국자 대접을 받으며 남로당 경남도당 책임지도원을 거쳐 조선민주애국청년동맹(민애청) 서울본부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중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어 있다가 전쟁을 맞았다. 인민군의 서울 점령 뒤에는 서울시당 재정경리부 부부장으로 활동했으며 국군의 서울 수복 때 마지막까지 저항하다가 퇴각하는 인민군과 함께 월북한 인물이다.

역사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헤쳐나간 그가 여느 지아비처럼 살뜰하게 가정을 챙기기는 어려웠다. 가족보다는 이념과 혁명을 우선시한 그가 어머니의 눈에는 “사상에 미쳐 가정을 버린 거리귀신”으로 비쳤을 터였다. 해방 전이나 후나 당국에서 금하는 일에 열심인 지아비 때문에 어머니까지 툭하면 붙들려 가 끔찍한 고문에 시달려야 했고 어린 자식들은 허기와 이웃들의 따돌림을 감내해야 했다. 가장이 단신 월북한 뒤 남쪽에 남은 처자식들이 겪은 수난과 고초는 <노을> <마당 깊은 집> 같은 김원일의 소설들에서 생생한 표현을 얻었다.

김원일(71) 작가
김원일(71) 작가

미군이 인천에 상륙한 1950년 9월15일 오후 군복 차림에 허리에는 권총까지 찬 채 지프에 타고 집에 들른 것이 작가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어린 김원일은 오랜만에 아버지를 대하자 눈물부터 쏟았다. 그런 장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가 말했다. “넌 남자잖아. 아버지를 보고 울다니. 남자는 함부로 눈물을 흘리면 안 돼.”

혁명가라기보다는 ‘낭만적인 예술가형’이어서 작가에게 예술적 재능을 물려준 아버지 김종표는 월북 뒤 남로당 출신들에 대한 사상검열로 고초를 겪는 한편 그곳에서 재혼한 여성과의 사이에 남매를 둔 채 병으로 오랫동안 요양소 신세를 지다가 세상을 등졌다.

글 최재봉 기자,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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