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제훈 작가
최제훈 지음
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최제훈(사진)의 소설을 읽는 일은 정교하게 짜인 퍼즐을 맞추는 것과도 같다. 최제훈은 완성된 그림을 교묘하게 흩뜨려 놓고 독자로 하여금 한 조각씩 맞춰 보도록 유도한다. 독자는 퍼즐 맞추기라는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에 이를 수 있다. 그는 독자에게 두뇌 게임을 제안하는 작가다. 2007년 등단 이후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과 장편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두 책으로 일찌감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최제훈이 두 번째 장편 <나비잠>을 내놓았다. ‘나비잠’이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갓난아이 특유의 잠자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 소설 마지막 장면에 “양팔을 일자로 활짝 펼치고 두 다리는 가지런히 모은 자세”로 주인공 요섭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외양과 속내는 하늘과 땅 사이만큼이나 다르다. <나비잠>은 두 겹의 서사로 이루어졌다. “나름 탄탄한 인생”을 꾸려 오던 변호사 요섭이 몰락하는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룬다면, 그가 꾸는 꿈이 다른 한 축을 이룬다. 그 꿈속에서 탈주범 최요섭은 인질극을 벌이다가 경찰에 쫓기며, 그렇게 하릴없이 쫓기던 중 제 목에 걸린 메달을 주인에게 돌려주라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주인이 있는 ‘무성’을 찾아간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를 비추는 두 이야기를 대조해 가며 읽는 재미가 쑬쑬하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현실의 요섭 역시 같은 ‘지시’에 따라 무성으로 향하는데, 그때는 이미 그의 몰락이 한참 진행된 다음이다. 1981년 무성국민학교 교내 불조심 포스터 그리기 대회 은상 수상자에게 주어진 메달이 왜 그림에는 젬병인 자신의 서재 베란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지 요섭은 알지 못한다. 그 메달은 삼십일 년 전 탄광도시 무성에서 있었던 일과 관련되어 있는데, 그 일이 “까맣게 잊어버려도 되는 사소한 일이었기 때문”에 요섭은 그동안 그 일을 잊고 있었던 것. 변호사 요섭이 자신의 ‘원죄’의 장소라고나 할 무성으로 향하는 움직임과 그의 꿈속에서 탈주범 요섭이 무성을 찾아가는 움직임은 마지막 순간에 하나로 합쳐지며, 그 순간 변호사 요섭이 잊고 있던 원죄 역시 정체를 드러낸다. 이 두 개의 움직임을 추리적 기법에 실어 나르면서 작가는 작품 곳곳에 퍼즐을 맞추기 위한 힌트를 심어 놓는다. 그렇게 힌트를 참고해 가면서 맞춘 퍼즐의 마지막 모습은 이런 것이다. “잘나가는 패거리, 불안정한 지위, 악행의 공모 … 차트는 삼십일 년 전 이곳에서 벌어진 일과 데자뷔처럼 겹쳐졌다.” 글 최재봉 기자,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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