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소설집 <별밭공원>(실천문학사)을 낸 작가 송기원(66)
작가 송기원, 소설집 ‘별밭공원’ 내
탁발·방랑 등 경험 작품에 투영
탁발·방랑 등 경험 작품에 투영
“지난 소설집 <사람의 향기> 이후 10년 동안 쉬엄쉬엄 쓴 게 책 한 권 분량이 되었네요. 3년 전 ‘마지막’ 시집 <저녁>을 펴냈지만, 이제는 소설도 쓰기가 귀찮네요. 그저 술 먹고 노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허허.”
다섯 번째 소설집 <별밭공원>(실천문학사)을 낸 작가 송기원(66·사진)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듯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16일 낮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별밭공원>에는 단편 일곱이 묶였다. 계룡산 토굴 생활과 탁발 만행 같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 삼아 젊은 승려의 구도행을 그린 세 연작 <무문관> <탁발> <객사>, 90년대 중반 히말라야 방랑 체험이 반영된 <육식>, 그리고 그가 시국 사건으로 투옥되었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로 인한 회한과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끝에 이른 자기 긍정의 여정을 담은 표제작 등 작가 자신의 모습이 진하게 배어 있는 작품들이다. 소리에 정한이 실렸다고 해서 어린 나이에 소리 스승한테서 내침 당한 뒤 거친 삶을 살아 온 늙은 여자 소리꾼의 삶을 그린 <노량목>과 <동백섬> 역시 어느 정도는 작가의 그림자를 거느리고 있다.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토굴에 스스로를 가두고 하루 한 끼씩만 먹으며 1년을 지냈습니다. 도력이 깊은 스님들도 어렵다는 일인데, 저는 아주 좋았어요.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말이죠. 그 안에서 제가 특별한 수행을 한 건 아니에요. 그저 제 안에서 나타나는 어떤 공간에 들어가 놀았을 뿐입니다. 어떤 빛깔도 없고 부피도 없고 무게도 없고 형태도 없는 공간 자체에서 말이죠.”
토굴에서 결가부좌한 채 공간을 만나 논다거나 탁발 만행을 하던 중 들른 빈집의 안뜰이며 검불, 잡초, 양은냄비, 고무신 들로 자신이 바뀌는 듯한 체험은 이번 소설집 수록작들에도 등장한다. 국선도 창시자 청산거사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 <청산>을 쓰기도 한 작가가 이른바 ‘도’의 세계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여기 실린 작품들이 ‘도 닦는 얘기’로 받아들여질까 봐 조심스럽긴 합니다. 제가 겪어 보니까 이른바 ‘도’라는 것의 90%는 길을 잘못 가는 거더라고요. 제가 도에서 멀어지니까 그걸 알겠어요. 그 얘긴 이 책에서 꼭 해 주고 싶었어요. 부처가 별게 아닙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상처가 곧 선근(善根)이요 부처인 거예요. 그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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