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소설 ‘고구려’ 전자책
할인 판매 둘러싸고 충돌 빚어
새움쪽 “사과없인 거래 없다”
예스24·알라딘 “협의 진행중”
할인 판매 둘러싸고 충돌 빚어
새움쪽 “사과없인 거래 없다”
예스24·알라딘 “협의 진행중”
대형 인터넷서점의 일방적 전자책 할인 판매에서 비롯된 인터넷서점과 출판사 간의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예스24’와 ‘알라딘’은 22일로 열흘째 특정 출판사의 책에 대해서만 ‘무할인 판매’를 벌여왔다. 해당 출판사인 새움출판사와 인터넷서점 관계자는 이날 협의를 시도했으나 갈등만 키운 채 결렬된 것으로 확인됐다. 출판사 쪽은 “사과나 별도의 조처 없이 두 서점과의 거래는 재개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9월30일 새움출판사 관계자들은 예스24와 알라딘에서 김진명 작가의 소설 <고구려> 전자책이 그 며칠 전부터 50%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출판사 쪽은 10월1일 예스24와 알라딘에 전자책을 공급하는 한국이퍼브에 공문을 보내 합의 없이 가격 할인을 한 사실에 항의했다. 한국이퍼브는 예스24와 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서점과 몇몇 출판사 및 중앙일보가 만든 전자책 유통사다.
항의에도 변함이 없자 이틀 뒤 새움출판사는 한국이퍼브에 ‘거래 정지’를 요청했다. 이러자 예스24와 알라딘은 새움출판사 책(160여종)에 대해 모두 ‘무할인 정가 판매’를 하며 포인트 적립도 해주지 않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인터넷서점이 모든 책에 대해 기본적으로 ‘10% 할인’을 해주고 출간한 지 오래된 책에 대해서는 30% 이상 할인하는 상황에 비춰 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출판사 쪽이 “보복성”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하지만 예스24사 관계자는 “새움출판사가 한국이퍼브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해 ‘60일 이내 고지 의무’를 어겼기 때문에 우리도 대응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엔 <고구려>의 ‘인기’도 작용했다. 현재 5권까지 나온 <고구려>는 종이책이 115만부, 전자책이 4만5000부 팔렸다. 한국이퍼브 관계자는 “경쟁사인 리디북스가 갑자기 <고구려> 50% 할인 판매를 시작해 인기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할인을 한 것”이라며 “이는 계약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대식 새움출판사 대표는 “지난 8월 여러 전자책 업체들이 <고구려> 할인 판매를 제안해 거절했음에도 9월에 다시 리디북스가 ‘추석 행사’를 제안해와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한번 동의했을 뿐”이라며 “한국이퍼브가 합의 과정 없이 마음대로 책 가격을 정하는 것은 출판사와 유통사의 신뢰 관계를 깬 것”이라고 말했다.
새움출판사는 한국이퍼브의 공식적인 사과와 예스24·알라딘의 추가 조처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대식 대표는 “출판사의 생존을 위해, 작가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서점들과의 관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서점과 전자책 유통사 관계자들은 “협의를 진행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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