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계의 철학
장하석 지음, 오철우 옮김
동아시아·2만7000원
장하석 지음, 오철우 옮김
동아시아·2만7000원
“우리가 다들 일상생활에서 매일같이 사용하는 온도계. 이 온도계들이 진짜 온도를 틀리지 않게 말해준다는 것을 우리가 정말 어떻게 자신할 수 있는가? 온도계에 넣은 수은이, 온도가 올라가는 그대로 균일하게 팽창하는 것인지, 어떻게 시험해볼 수 있는가? … 온도계를 시험해보려면 온도를 먼저 알아야 하는데, 온도계 없이 온도를 어떻게 안다는 이야기인가?”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의 과학철학서 <온도계의 철학>은 이런 ‘시시한’ 의문들에서 시작한다. 장 교수는 이어서 “순환논리로 빠져 들어갈 수밖에 없을 듯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모든 물리량의 측정 방법에 다 그런 기초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 온도계 문제를 풀어야만이 일반적으로 과학지식의 기초를 이해할 수 있겠다는 중요성도 느꼈다”고 말한다. <온도계의 철학>은 이런 의문을 따라 다양한 ‘온도’ 개념의 경합과 그것을 경험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들의 역사를 추적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많은 단순 지식이 실제로는 혁신적 사고, 각고의 실험, 대담한 추측, 그리고 심각한 논쟁이라는 엄청난 일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얻어진 놀라운 성취물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온도계의 철학>은 국내외 과학철학계에는 이미 널리 알려진 책이다. 2004년 영국에서 출판된 이 책은 2006년 최근 6년간 출판된 영문 과학철학 서적에 수여하는 러커토시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영국 과학사학회가 수여하는 이반 슬레이드상을 받았다.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인 경제학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친동생으로,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이공대(칼텍)에서 물리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스탠퍼드대에서 과학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하석 교수가 2010년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로 초빙되면서, 형제가 나란히 케임브리지대 교수로 재직하게 됐다. 그는 “중학교 때 읽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과학에의 열정을 키워주었다”며 “이 책이 단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그 비슷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한다.
안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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