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혜정(65)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하자센터·성미산학교 등 맡으면서
대안공동체 위한 연구·실천이어가
제자들 2일 연대서 심포지엄 열어
대안공동체 위한 연구·실천이어가
제자들 2일 연대서 심포지엄 열어
한국의 1세대 페미니스트 학자인 조한혜정(65)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그는 1979년부터 시간강사로 일한 2년을 합쳐 모두 35년 동안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와 문화인류학과, 문화학협동과정에서 제자들을 길러냈다.
이를 기념해 11월2일 낮 1시30분 연세대 새천년관 101호 강당에서 제자들을 중심으로 정년기념 심포지엄 ‘우정과 환대의 지성공동체’가 열린다.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가 페미니즘, 엄기호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가 청년문화,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가 인류학과 액티비즘에 대해 발표한다. 제자모임이 펴낸 정년기념집 <창조적 공동체를 살다/살리다>를 한정판으로 이날 배포할 예정이다.
지난 30여년간 페미니즘, 청년,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에 띄는 신선한 기획으로 사회에 개입해온 조한 교수의 학문과 삶을 한가지로 압축하는 것은 무리다. 그는 1983년 동료 학자들과 대안여성문화운동단체인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문화적 충격을 주었고, 1990년대 민족주의·탈식민·탈근대 연구와 더불어 동아시아 학자들의 모임을 만드는 한편, 1999년부터 10년 동안 ‘서울시립청소년 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 센터장을 역임했다. 2005부터 3년 동안 서울 성산동 ‘성미산학교’ 교장을 지냈다.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 최근까지 4대강 사업을 포함한 각종 토건사업에 대한 비판을 지속해왔고, 서울 북촌의 고갯길 공사와 연세대가 벌이고 있는 대규모 대학 개발 사업인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에도 날선 질책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여성·청소년·청년의 범주를 뛰어넘어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살리면서 삶을 다른 방식으로 설계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서동진 계원예술대 인문교양부 교수는 조한 교수가 다른 지식생산자들처럼 자기만 쏙 빼놓은 채 “세계를 규탄”해온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운명을 개인의 언어로서 충분히 대적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을 실현하고 투여했던”, “올곧은 페미니스트”(정년기념집 가운데)라는 것이다. 그는 말 많고 탈 많은 ‘대안’의 기획을 즐겼고, ‘창조적 공동체’ 작업의 예상치 못한 결과를 기꺼이 세상에 내놓았다.
조한 교수는 “페미니스트들이 일상의 발견, 관계의 중요성, 일관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했다”며 그 자신 또한 그러한 질문을 지금도 그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요즘 난감해하고 있다. “공공의 감각이나 창조적 공동체에 대한 감각 자체가 생기지 않는 매니저 엄마”와 “시장이 키운 모래알 세대”들, 즉 여성과 청소년·청년들에 대한 고민이다. 그에 대한 열쇠로, 노학자는 정년기념집에 “너의 공포와도, 너의 희망과 꿈과도 상의하지 마라. 네 친구와 상의하라”는 어떤 엽서의 글귀를 소개했다. 그 ‘친구’들은 “자율공간, 그 다양한 창조적 공동체” 안에 있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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