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패권의 방책, 장자는 세속의 생존책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김시천 지음
책세상·1만8000원 노자·장자에 대한 해석은 읽는 사람마다,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다. 어떤 때는 무위자연, 반문명으로, 어떤 때는 현실을 뒤엎으려는 혁명사상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오늘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노자·장자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연구소 연구교수인 지은이는 노자와 장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노자는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는 데 필요한 자질이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권모술수의 책이고, 장자는 권력의 중심부에 나아가지 못한 자가 세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노자는 칼과 같고, 장자는 방패와 같다는 것인데 이를 한데 묶어서 이야기하니 노장 사상, 즉 도가철학을 바라보는 데 모순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은이는 노장을 철학이나 종교로 대하지 말고 우리의 삶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삶의 기술, 즉 ‘도술’로 받아들이자고 주장한다. 도술의 방법론으로는 ‘유’(遊·노님)를 들었다. 정치나 문명을 부정하거나 그것에 종속되지 않고 누리고 즐기자는 것이다. 책은 중국, 조선, 20세기까지 이어진 노장사상에 대한 해석과 통념을 반박하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하며, 때문에 술술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지은이는 이 책을 시작으로 하여, 노자와 장자에 대한 책을 4부작으로 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사학계 비주류’ 이덕일의 근대사 다시 보기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전사
이덕일 지음
역사의아침·1만6000원 사회주의와 아나키즘 운동 역사의 결락 또는 배제는 여전히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일제 식민사관과 더불어 한국 근대사 왜곡의 중대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그 저항운동이 타도 대상으로 겨냥했던 식민지배 체제에 부역했던 세력 일부가 한국 사회 주류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사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세계 반식민·민족해방 운동사에서도 손꼽히는 역사들 중의 하나라는 한민족의 항일운동사는 그렇게 해서 그중에서도 가장 왕성하고 극적이었던 부분이 대중의 인식 지평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한국사 연구 주류의 아성에 도전해 온 이덕일의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전(前)사>는 바로 그 결락 부분을 재조명한다. 식민사관이 왜곡한 고대사 복원에 몰두해 온 그가 이번엔 사회주의, 아나키즘 운동, 일제의 만주침략, 부호의 등장, 일제의 패망 등 다섯 프레임을 통해 근대의 모습을 다시 그린다.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그 결락 부분은 남북 지배체제의 이념 및 역사 정통성 대결과도 뒤얽혀 그것을 언급하는 것조차 위험시되는 일종의 금기어가 됐다. 그 결과 한국사는 왜소해지고 힘을 잃었다.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변종 식민사관이 위세를 떨치고, 일본 보수우익 주류가 범죄적 과거사를 시혜의 역사로 뒤집어 정당화하는 작태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의 역사교과서 논쟁이 그 연장선상에 있고, 그것은 현실의 권력투쟁과도 직결돼 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히틀러는 왜 동성애자를 곁에 두었나
나치즘과 동성애
김학이 지음
문학과지성사·3만원 1919년 독일에서는 추후 회원 수가 5만명에 이르게 되는 동성애자 대중조직인 ‘인권동맹’이 결성됐다. 당시 독일은 1차대전 패전국이었고, 사회의 불안과 갈등 속에 모더니즘 걸작들을 탄생시킨 예술의 나라였으며 또한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성 담론이 정치와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성’의 국가이기도 했다. 이 책은 독일 사회가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시작한 1890년부터 2차대전 종전 시기까지 독일의 성,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적이며 정치적인 주제였던 동성애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나치즘과 동성애는 어떤 관계였는지, 나치 체제는 어떤 성을 생산하고자 했는지를 분석한다. 게르만 부흥을 위해 인구 증가를 목표 삼았던 나치는 당연히도 동성애를 ‘국가의 적’으로 공언했다. 그런데 나치의 전위조직인 돌격대 수장 에른스트 뵘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동성애자였다. 히틀러 역시 이를 알고 있었지만 뵘을 쫓아내라는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지은이는 남성만을 완전한 인격체로 규정하며 남성 간의 우정을 최고의 인간적 가치로 꼽던 남성동맹 나치즘과 동성애 사이의 경계는 모호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성애를 천륜으로 여기는 보수이념과 남성들의 단일대오라는 나치즘 정체성 간의 긴장 속에서 어떻게 나치 국가의 성격이 형성되는지 보여준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공장과 노동의 창으로 본 인천
노동의 기억 도시의 추억, 공장
정윤수 지음
한겨레출판·1만1000원 인천 부평의 악기제조사 콜트·콜텍의 텅 빈 공장은 전체가 미술 작업장이고 작품 전시장이다. 2007년 2월 부당해고를 당한 뒤 다음달이면 2500일이 될 정도로 긴 세월을 사업주와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예술가들이 공장을 그렇게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사업주는 알짜배기 사업을 외국으로 빼돌리고 대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에도 한 집안의 가장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공장 도시’ 인천은 이처럼 사람답게 일하고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를 고민하는 우리 노동운동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격렬한 박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곳이다. 이 책은 인천이라는 대도시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인천문화재단 프로젝트의 하나로 ‘공장’과 ‘노동’이라는 퍼즐로 인천의 역사를 모자이크 해나간다. 인천은 구한말 개항 이래 숨가쁜 근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산업화 시대에 크고 작은 공장에서 하루치 밥을 벌었던 수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이 그대로 인천과 인천 사람들의 역사가 된 셈이다. 개항 초기 항만 노동자가 중심이 된 노동운동은 방직·정미·토목 등 여러 분야로 파급됐으며, 이미 1920년대에 노동 야학이 시작됐다. 또 1960~1970년대에는 급격한 산업화의 폐해와 열악한 노동조건이 격렬한 파열음을 냈고 1985년엔 대우자동차 파업 등 현대 노동운동사의 주요 장면을 만들어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김시천 지음
책세상·1만8000원 노자·장자에 대한 해석은 읽는 사람마다,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다. 어떤 때는 무위자연, 반문명으로, 어떤 때는 현실을 뒤엎으려는 혁명사상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오늘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노자·장자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연구소 연구교수인 지은이는 노자와 장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노자는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는 데 필요한 자질이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권모술수의 책이고, 장자는 권력의 중심부에 나아가지 못한 자가 세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노자는 칼과 같고, 장자는 방패와 같다는 것인데 이를 한데 묶어서 이야기하니 노장 사상, 즉 도가철학을 바라보는 데 모순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은이는 노장을 철학이나 종교로 대하지 말고 우리의 삶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삶의 기술, 즉 ‘도술’로 받아들이자고 주장한다. 도술의 방법론으로는 ‘유’(遊·노님)를 들었다. 정치나 문명을 부정하거나 그것에 종속되지 않고 누리고 즐기자는 것이다. 책은 중국, 조선, 20세기까지 이어진 노장사상에 대한 해석과 통념을 반박하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하며, 때문에 술술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지은이는 이 책을 시작으로 하여, 노자와 장자에 대한 책을 4부작으로 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이덕일 지음
역사의아침·1만6000원 사회주의와 아나키즘 운동 역사의 결락 또는 배제는 여전히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일제 식민사관과 더불어 한국 근대사 왜곡의 중대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그 저항운동이 타도 대상으로 겨냥했던 식민지배 체제에 부역했던 세력 일부가 한국 사회 주류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사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세계 반식민·민족해방 운동사에서도 손꼽히는 역사들 중의 하나라는 한민족의 항일운동사는 그렇게 해서 그중에서도 가장 왕성하고 극적이었던 부분이 대중의 인식 지평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한국사 연구 주류의 아성에 도전해 온 이덕일의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전(前)사>는 바로 그 결락 부분을 재조명한다. 식민사관이 왜곡한 고대사 복원에 몰두해 온 그가 이번엔 사회주의, 아나키즘 운동, 일제의 만주침략, 부호의 등장, 일제의 패망 등 다섯 프레임을 통해 근대의 모습을 다시 그린다.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그 결락 부분은 남북 지배체제의 이념 및 역사 정통성 대결과도 뒤얽혀 그것을 언급하는 것조차 위험시되는 일종의 금기어가 됐다. 그 결과 한국사는 왜소해지고 힘을 잃었다.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변종 식민사관이 위세를 떨치고, 일본 보수우익 주류가 범죄적 과거사를 시혜의 역사로 뒤집어 정당화하는 작태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의 역사교과서 논쟁이 그 연장선상에 있고, 그것은 현실의 권력투쟁과도 직결돼 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김학이 지음
문학과지성사·3만원 1919년 독일에서는 추후 회원 수가 5만명에 이르게 되는 동성애자 대중조직인 ‘인권동맹’이 결성됐다. 당시 독일은 1차대전 패전국이었고, 사회의 불안과 갈등 속에 모더니즘 걸작들을 탄생시킨 예술의 나라였으며 또한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성 담론이 정치와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성’의 국가이기도 했다. 이 책은 독일 사회가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시작한 1890년부터 2차대전 종전 시기까지 독일의 성,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적이며 정치적인 주제였던 동성애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나치즘과 동성애는 어떤 관계였는지, 나치 체제는 어떤 성을 생산하고자 했는지를 분석한다. 게르만 부흥을 위해 인구 증가를 목표 삼았던 나치는 당연히도 동성애를 ‘국가의 적’으로 공언했다. 그런데 나치의 전위조직인 돌격대 수장 에른스트 뵘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동성애자였다. 히틀러 역시 이를 알고 있었지만 뵘을 쫓아내라는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지은이는 남성만을 완전한 인격체로 규정하며 남성 간의 우정을 최고의 인간적 가치로 꼽던 남성동맹 나치즘과 동성애 사이의 경계는 모호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성애를 천륜으로 여기는 보수이념과 남성들의 단일대오라는 나치즘 정체성 간의 긴장 속에서 어떻게 나치 국가의 성격이 형성되는지 보여준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정윤수 지음
한겨레출판·1만1000원 인천 부평의 악기제조사 콜트·콜텍의 텅 빈 공장은 전체가 미술 작업장이고 작품 전시장이다. 2007년 2월 부당해고를 당한 뒤 다음달이면 2500일이 될 정도로 긴 세월을 사업주와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예술가들이 공장을 그렇게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사업주는 알짜배기 사업을 외국으로 빼돌리고 대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에도 한 집안의 가장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공장 도시’ 인천은 이처럼 사람답게 일하고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를 고민하는 우리 노동운동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격렬한 박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곳이다. 이 책은 인천이라는 대도시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인천문화재단 프로젝트의 하나로 ‘공장’과 ‘노동’이라는 퍼즐로 인천의 역사를 모자이크 해나간다. 인천은 구한말 개항 이래 숨가쁜 근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산업화 시대에 크고 작은 공장에서 하루치 밥을 벌었던 수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이 그대로 인천과 인천 사람들의 역사가 된 셈이다. 개항 초기 항만 노동자가 중심이 된 노동운동은 방직·정미·토목 등 여러 분야로 파급됐으며, 이미 1920년대에 노동 야학이 시작됐다. 또 1960~1970년대에는 급격한 산업화의 폐해와 열악한 노동조건이 격렬한 파열음을 냈고 1985년엔 대우자동차 파업 등 현대 노동운동사의 주요 장면을 만들어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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