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교양 잠깐독서
자살론
천정환 지음
문학동네·1만4000원
자살론
천정환 지음
문학동네·1만4000원
2012년 우리나라 인구 4900만명 중 1만4779명이 자살했다. 하루 40명꼴이며, 8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다. 이 정도면 ‘자살 사태’라 불러도 무방한 수준인데, 우리는 점점 더 타인의 자살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학과 교수는 <자살론>을 통해 자살에 대한 우리들의 불충분한 애도와 불충분한 성찰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천 교수는 자살의 ‘계보학적 연구’를 통해 자살을 한 시대의 사회적 현상으로 분석한다. 가령 조선시대 자살의 배후엔 공포정치와 봉건적 법체계가 있었다. 특히 조선후기 생계형 자살은 신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오늘-여기의 자살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오늘날 자살은, 한국 사회의 모든 모순이 응집된 우리의 ‘민낯’이다. 신자본주의의 한계, 인권과 교육, 노동의 상황, 한국식 가족주의와 젠더 상황의 모순을 폭로하는 ‘팩트’다. 미디어는 자살의 원인으로 우울증을 지목한다. 그러나 우울증의 배후에도 이런 원인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기록적인 자살률의 실체가 이러하기에, 자살 예방의 책임 역시 사회를 정조준한다. 이런 식이다. “가난해도 돈을 빌릴 데가 있고, 사금융 이자율과 대부금 추심 방법이 달라지면…실업급여 지급 기간이 늘고 급여액이 높아지면 자살률이 낮아질지 모른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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