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7년만에 ‘손’, 4년만에 ‘파로호’ 발표
중견 작가 김훈과 이외수가 오랜만에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김훈은 7년 만에 쓴 단편 <손>을 <문학동네> 겨울호에, 이외수는 4년 만의 단편 <파로호>를 <소설문학> 겨울호에 각각 실었다. 단편보다는 장편에 주력하고 있는 두 작가가 모처럼 선보이는 단편이어서 독자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훈이 소설집 <강산무진>(2006) 이후 7년 만에 발표한 <손>은 경찰서 장면으로 시작한다. 경찰서 건물에 오줌 지린내가 배어 있다면서 “경찰서에 끌려오는 사람들의 오줌은 훨씬 더 독한 모양”이라 쓰는 대목은 작가가 적잖은 세월 동안 기자로서 경찰서를 출입했다는 사실을 떠오르게 한다.
소설에서 지린내 밴 경찰서를 난생 처음 찾는 이는 철호 어미인 ‘나’. 철호는 공범들과 함께 또래의 재수생 연옥을 성폭행한데다 강도와 뺑소니 죄까지 저질러 구속된 상태다. 연옥은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결국 한강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죽었다. 의류회사 브랜드 관리자로 일하는 ‘나’는 일찌감치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서 철호를 키워 왔지만, 제 속으로 낳은 아이의 끔찍한 범죄 앞에 망연자실할 따름이다. “철호의 생애에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나는 방법이 없었다.”
소설은 ‘나’가 연옥 아비가 목수로서 일하고 있는 사찰 공사장을 찾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데, 그에 앞서 물에 빠져 죽어 가던 연옥을 건져낸 구조대원이 느낀 연옥의 손에 관한 느낌이 소개되어 있는 점이 이채롭다. 작가는 부산 해운대 수상구조대에서 물에 빠진 여자를 구조했을 때 받았던 여자의 손에 대한 느낌을 적어 보내 준 독자의 편지를 읽고 이 작품을 구상했노라고 밝혔다.
이외수가 2010년 봄 이후 근 4년 만에 선보인 <파로호>는 강원도 화천군 파로호 밤낚시터를 배경으로 삼는다. 신문사에 근무하는 ‘김기자’가 낚시터 관리인인 외눈박이 노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소설의 얼개다. 파로호는 6·25 전쟁 당시 중국군 몇만명이 수장된 곳. 노인은 자신이 그 중국군 중 하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귀신이라는 말인데, 믿을 수 없는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없도록 노인은 여러가지 이적(異跡)을 보여준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런 설정을 통해 파로호에 얽힌 역사적 상처를 상기시키는 한편 언론에 대한 날선 풍자와 비판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흥미롭다. 주로 외눈박이 노인의 말을 통해서다. “이따위 찌라시가 신문이면 우리 집 화장실에 걸려 있는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라거나 “요즘 기자들은 기사를 안 쓰고 소설을 쓰거든. 그리고 그놈의 소설을 읽게 되면 멀쩡한 사람들도 눈이 멀거나 귀가 먹거나 벙어리가 되어버린단 말일세”와 같은 대목은 올해 특정 신문과 ‘전쟁’을 치렀던 작가 자신의 말로 읽힌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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