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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얘기

등록 2013-12-01 20:02

남자를 위하여
김형경 지음
창비·1만3500원
결혼해선 안 되는 남자? 고부갈등 유발 여지가 큰 마마보이는 1순위겠다. 직관 뛰어난 여자라면, 사물 수집벽이나 집착이 있는 남자도 기피인물 선상에 올릴 것이다. 그런 이들은 내면 어딘가에 ‘심리적 구멍’이 있어 사람과 나눠야 할 애착을 사물에게 쏟기 때문이다. 20년 된 자동차를 애지중지 쓰다듬고 관리하는 할아버지는 타인의 눈엔 일견 멋져 보였지만, 평생 그의 폭력에 시달린 아내의 모습은 폐차 지경의 자동차처럼 망가져 있었다.

<천개의 공감> <좋은 이별> 등 아픈 이들의 심리 분석을 통해 깊은 위로를 건넨 소설가 김형경씨가 이번엔 ‘남자다움의 짐’에 짓눌린 남자들을 위한 심리 책을 내놨다.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라는 부제를 보듯 <남자를 위하여>는 남자들과 일상적으로 전쟁을 치르는 여자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책에는 삶에서 맞닥뜨린 남자들, 신화나 소설 속 남자들, 외국 심리학 책의 상담사례 등 무수한 남자들이 등장한다.

남자인 척하며 살기는 오죽 힘들까? 지은이 또한 “평생 여자인 척하며 사는 게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상냥하고 온순한, 사회가 요구하는 태도를 취할 수 없어 구사한 ‘구석에서 찌그러져 있기’ 생존법. 이로 인해 문단에서 ‘재미없는 여자 베스트3’에 들었단다. 삼십대 후반 정신 분석을 받고 나서야 “보수적인 남성사회의 분노를 살까봐 내면에서 행하던 자기 검열을 없앴다.” 이 책은 감정에 콘크리트를 친 남자들의 올가미를 지은이의 솔직담백한 고백을 통해 스르르 푼다.

남녀 관계가 삐걱대는 근본 이유는 뭘까? 남자들의 첫사랑은 엄마이기 때문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세 명의 신부를 선택했다. 첫 아내는 17살, 두 번째는 35살, 세 번째는 40살 차이가 났다. 자신을 ‘나이를 먹지 않은 청년’이라 여긴 이상심리는 왜? 아버지와 갈등이 컸던 샐린저는 어머니에 대한 애착을 포기하지 못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 6개월마다 ‘여친’을 갈아치우는 바람둥이 남자는 어떻게 이해할까? 신뢰와 애착이 쌓일 무렵 만나는 뒷면의 감정들을 안전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미숙한 인간이다. 그는 첫사랑의 숭고한 여자 엄마를 투사해, 현실에 없는 여자만 찾아다닌다. 그는 ‘나쁜 사람’이기 전에 ‘아픈 사람’이다.

자기파괴적 감정으로 ‘널뛰기 쇼’를 하는 중년남자의 불안한 심리는? 지은이는 감정의 배출 창구를 섹스로 일원화해온 남자들이 섹스로 해결하지 못한 감정을 처리하지 못해 주변 사람을 공격하고 상처를 주는 것이라 해석한다. 가족들을 내팽개치고 취미활동에만 몰두하는 행위 또한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심리적 독립을 제대로 못했기에, 뒤늦게 성장을 하겠다고 발현된 미숙한 태도라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남녀간의 불화의 원인이 그들의 무의식 속에, 상대가 뭔가 해주길 원하기만 하는, “그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요”라고 징징거리는 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미숙한 생존법, 왜곡된 성격을 알아차려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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