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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사회주의 사상의 생태계, 그 풍부함

등록 2013-12-08 20:10

12월 9일 교양 잠깐독서

사회주의
장석준 지음
책세상·9500원
한국전쟁 이후 금기시되던 사회주의가 가까스로 복권을 시도하던 1980년대, 사회주의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동의어로 간주됐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에게서 시작된 마르크스주의는 사회주의의 핵심 조류지만 그 전부는 아니다. 또한 결국 스탈린주의로 귀결돼버린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마르크스주의의 전부도 아니다.

<사회주의>는 200쪽이 채 안 되는 얇은 책이지만, 사회주의라는 19세기 이후 인류의 가장 중요한 사상의 생태계를 요령있게 요약해 보여준다. 조지 버나드 쇼, 시드니·비어트리스 웨브 부부 등의 페이비언사회주의, 조지 더글러스 하워드 콜, 버트런드 러셀 등이 주장한 길드사회주의, 스웨덴 복지국가를 이끌었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려 했던 에른스트 비그포르스의 ‘잠정적 유토피아’, 소련을 비판하면서도 혁명을 포기하지 않은 트로츠키주의·마오주의·카스트로주의, 프랑크푸르트학파, 죄르지 루카치, 에른스트 블로흐, 에드워드 파머 톰슨 등으로 대표되는 유럽 신좌파, 존 로머의 시장사회주의, 팻 더바인의 ‘참여계획’, 앙드레 고르 등이 이끈 생태사회주의…. 19세기 이후 현재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풍부하고 다채롭다. 이 책은 사회주의 개념에 대한 입문서 구실도 훌륭히 수행하지만, 현실사회주의 몰락 뒤에도 ‘좌파’의 꿈을 놓지 않고 성찰과 모색을 계속해온 지은이가 잠정 결론 내린, 21세기 사회주의의 방향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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