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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인터넷 민족주의 갈림길 서다

등록 2005-09-02 17:40수정 2005-09-02 17:51

중국의 네티즌은 이미 1억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21세기 중화민족주의의 진앙지 노릇을 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시내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 청소년들. 베이징/AFP 연합
중국의 네티즌은 이미 1억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21세기 중화민족주의의 진앙지 노릇을 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시내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 청소년들. 베이징/AFP 연합
통치·지배 수단 전락-시민사회 탄생 토양

백지운 교수 ‘황해문화’ 기고

중국의 네티즌은 1억명이 넘는다. 미국(1억3천만명)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 네티즌의 ‘인해전술’은 가공할 수준이다. 온라인 정치토론에 이어 반일 가두 시위에 나서는 저력으로 이미 그 역량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백지운 성공회대 연구교수가 중국 네티즌의 ‘실체’를 밝히는 글을 계간 <황해문화> 가을호에 실었다. 백 교수가 보기에, 중국 네티즌을 떠받치는 근본은 ‘인터넷 민족주의’다. 중국 네티즌들이 또다른 통치·지배의 수단으로 전락할 지, 시민사회 탄생의 토양이 될 지의 갈림길이 그 안에 있다.

중국의 인터넷 민족주의 탄생의 직접적 발단은 베이징 올림픽 유치 실패였다. 심혈을 기울였던 2000년 올림픽 개최가 좌절된 1993년부터 “대대적인 배외민족주의 정서가 형성”됐다.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 <중국을 악마화하는 배후> <전지구적 영향하의 중국의 길> 등 배타적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책들이 96-99년 사이에 잇따라 출간됐다. 그리고 ‘강국논단’(www.qglt.com/bbs/start) 등 정치토론 사이트를 통해 그 내용이 빠른 속도로 대중에게 보급됐다. “인터넷 민족주의가 중국의 대중 사회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과정의 대강이다.

네티즌들의 인터넷 사용 성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자료를 보면, 온라인 쇼핑·결제 등에 비해 뉴스그룹과 정치토론 사이트의 이용빈도가 대단히 높다. 문제는 “정치토론 참여에 대한 강한 경향성”이 중국 내부의 민주주의 문제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고, 대외 관계에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당국의 검열이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불시에 일부를 검열해 (처벌한 뒤) 전체 인터넷 사용자에게 경각심을 주는 ‘랜덤 검열’ 방식을 취하고, 이로 인해 검열의 위험에 늘 노출된 네티즌들은 ‘자발적 검열’의 기제를 형성”했다.


그 결과 인터넷이 오히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차원에서 중국 공산당의 ‘보이지 않는 감시 체제’를 형성하는 수단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 내부에 대한 비판은 자발적 검열 및 당국의 검열로 걸러지고, 바깥을 향한 적대적 목소리만 인터넷에 횡행하며, 대중들의 억눌린 정서가 여기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민족주의가 민주주의 발전을 향해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찌됐건 “인터넷이 중국의 폐쇄된 언로를 열고 네티즌이라는 새로운 시민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싼 중국 내부의 논쟁은 ‘민족주의(신좌파) 대 자유주의’의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인터넷 민족주의가 반서구 담론을 형성해 중국의 ‘지구화’를 막는다고 비판한다. 반면 신좌파 또는 민족주의자들은 오히려 인터넷 민족주의가 부국강병과 민주주의 발전을 도모해 결과적으로 지구화 참여의 기반이 된다고 반박한다.

흥미로운 것은 두 입장 모두 ‘지구화’에 동의한다는 맥락에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지구화에 참여하려는 중국인의 욕망이 문화적 정체성의 우위에 대한 확인을 통해 추진되는 기묘한 현상”이 중국 인터넷에서 빚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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