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시 읽다 선하게 살고 싶어 수녀가 됐죠”

등록 2013-12-17 19:14수정 2013-12-17 22:21

이해인 수녀
이해인 수녀
시전집 낸 이해인 수녀

암 투병하며 ‘시인 40년’ 정리
“자기계발서만 읽는 현실 안타까워
불안한 시대에 내 시가 위로 됐으면”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기어/ 활활 타다가 남은 저녁노을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민들레의 영토> 중)

새해에 고희를 맞는 이해인(사진) 수녀가 자신의 시인 인생 40년을 담은 <이해인 시전집>(문학사상 펴냄)을 두 권으로 묶어 냈다. 1976년 첫 시집 <민들레 영토>를 출간한 뒤 가난하고 아픈 이들에 대한 위로,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 등이 담긴 그의 시는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해인 수녀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같은 불안의 시대, 언어조차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내 시를 통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권을 합쳐 1400쪽이 넘는 두툼한 시전집에는 풍문여중 시절부터 수녀로 입회한 뒤 종교인의 길을 걷기까지 60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이해인 수녀는 “1980년대에는 시집 베스트셀러 순위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이 부끄러워 책이 덜 팔리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도 했다”며 “지난 40년 동안 나만큼 사랑을 많이 받은 수녀가 있을까 싶어 이 사랑을 되돌려주려면 더 사랑하고 희생적인 봉사의 삶을 살아야겠구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0년 매일같이 하루 반쪽이라도 글을 써온 ‘성실함’으로 시를 대했다고 한다. 시전집을 내고도 미발표 시를 30편 정도 써두었다는 그는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두 편을 낭독하기도 했다. 그는 “시를 읽으며 선하게 살고 싶은 욕구를 느끼다가 수도자의 삶에 들어왔다”며 “우리나라에 훌륭한 시집이 정말 많은데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나 남의 나라 소설만 읽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5년 전부터 암 투병을 해온 그는 “아픈 뒤로 아픈 이들을 위한 시를 쓰는 일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시전집은 문학사상이 출판사 창립 40돌, 월간 <문학사상> 500호를 기념해 기획한 것이기도 하다.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은 “그동안 이해인 수녀의 시가 한국 문학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 시 전집 발간이 그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사진 문학사상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