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숙진 주간·편집자문위원 사퇴
“문인들께 사과…공적사명 다할것”
“문인들께 사과…공적사명 다할것”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연재소설을 게재 거부하거나 중단시키는 등 물의를 빚은 <현대문학>이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양숙진 주간과 편집자문위원들이 사퇴하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현대문학>은 17일 오후 ‘드리는 말씀’이라는 성명을 내어 “최근 <현대문학>은 비난과 오해의 여지가 있는 잘못을 저질렀으며 이것이 몰고 온 파장으로 문인들에게 큰 심려를 끼치게 되었다”며 “이 일과 직접 관련된 문인들이 받았을 고통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현대문학>의 주간은 심각한 책임과 그동안 <현대문학>에 보내주신 애정 어린 질책에 통감하며 주간직을 사퇴한다. <현대문학> 편집자문위원들도 함께 사퇴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문제의 발단은 지난 9월호에 실린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과 그에 대한 평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현대문학>은 창간 취지를 되새기며 더욱 정치로부터 문학을 보호하고자 했지만, 그 방법과 지향이 더 큰 정치적 파장과 문학적 비판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정 ㈜현대문학 총괄실장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양숙진 주간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언론에 거론된 소설가 이제하·서정인·정찬 선생께 사과 전화를 드렸다”며 “우선 1월호를 내는 데 최선을 다하면서 차기 주간과 편집자문위원 인선 등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문학>은 내년 1월호부터 연재하기로 한 이제하의 소설에 ‘박정희 유신’과 ‘87년 6월 항쟁’이 언급됐다는 이유로 연재를 거부한 것을 비롯해 비슷한 이유로 정찬의 연재소설 역시 게재를 거부했으며 서정인의 소설은 연재 2회 만에 중단시키는 등 물의를 빚었다. 지난 9월호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 네 편을 과도한 찬사의 글과 함께 재수록한 바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젊은 문인 74명이 16일 ‘우리는 <현대문학>을 거부한다’는 견해를 밝히며 같은 이름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마련해 행동에 나서고 많은 동료 문인들이 동참 의사를 밝히는 등 사태가 확산돼 왔다. 김영정 실장은 “1월호에 단편소설을 실을 예정이던 김성중·김애란·이승우·천명관·편혜영 선생이 원고를 회수해 갔지만 해외 에세이 등으로 대체해서 1월호는 평소처럼 이달 말께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현대문학>을 거부한다’ 운동을 주도한 시인 황인찬은 이날 “<현대문학>이 사과 성명을 내고 주간과 편집자문위원이 사퇴하는 등 진정성을 보였으니 거부 운동도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작가마다 사안을 보는 태도와 지향이 다른 만큼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다시 논의를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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