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기 교수
철학교과서 펴낸 홍윤기 교수
오늘 학술모임 열고 방안 모색
오늘 학술모임 열고 방안 모색
청소년 시기만큼 자기 존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이는 때도 없다.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수학 공식과 영어 문법이 중심이다. 학교 폭력, 성적 비관 자살, 왕따 등 수많은 문제에 ‘공부’는 어떤 답도 주지 못한다. 홍윤기(55·사진) 동국대 철학과 교수가 중·고등학교에서 무엇보다 철학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나선 이유다.
그는 오는 20일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철학교육학회의 겨울철 학술 모임을 열어 “대한민국 공교육에 철학교육을 착근시킬 방안”에 대해 전국의 철학과 교수들과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홍 교수는 2011년부터 3년 동안 경기도교육청이 제안하고 이우학교가 주관한 중·고교 철학교과서 편찬사업에 집필위원으로 참여해 두 권의 교과서를 완성했다. <중학교 창의지성-더불어 나누는 철학>과 <창의지성-고등학교 철학>이다. 그 말고는 대부분의 집필위원이 현직 중·고교 철학 교사들이다. 홍 교수는 “중고등학교의 현장 철학을 아는 교사들의 참여로 더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청소년 철학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온 그는 “2011년 중학생을 위한 철학 교과서를 만들고 싶다는 경기도교육청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고교생보다는 어리지만 ‘중2병’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중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철학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집필위원들은 중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목차를 구성했다.
중학생 교과서에는 “학교는 왜 다녀야 하나요”, “왕따는 왜 안 되나요”, “잘난 친구를 보면 왜 미울까요”, “어른처럼 사랑하면 안 되나요”, “가족은 꼭 화목해야 하나요”, “좀 튀면 안 되나요”, “내 꿈은 무엇일까요” 등 그들이 가장 고민하는 13가지 문제를 다뤘다. 고교 철학 교과서의 첫 질문은 “공부는 해서 무얼 하지?”다.
홍 교수는 “청소년에서 성년이 되는 사이에 내가 이 공부를 왜 하는지 고민해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 주입식으로 공부해서 대학부터 들어가고 보자는 세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아직까지 대부분 학교에선 철학 교육을 담당할 교사도, 활용방안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고교에서는 그나마 철학 교과를 ‘교양 선택’ 가운데 하나로 분류해놓았지만 채택률 자체가 높지 않다. 홍 교수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철학 교과는 생활 지도와 교과 지도를 동시에 할 수 있어 교장부터 평교사까지 반응이 좋다”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대학의 철학과에서 청소년 철학 교육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나갈 수 있을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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