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출판 잠깐독서
내가 엄마의 부엌에서 배운 것들
맷 매컬레스터 지음, 이수정 옮김
문학동네·1만3500원
내가 엄마의 부엌에서 배운 것들
맷 매컬레스터 지음, 이수정 옮김
문학동네·1만3500원
“엄마, 만약 내가 저기 빠지면 어떻게 할 거예요?” 내가 물었다. “널 따라서 나도 들어갈 거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마가 말했다. “난 엄마를 따라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 육중한 파도 벽을 돌아보며 내가 말했다. 이라크·팔레스타인·레바논 등에서 종군기자로 일해온 지은이는 36살의 봄날에 갑작스레 ‘엄마’를 잃는다. 망상증 같은 정신질환을 오래도록 앓으면서 아버지와 이혼했고, ‘내 생의 절반은 엄마가 죽기를 바랐다’고 되새길 정도로 근심 덩어리였던 어머니였다. 스코틀랜드 바닷가에서 일곱살배기 아들이 저 시커먼 바다에서 날 구해줄 거냐고 물을 때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던 어머니는 3년 뒤 자신만의 고통의 바다에 휩쓸려가버렸고, 그의 행복한 유년은 열살 무렵 끝나버린다. 그렇게 20여년이 지나고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종군기자로서 처참한 죽음의 현장을 숱하게 목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육친의 죽음과 맞닥뜨리는 것은 다른 죽음으로 연습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고백한다. 책은 어머니를 잃은 뒤 유품으로 남은 요리책을 통해 유년의 기억으로 걸어들어가고, 어머니와 가족의 역사를 기록하고, 다시 그 죽음에서 걸어나오는 이야기다. 직업 사진가였던 지은이 아버지가 찍은 아름다운 흑백 가족사진들, 다채로운 프랑스 요리 묘사를 통해 한 식탁에 둘러앉는 가족이 갖는 ‘운명적’ 사랑과 상처의 역사를 들려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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