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환(47)
곽효환 지음
문학과지성사·8000원 곽효환(47·사진)의 세번째 시집 <슬픔의 뼈대>는 지난 시집 <지도에 없는 집>(2010)의 연장선 위에 있다. 지난 시집에서 시간과 공간을 종횡하는 다층적 여행 끝에 “지도에 없는 길이 끝나는 그곳에/ 누구도 허물 수 없는 집 한 채 온전히 짓고 돌아왔”(<지도에 없는 집>)던 그는 새 시집에서도 시베리아와 몽골, 차마고도와 티베트를 바지런히 오간다. 그 길 끝에서 잃어버렸던 ‘나’와 삶의 의욕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북방의 산과 강과 짐승과 나무와 친구 들이 붙들던/ 그 말들을 그 아쉬움을 그 울음을 뒤로하고/ 먼 앞대로 더 먼 앞대로 내려온/ 아득한 옛 하늘 옛날의 나를 찾아가는 길”(<시베리아 횡단열차 1> 부분) “북으로 북으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시베리아대륙을 가로지르는 열차에 오른 그날 밤/ 한 해가 넘게 조금씩 시들어가던 몸뚱이에서/ 무언가 불끈하는 것을 느꼈다”(<수흐바타르광장에서―신대철 시인께> 부분) 그의 걸음이 대체로 북방을 향한다는 점도 앞선 시집에 이어진다. 이번 시집에 해설을 쓴 김수이에 따르면 곽효환에게 “북방은 차단된 삶의 여로이고, 단절된 역사의 현장이며, 잊혀가는 오래된 정감의 고향이자, 채울 수 없는 결핍과 그리움의 진원지이다.” 북방을 향한 여로에 오른 시인이 “오늘밤 나는 지평선 끝에서 목 놓아 울 것이다”(<시베리아 횡단열차 2>)라고 고백할 때 그 울음의 바탕에는 해설자가 짚은 다양한 맥락과 배경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울음은 어떨까? “숨 쉴 때마다 네 숨결이,/ 걸을 때마다 네 그림자가 드리운다/ 너를 보내고/ 폐사지 이끼 낀 돌계단에 주저앉아/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내가/ 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소리 내어 운다/ 떨쳐낼 수 없는 무엇을/ 애써 삼키며 흐느낀다”(<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부분) 누군가를 떠나 보내고 홀로 남겨진 아픔과 슬픔을 노래한 작품들이 이번 시집에는 여럿 보인다. 그 대상이 연인이었든 가족이었든 시인에게 닥친 이별의 경험이 “슬픔의 뼈대”(<나의 그늘은 깊다―페르 라셰즈에서>)를 이루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워지지 않는 아니/ 끝내 지울 수 없는 사람/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슬픈/ 나의 그늘은 어둡고 무겁다”(<나의 그늘은 깊다―페르 라셰즈에서> 부분). “이렇게 막막하고 이렇게 치명적인/ 내가 정말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조금씩 늦거나 비껴난 골목>) 그 슬픔의 뼈대를 찾고자 시인은 북방으로 북방으로 떠도는 것일까. 글 최재봉 기자,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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