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이 까발린 건 미국의 극단적 개인주의” 마이클 샌들
마이클 샌들 하버드대 정치학교수 방한 강연
“뉴올리언즈의 ‘허리케인 사태’는 사회적 연대의 정신이 희박한 미국 사회의 단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세계적 정치철학자인 마이클 샌들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사진)의 말이다. 5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재단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그는 미국 사회의 토대를 이룬 ‘개인주의적 자유주의’를 비판했다. 허리케인이 발가벗긴 미국의 모습은 “극단적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의 현 주소라는 게 핵심이었다.
샌들 교수는 이날 “다양한 문화에 대한 개방성은 미국의 장점이지만, 그 결과 다원화·개인화가 진행되면서 (이질적인 구성원들간의) 사회 연대의 정신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미국의) 사회 복지체제를 약화시킨 원인”이라고 짚었다. 특히 “자연재해로 시작한 허리케인이 이제 ‘인간의 재앙’으로 변하면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정치’의 중요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샌들 교수가 보기에 수재민들을 수용한 대규모 실내경기장은 대표적 상징이다. “보건·교육·교통 등의 공공재가 오직 가난한 자들만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면, 이런 공공재를 ‘품위’있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국가 차원의) 정치적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어진다”는 게 그의 비판이다. 가난한 자들이 허술하고 빈약한 공공재에 기대는 동안, 가진 자들은 ‘개인적 수단’을 동원해 삶을 개척하고, 그 결과 다시 공공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감소하는 악순환에 대한 설명이다. 그래서 샌들 교수는 “대규모 사회에서 사회적 연대성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인종·계급을 가리지 않는 광범위하고도 폭넓은 평등성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존 롤즈의 자유주의를 비판하며 ‘공동체주의’의 대안을 제시해온 샌들 교수는 “미국의 극단적 개인주의는 결국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시장의 힘에 이끌리는 소비주의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국가는 모든 시민들이 그 빈부 차이에 상관없이 공공정책에 기반을 둔 ‘품위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복지·의료·교육 등에 대한 사회연대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말하는 ‘공동체주의’는 지구적 윤리로 시민을 양성하면서도 서로 다른 언어·문화·역사·전통에 담긴 특정한 ‘정체성’을 보호·존중하는 것”이라며 “이를 무시하고 모든 것을 ‘지구화’하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한국철학회 다산기념철학강좌 초청으로 지난 4일 방한한 샌들 교수는 서울대(5일)에 이어 경북대(8일)·전북대(9일) 등에서 시장, 인간복제, 자유주의, 세계화 등 다양한 주제로 순회 강연회를 열 예정이다. (02)820-0370.
글/사진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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